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북클럽>(2007)은 사람이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세 커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독신 생활에 익숙해 더더욱 사랑을 시도하지 않게 된 조셀린과 그녀와 우연히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그릭에 대한 이야기가 첫 번째입니다.
조셀린을 본 순간 한눈에 반한 그릭은 그녀와 친해지고 싶어 그녀에게 자신이 즐겨 읽는 책을 빌려주기도 하고 그녀가 참여한 ‘제인 오스틴 북클럽’에도 함께하게 되지요. 아무 문제 없이 그들의 관계가 깊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조셀린은 그에게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자꾸 누르고 있어요. 그리고 그릭도 적극적이지 않고 뒤로 물러선 모양새를 보입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조셀린은 나이에 대한 압박감이 있는 고지식한 여자로 그려지고 있어요. 정작 그녀보다 나이가 어린 그릭은 나이 차이에는 관심 없고 그녀의 취향, 가치관을 보고 반한 건데요. 조셀린이 최근에 이혼한 그녀의 친구 실비아와 자신을 엮어주려고 하는 것을 보고 그릭은 속상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I thought if I read your favorite books that you would read mine.
당신이 추천해준 책을 읽으면 당신이 나를 봐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But, no, no, no. You just wanna be obeyed.
그런데 아니더군요. 당신은 지배하고 싶었던 거예요.
That's why you have dogs.
그래서 개를 키우는 거지요.
그릭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면이 있어요. 실비아(에이미 브렌너먼)가 아직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 조셀린(마리아 벨로)이 사랑이 아닌 지배로 모든 것을 대하는 것, 이러한 행동은 사랑에 상처받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이라는 점, 한참 어린 남자와의 연애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자신을 멀리한다는 것, 이러한 이유들이 모여 그녀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꿰뚫어 보고 있지요.
친구 실비아조차 조셀린이 사랑에 타협하는 것을 싫어해서 결혼을 아직 못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그녀를 제대로 아는 남자는 그릭인 듯합니다.
「이성과 감성」에 대한 책 이야기를 할 때 이 자리를 빌어 그릭은 조셀린의 이중적인 면모에 일침을 가합니다.
I understand why Colonel Brandon goes for Marianne. And it's not 'cause she's young.
It's because she's generous with herself.
브랜든 대령이 매리언을 선택한 건 매리언이 젊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관대하기 때문이에요.
She's willing to risk her heart.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No rules, no fear.
규범도, 두려움도 잊고.
명사 대신 문장으로 목적어를 말하는 법
그릭은 마음은 같은데 주변의 시선과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는 조셀린에게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말을 시작하고 있어요.
I understand why Colonel Brandon goes for Marianne.
대체로 문장 안에서 목적어는 명사를 사용하지만 위의 문장처럼 문장으로 목적어를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을 때 명사절을 사용합니다. 명사절의 형태는 (접속사+주어+동사+목적어)인데요, 위 문장에서 접속사는 why를 사용해 명사절(why Colonel Brandon goes for Marianne)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선택하다’를 나타내기 위해 단어 choose를 많이 쓰는데, 이 문장에서는 go for로 세련되게 표현했습니다. 원어민들은 이렇게 구동사 즉, 동사+전치사를 많이 사용합니다.
조셀린이 스스로 가진 편견, 자격지심 즉, 나이가 많지만 아직 미혼인 여자가 갖는 생각들을 엿볼 수 있었어요. 이번 장면은 그릭의 마음도 그녀의 마음도 모두 이해가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두 번째 커플은 취향과 취미가 반대인 부부 이야기입니다. 둘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각자 매력적인데, 공통된 취미 생활이 없기에 서서히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 균열의 과정으로 푸르디는 문학적 소양이 있어 책 이야기를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제자에게 연정의 마음을 품게 되지요. 이는 ‘오스틴’이 ‘텍사스주 주도’인 줄만 아는 남편과는 다른 매력이지요.
그리고 독서회에서도 이런 혼란스러운 그녀의 마음을 투영해서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She never shows what happens after the wedding.
결혼 후의 삶을 다룬 게 없어요.
Maybe Elizabeth and Darcy start hating each other. Maybe Lizzie went off to Pemberley, and she turned into this crazy person, like her mom.
어쩌면 엘리자베스는 다시와 서로 증오하게 돼 펨벌리로 가서 정신병자가 됐는지도 몰라요. 자기 엄마처럼요.
그런데도 푸르디가 용감하다고 느낀 것은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남편에게 자신의 취향을 함께 공유하자고 노력하는 모습입니다. 남편도 그녀의 노력에 답하지요.
마지막 커플은 ‘제인 오스틴 북클럽’이 탄생한 이유이기도 하고 그릭과 조셀린 커플이 초반에 힘들었던 이유이기도 한 실비아와 그녀의 남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루아침에 그녀의 남편 다니엘은 새로운 연인이 생겼다고 20년이나 함께 결혼생활을 한 실비아에게 이혼을 하자고 요구하지요. 실비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책을 읽거나 군것질을 하는 것밖에 없어요. 절친 조셀린은 상심에 빠진 친구 실비아를 위해 우연히 만난 그릭(휴 댄시)과 엮어주려고 하지요.
그런데 이혼까지 해준 남편이 자꾸 자신의 집안일에 관심을 갖습니다. 실비아가 살고 있는 집 마당에 심어둔 식물들에 물을 주려고 아침부터 오지를 않나, 그의 행보가 심상치 않아요. 급기야 그녀와 그릭이 밥을 먹는 장면을 보고서는 속상해하는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그는 실비아와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지 여전히 사랑을 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돌아옵니다.
세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연애 이야기뿐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맺을 때 겪는 심리적인 혼란, 극복하는 과정, 인생의 희로애락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회의 잣대에 눈치 보느라 내가 누구인가를 잊어버리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 사람과의 만남 속에 대화 부족이나 가치관의 차이로 오해를 해 힘들어하며 살고 있지는 않는지, 가장 소중한 것을 못 알아보고 신뢰를 무너뜨리는 실수를 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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