미국 전역에는 많은 유명한 미술관이 있지만, 그중에 박물관처럼 웅장한 규모와 함께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미술관은 많지 않을 겁니다. 이곳이 바로 LA에 있는 게티 센터(Getty Center)입니다.
설립자의 이름을 따서 잔 폴 게티(Jean Paul Getty) 박물관이라고도 불리는 게티 센터는, 약 3만 평의 면적을 자랑하고 대리석으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과 정원이 있는 곳입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LA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게티 센터를 둘러보겠습니다.
게티 센터는 1950년대에 활동한 미국의 석유재벌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잔 폴 게티가 본인의 소장품과 기부금으로 조성한 박물관으로, LA시 위쪽 언덕 꼭대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설립자가 생전에 꾸준히 구매해온 예술품들은 게티 빌라(Getty Villa)와 게티 센터(Getty Center) 두 곳에 무료로 전시하고 있는데, 게티 빌라는 1970년대에 전시장으로 사용하다가 모든 소장품을 전시하기엔 너무 좁아 대규모 전시장인 게티 센터를 1997년에 개장을 하게 됩니다.
대중에게 공개되기 전까지 약 14년의 공사 기간이 걸렸다고도 하는데요, 모든 공사비가 당시 돈으로 8천억 원 정도가 들었고 2013년에 측정한 게티 센터의 부지와 건축물의 가치는 무려 4조 5천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는 그곳에 있는 예술작품을 포함하지 않은 건물과 땅의 값이라, 그 어마어마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입장권이 무료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다만 주차비로 20달러는 내야 합니다. 그래도 가족 단위로 관람하러 간다고 하면 아주 적은 비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의 주요 감상 포인트는 당연 예술품일 것입니다. 학창 시절 미술책에서 들어 봤던 고흐, 세잔, 마네, 렘브란트 등의 유명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중에 고흐의 <아이리스>라는 작품은 1990년에 640억 원에 구매한, 당시 전 세계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미술작품이었다고 합니다. 필자도 방문하기 전 유명화가의 작품들을 미리 알고 갔더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중세 유럽의 왕실을 보는 듯한 인테리어와 가구들도 많아 마치 궁궐에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건축물 또한 감상 포인트 중의 하나인데요, 당시 세계적인 건축가 리차드 메이어가 설계한 모던한 건축물은 언덕 꼭대기에 세워져 주변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져 아주 조화로운 것 같습니다. 뮤지엄으로 사용하는 다섯 개의 건물과 직원들이 사용하는 건물 한 개를 포함해 총 여섯 개의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주로 화강암과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아주 밝은 느낌을 주고 있어 마음까지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주로 이탈리아산 고급 석재라서 그런지 공사비가 어마어마했던 것 같습니다.
또 다른 포인트는, 이 건축물들이 언덕 꼭대기에 지어져서 LA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경입니다. 이곳의 가든 테라스 카페는 시내를 한눈에 보면서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야외 카페인데, 나른한 오후에 커피 한잔하면 세상 멋있는 폼은 다 잡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가든 또한 예술작품처럼 아주 조화롭고 예쁘게 만들어 4년 동안 계획하고 1년 동안 공사를 했다는 게 이해가 갈 정도입니다. 500종이 넘는 나무와 꽃들, 그리고 푸르른 잔디로 구성되어 있어 가든 하나만 봐도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몇 년 전 우연히 TV를 보는데 게티 센터 근처에서 산불이 나, 그곳까지 피해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산불이 많이 나는 캘리포니아주라 그런지 지진이나 화재에 대한 대비가 설계 단계부터 잘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내진 설계로 7.5 규모의 지진까지 버틸 수 있는 건물로 되어있고, 화재 시에는 건축물 외부가 내열 소재로 덮이고 내부는 강화 콘크리트 벽과 자동 방화문이 이중 삼중으로 설치되어 있어, 불길이 갤러리 안쪽으로 들어가는 걸 막아주는 구조로 되어있다고 합니다.
그럼 이 미술관, 박물관을 지은 잔 폴 게티라는 사람은 어떤 인물일까요? 1892년 미국 미네소타주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잔 폴 게티는 석유사업을 한 그의 아버지를 도와 20대부터 막대한 부호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도 사업을 하면서 나치와 친하게 지내서 연방수사국(FBI)의 감시 대상이 되기도 한 인물이었습니다. 1950년대에는 사우디에서 석유시추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척한 그는, 1956년경 포춘지에서 세계 제일의 부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예술을 극도로 찬양한 그는 대중들이 자신이 사랑했던 예술 작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광대한 미술관을 건설하는 꿈이 있어 게티 신탁을 설립하고 미술관을 운영했습니다.
1976년 암으로 사망하면서 남긴 신탁증서엔, 미술관과 그 수집품을 확장하고 세계의 미술에 기여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게티 재단은 많은 활동을 하게 되고, 그의 손자 중 한 명인 마크 게티가 세운 ‘게티 이미지’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 제공 업체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뉴스나 방송을 보면 멋진 사진이나 진귀한 사진들의 출처를 보면 게티 이미지 제공이라는 문구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게 잔 폴 게티의 유언 중에 하나가 실행된 것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당대 최고의 부유한 사람이 남기고 간 최고의 예술품들을 현대에 사는 우리가 누구나 쉽게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한 그 사람의 인생도 보람 있는 유산을 남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며, 이번 호를 마칩니다. 다음 호에서 만나요!
※ 사진출처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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