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역으로 이사하면서 그 지역에 적응해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많았지만 영화 <초콜렛>(2000)은 이 익숙한 테마에 주인공 비안느(줄리엣 비노쉬)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진정한 관계를 맺어가는지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할 수 있어요. 이번에는 그녀가 이웃 주민들을 친구로 만들어가는 방법 세 가지를 정리해보고자 해요.
우선, 비안느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을 해결해주면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녀가 처음 공략한 것은 그녀가 세 들어 사는 집주인 아르망드(주디 덴치)입니다. 다음 대화를 보면 아르망드의 고민이 무엇인지 잘 드러나는데요,
비안느:
You and Caroline have a problem?
따님과 문제가 있어요?
아르망드 :
She won't let me see my grandson.
딸 때문에 손자를 못 보고 있어.
I'm cut off from him.
아예 만나질 못해.
비안느 :
Why is that?
왜요?
아르망드:
Well, I'm a bad influence.
내가 애를 망친대.
'Cause I don't like her treating him like a trained poodle.
그 애가 손자를 훈련받은 개처럼 다루는 게 마음에 안 들어.
I swear, that boy doesn't piss without her permission.
그 애는 자기 엄마 허락 없인 오줌도 함부로 못 눌 거야.
Ever since her husband died...she's been so... The way she frets and fusses over that boy.
남편이 죽은 후로 그 애는 애를 얼마나 닦달을 해대는지 보기가 힘들 정도라니까.
If only she'd let him run, let him breathe.... let him live.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고 숨 좀 쉬게 하지. 그게 사는 거야?
But she worries that he will overexert himself.
애가 다칠까 봐 과잉보호해.
비안느:
Do you think he'd like to see you?
손자는 할머니를 만나려고 할까요?
문장도 명사처럼 쓸 수 있는 접속사 that
그녀는 집주인 아르망드가 그녀의 딸 캐롤라인과 사이가 좋지 않아 손자의 얼굴도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을 알게 됩니다. 아르망드는 손자를 보고 싶어 했고 함께 지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캐롤라인은 아르망드와 달리 원리원칙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아들이 자신과 다르게 자유분방한 할머니한테 물들여질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이었어요. 이러한 그녀의 마음은 다음 문장으로 표현되었습니다.
She worries that he will overexert himself.
이 문장에서는 문장을 명사로 쓴 것이 눈에 띕니다. 보통 목적어는 단어 즉 명사를 써서 표현한다고 생각하는데 문장도 명사처럼 사용할 수 있어요. 이걸 명사절이라고 말합니다. 명사절을 쓰는 방법은 문장 앞에 that을 쓰는 것입니다. 명사절은 명사로 쓰이며 주어 자리, 보어 자리, 목적어 자리에 쓰일 수 있고요. 위 문장에서는 목적어 자리에 쓰였습니다.
비안느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그리고 아이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나서 그 아이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하며, 자신의 초콜렛 가게에 아르망드와 손자를 동시에 불러들여요. 이러한 기회 덕분에 할머니와 손자는 초콜렛 가게에서 종종 만나면서 서서히 친해갑니다.
그리고 비안느는 겉으로 보이는 것 외에도 그 이면에 숨겨진 의미까지도 알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결단을 내려 다른 사람을 구해주려고 하는 용기도 있었지요. 수시로 물건을 훔치는 터라 동네에서 왕따를 당하는 조세핀(레나 올린)을 보고는 비안느는 그녀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방편으로 물건을 훔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예상대로 조세핀은 남편한테 학대를 받고 있었고 경제적인 이유로 남편으로부터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비안느는 그녀에게 초콜렛 가게에서 함께 요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 또다시 그녀를 잡으러 초콜렛 가게로 와서 행패를 부리고 나서는 레노 백작(알프리드 몰리나)의 중재로 남편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지요.
마지막으로, 비안느가 이사 온 이 마을에는 엄격한 행동규범이 있었고 모든 주민은 잘 따랐기에 이웃 주민들의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비안느는 하느님을 믿지 않았기에 성당에 오라는 권고도 듣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음식을 먹지 말라는 사순절 기간에도 마을 사람들에게 초콜렛을 권해서 마을의 시장인 레노 백작과 사이가 멀어진 거지요. 거기에 기타를 치는 방랑자까지 나타나 백작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어요. 그들은 배가 집이에요. 밤이면 노래와 춤을 선보였습니다. 그들의 자유분방함에 레노 백작은 마을의 전통을 망쳐질까 봐 두렵습니다.
하지만 비안느는 달랐지요. 그녀가 방랑자에게 아무런 편견 없이 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이러한 태도 때문에 그녀의 곁에는 친구들이 많았지요.
타고난 감성과 편견 없는 마음 때문에 비안느는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이 마음을 내어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습니다. 자신을 지지해주었던 집주인 아르망드의 죽음 때문에, 그리고 방랑자도 이곳을 떠나게 되면서 비안느는 또다시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려는 그녀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그녀가 떠나는 것을 말렸습니다. 그녀가 새벽부터 짐을 싸서 이곳을 벗어나려는데 이웃들은 이미 그녀의 가게에서 그녀를 위한 아침 만찬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사람들의 고충을 읽어내고 진심으로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려는 마음 씀씀이는 그녀가 파는 초콜렛 만큼이나 달콤하고 유혹적이에요. 마을의 규칙이나 규범만을 지켜내며 살아가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고 좀 더 자유롭게 그리고 나답게 살아가는 방식을 가르쳐주는 그녀이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 사진출처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contents?movieId=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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