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행] 어슬렁어슬렁, 문학과 역사 속 인천! 원괭이부리마을

어슬렁어슬렁, 문학과 역사 속 인천
원괭이부리마을 & 화도진

연일 이어지는 화창한 날씨가 사람의 마음을 선득선득하게 하는 봄날입니다. 유난히 짙고 푸른 하늘, 따사로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은 더 없이 걷기 좋은 시간을 선사하고 있는데요, 안녕하세요. 앰코인스토리 가족 여러분! 이번 인천 & 광주 여행은 어슬렁어슬렁 거니는 동네 산책, 문학과 역사 속으로 떠나는 여정입니다. 인천 동구 만석동 일대 ‘원괭이부리마을과 화도진’, 지금부터 함께 걸어봅시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소설 속 그곳!

인천광역시 동구 만석부두 정거장 건너편으로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작은 동네가 숨어있습니다. 김중미 작가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지로 유명한 ‘원괭이부리마을’이 그곳인데요, MBC 특별기획 <책을 읽읍시다>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책은 당시 워낙 유명했던 베스트셀러였던 만큼, 마을은 지금까지도 부러 이곳을 찾는 독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답니다. 한국전쟁 후 갈 곳 없는 피난민 달동네였던 인천 동구 만석동의 원괭이부리말 마을. 소설의 페이지를 넘기듯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이 더욱 생기있고 깊은 이야기를 전할 것만 같습니다.

 

서 있는 곳은 ‘원괭이 새뜰마을사업’의 목적으로 조성된 특화거리입니다. 기찻길을 테마로 한 거리는 초입으로 옛 간이역을 그대로 재현한 역사 모형이 눈에 띕니다. ‘원괭이마을역’ 간판과 하늘색 문, 격자무늬 창문이 시간을 거슬러 그 시절 추억을 부르는데요, 그 옆으로는 아기자기한 마을 지도가 골목골목의 스폿들을 미리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닥으로 이어진 철길무늬는 실제 기차가 지나갔던 그 시절은 마을길을 떠올리게 합니다. 4m 높이의 담장으로 인천의 파란 하늘과 바다가 가득 담긴 벽화, 허공의 갈매기는 날갯짓이 힘차며 열차가 뿜어대는 연기는 두둥실 구름과 뒤섞여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는 담장은 마을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절로 불러 세우는 공식 포토존입니다.

 

특화거리를 따라 쭉 이어진 담장으로 알록달록 벽화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단층의 집들은 가가호호 이어져 하늘 아래 긴 스케치북 펼치고 있는데요, 화사한 파스텔 톤을 베이스로 고양이, 여우 등등, 각종 그림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생생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림 속 한 사내는 쓰러질 듯 위태로운 장작더미에 걸터앉아 연신 피리를 불고 있습니다. 빵빵한 볼을 하고는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손가락, 그 모습이 마치 추억의 동화 <피리 부는 사내>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푸른 배경으로 알록달록 산호와 나풀거리는 해초류, 무리를 지어 유영하는 물고기 떼가 바닷속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벽화, 그 외 다양한 장면들이 마을의 도보 길을 풍성하게 장식하고 있는 특화거리의 풍경입니다.

 

만석동은 ‘양곡 만석이 저장되는 야적장이 있던 마을’이라는 뜻에 유래합니다. 원래 인천부 부내면 만석리 지역으로 괭이부리와 다소면의 수유리 일부를 병합하였는데요, ‘괭이부리’는 서쪽에 있는 산부리가 고양이처럼 생겼다 해서 붙은 지명이라고 합니다. 본디 섬이었던 이곳은 일제강점기 지속해서 행해진 매립사업으로 육지가 되었는데요, 이렇게 탄생한 땅 위에는 대규모 수산물 공판장을 비롯해 어시장, 제방공장 등이 세워졌습니다. 오늘날 마을의 곳곳에는 그 흔적들이 아련히 존재하는데요, 골목을 거닐며 지나간 역사를 되새겨 보는 것 역시 동네를 여행하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입니다.

 

좁은 골목을 비집고 자리한 ‘우리미술관’은 만석동에 위치한 작은 미술관입니다. 건물 앞 주차공간, 시멘트 바닥으로 노랑 부리 하얀 새 두 마리가 익살스러운 인사를 건네는데요, 지역주민과 예술가가 교류하며 함께 마을의 문화공간을 갖추고자 하는 취지에서 설립된 미술관은 인천 동구청에서 만석동의 공가를 제공받아 인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때마다 각종 기획전이 열리는데요, 마을 주민의 문화충전소이자 동네 사랑방의 역할을 자처하는 ‘우리미술관’은 갤러리 외 교육관과 공동창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간단한 그림과 함께 마을의 스폿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만석동 골목문화지도 역시 이곳에서 받아 볼 수 있습니다. (다음 호에서 이어집니다)

 

Travel Tip.

✔️ 원괭이부리마을역
     인천광역시 동구 만석동 2-2번지 일대
✔️ 우리미술관
     인천광역시 동구 화도진로 192번길 3-11 (만석동 9-134)
     032-764-7664

 

By 엄용선  | 잼이보는 하루를 사는 자유기고가 & 여행작가. 1인 프로젝트그룹 ‘잼이보소닷컴’ 을 운영하며 주변의 소소한 잼이거리에 촉을 세운다. 밥 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지며 여행,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마음이 동하는 일을 벗삼는 프로젝터로의 삶을 꿈꾸며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메일 wastestory@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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