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행] 역사의 한 페이지로 떠나는 여정, 화도진공원

역사의 한 페이지로 떠나는 여정,
화도진공원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옛 ‘화도진(花島鎭)’이 있던 자리에 조성된 시민 공간, 인천 ‘화도진공원’은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을 맞아 조성되었습니다. 9세기 중엽 서구열강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세웠던 서해안의 방어 구축진영으로 화도진(花島鎭)은 ‘곶섬’이 ‘꽃섬’으로 와전된 것을 그대로 한자로 옮긴 것입니다. 당시 중국과 일본에 진출해 있던 서양의 여러 나라는 조선에 끊임없는 문호 개방을 요구해왔다고 해요. 이에 조선은 서해안의 방위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는데요, 이를 위해 서울로 통하는 수로 관문에 화도진을 축조합니다. 지방 군사를 관리하던 지방 관제의 하나로 당시 약 70~80명의 병사가 주둔했는데요, 현재의 화도진은 1988년, 이런 화도진도를 기본으로 복원한 곳입니다.

 

화도진(花島鎭)은 크게 통상 수령 등이 정무를 집행했던 동헌(東軒)과 각종 유물들이 전시된 내부 공간(안채, 사랑채, 행랑채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공원 입구의 안내도를 참고해 둘러보면 좋은데요, 각 공간의 기능과 역할은 차치하고 한옥 그 자체만으로도 멋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화도진은 요즘 같은 봄날, 그 화창함 아래 제대로 진가가 발휘되는 듯합니다. 초입의 하트 모양 조형물은 화도진의 포토 스폿으로 유명합니다. 인스타에서는 이를 배경으로 한 인증샷들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데요, 이외에 주차장 뒤쪽의 작은 연못과 물레방아, 각종 조형물 역시 화도진의 포토스폿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3월 방문 당시 막 새순이 나던 나무들도 5월이면 초록의 싱그러움을 품고 계절의 풍요를 한가득 전할 것입니다.

 

내부를 들어서자 ‘ㅁ’자로 둘러친 건물 한가운데로 황톳빛 앞마당이 넓게 펼쳐집니다. 저 멀리 내사(內舍)를 드나드는 쪽문이 보이네요. 내사(內舍)는 안주인의 거처를 말합니다. 안채라고도 하는데요, 사적인 생활 영역으로 구분되는 건물 곳곳으로 각종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대청마루에는 찬장과 쌀뒤주, 장탁자 등이 당시의 생활 모습을 재현하며 전시관으로 개조된 행랑채에는 장군의 영정을 비롯해 무기류와 집기류 등 군사 장비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내사 옆의 문을 들어서자 ‘육모정’이라는 정자가 보입니다. 평지보다 조금 높은 곳에 세워진 정자는 사방이 탁 트인 경관을 선사하며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며 쉬어가기 좋습니다. 바람과 햇살, 그리고 옛것의 삼박자가 조화로운 시간, 고즈넉한 운치가 느린 시간 속에 흘러갑니다.

 

동헌(東軒)은 화도진의 본 건물로 수령이 정무를 집행하던 곳입니다. 병인양요후 연안각지에서 새로 들어선 31문의 포대를 관할하기 위한 행정 업무를 담당했는데요, 건물 내부에는 1882년 당시 한미수교 조인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조선의 전권대신 신헌과 미국 슈펠트 제독의 밀랍형이 모습을 보이는데요, 이날 맺은 수교는 조선이 서구와 맺은 최초의 조약으로 이후 구미 여러 나라에 대한 문호 개방의 효시가 되었다고 합니다. 건물 옆에는 우물이 하나 있는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네요.

 

관아의 좌측, 길게 세워진 행랑채가 보입니다. 화도진 전시실로 운영되고 있는 이곳에서는 외세의 개항 압력을 둘러싼 조선의 근대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옛 군인들의 모자와 갑옷, 화포 등등. 600여 점의 유물은 텍스트로만 존재했던 역사에 실체를 더하며 더욱 생생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화도진 관람을 마친 발걸음이 야외 공간을 향합니다. 소나무와 정자, 벤치 등이 잘 꾸며져 있어 산책하기 더없이 좋은 공원 시설은 요즘같이 화창한 날씨에 더욱 그 진가를 발하는데요, 실제로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둘레길에서 오가며 인사를 나누는 이웃의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하곤 합니다. 그 끝에 만나는 야외전시장에서는 과거 사용했던 대포가 위풍당당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Travel Tip.

✔️ 화도진공원
    인천광역시 동구 화수동 319-47
    032-763-3562

 

By 엄용선  | 잼이보는 하루를 사는 자유기고가 & 여행작가. 1인 프로젝트그룹 ‘잼이보소닷컴’ 을 운영하며 주변의 소소한 잼이거리에 촉을 세운다. 밥 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지며 여행,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마음이 동하는 일을 벗삼는 프로젝터로의 삶을 꿈꾸며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메일 wastestory@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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