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는 춘분도 지나갔는데 동경은 오늘 진눈깨비가 오고 있네요. 빠른 곳은 벌써 벚꽃이 피어 만개되지 않았지만, 집 앞에 살짝 고개를 내미는 목련 꽃봉오리들이 차가운 날씨에 얼굴을 내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을 해봤습니다.
앰코인스토리 가족 여러분! 코로나가 피크로 향해가고 있는 요즈음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이제는 아는 사람 주위에 코로나로 힘든 분들의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다 보니 걱정이 됩니다. 이번 고비 또한 솔로몬 왕의 지혜처럼 무사히 잘 넘어가기를 간절히 바래보면서, 삿포로 여행 3탄을 3월호에 소개합니다.
地獄谷(지고쿠다니)는 해석하면 ‘지옥의 계곡’이라는 뜻입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노보리베쓰 지옥의 계곡(登別地獄谷)은 날씨에 하늘을 뒤덮는 까마귀 떼들이 아주 효과적인 연출을 해주어 지옥을 구경하고 온 느낌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는 스산한 날씨에 조심스레 차를 몰아, 지고쿠다니로 향했습니다. 가까워질수록 유황 냄새가 코를 찌르고 지면에서는 김과 수증기가 힘차게 뿜어 나오고 있었는데요, 그 모습은 마치 지옥에 있는 듯했습니다. 사실 이곳은 계절에 따라 여러 가지 표정이 있다고 합니다.
봄에는 꽃으로 둘러싸이고, 여름에는 무성하게 자란 원시림이 펼쳐지고,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다고 하는군요. 우리가 이곳을 방문한 시기는 겨울의 한가운데여서 흰 눈이 덮여 있고 산책로 안쪽에서는 간헐천인 뎃센이케(뎃센연못)이 더 힘차게 김을 피어 올리고 있었습니다.
地獄谷 (지고쿠다니)
지고쿠다니는 굿타라 화산의 활동으로 생긴 폭렬 화구터이며, 직경 약 450m, 면적 약 11ha로 계곡을 따라 많은 용출구와 분기공이 있어, 거품을 내며 끓어오르는 풍경이 도깨비가 사는 지옥 같아 이런 이름이 유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솟아난 많은 종류의 온천수가 각 료칸(여관)과 호텔로 보내지고 있지요.
大湯沼 (오유누마)
산책을 마치고 차로 3분 정도 이동하면 오유누마라는 굿타라 화산의 폭렬 화구터에 생긴 표주박 모양의 늪이 나옵니다. 둘레가 약 1km 되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큰 온천 호수가 있고, 온천 호수의 바닥에서는 약 130도의 유황천이 힘차게 뿜어져 나오는데 표면 온도만도 약 40-50도에 달합니다. 추운 날씨여서인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질 정도의 짙은 안개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大湯沼川 (오유누마가와)
오유누마는 넘쳐흘러 오유누마가와로 흐르고 강 양쪽 기슭에 있는 나무와 푸르른 잎들, 온천수에서 피어오르는 김과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 등이 신비로운 광경을 빚어냅니다.
大湯沼川天然足湯 (오유누마가와 천연족탕)
방문자들을 위해 호수에서 넘쳐흐른 온천물로 천연 족욕을 즐길 수 있는 통나무로 만들어진 의자나 벤치가 있는 오유누마가와 천연족탕이 있습니다. 삼림욕을 끝내고 산책의 피로를 푸는데 최적의 장소이지요.
奥の湯 (오쿠노유)
오쿠노유는 후키라 불리는 원추형 호수의 바닥에서 희흑색 유황천이 뿜어져 나오는 직경 약 30m의 원형 온천호수 굿타라 화산의 폭렬 화구터에 생긴 호수이며, 표면 온도는 약 75도에서 85도로 높습니다.
산책하며 만나는 도깨비상들
도깨비상을 순례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노보리베쓰 온천의 상징인 도깨비는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요, 높이18m의 거대한 환영 도깨비상부터 사업 번창의 도깨비상, 에도 시대부터 전해져 온 염불 도깨비상 등 다양하게 있습니다.
노보리베쓰 온천에서는 오직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祭り(마쓰리)나 이벤트가 1년 내내 열립니다. 밤의 지고쿠다니를 환하게 비춰주는 오니비노미치(도깨비불거리)나 박력 넘치는 도깨비 불꽃놀이는 여름 노보리베쓰 온천의 볼거리입니다. 필자는 겨울이라 아직은 구경을 못했지만, 노보리베쓰 지고쿠 마쓰리나 노보리베쓰 온천수 마쓰리 등 온천마을이 하나가 되는 축제도 있다고 하니, 여유 있는 여행길에서는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 이번 호는 여기에서 마무리하고요, 다음 호에서는 더 활기찬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코로나 조심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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