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븐틴 어게인>(2009)은 흥미로운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열일곱 살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런 상상을 통해 모든 것이 바닥을 치는 이 순간 마이크에게 다가온 특별한 행운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 마이크(잭 에프론)는 유망 농구선수로 중요한 경기를 앞두었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의 꿈을 접은 아픈 기억이 있어요. 영화는 과거 잘 나가던 고등학생 농구 선수의 모습을 그리며 연이어 현재 아내에게 쫓겨나고 아이들한테 미운털이 박힌 아빠 마이크(메튜 페리)의 모습을 대조해서 보여주고 있지요. 친구 집에 얹혀사는 신세에 오늘 그는 회사까지 그만두게 됩니다.
실낱같은 희망 하나 없는 그에게 행운이 찾아옵니다. 열일곱 살로 다시 돌아가 재능을 살려 농구선수가 되느냐 집안 가장이 되느냐를 선택하는 똑같은 갈림길에 서 있게 되는 거지요.
이런 설정을 강조하기 위해 영화는 두 가지 장치를 더 합니다. 첫 번째는 마이크가 그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지요. 다시 한번 자신의 꿈을 이루어보겠다고 들어간 학교에서 그는 아이들과 부대끼며 그들의 고민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아이들과 친해질 방법을 알게 됩니다.
평소 아이들은 아빠와 이야기할 때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척하거나 핸드폰만 계속 만지작거리곤 했지요. 아빠였을 때는 잔소리만 하던 바쁜 마이크였다면 열일곱 살 또래로 돌아가서는 아이들에게 멘토 역할을 해줍니다. 가령 아들이 스탠(헌터 패리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그가 편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현실적으로 길을 열어주지요. 공으로 멋진 드리블을 보여주면서 스탠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를 합니다.
마이크 :
You don’t talk to him that way.
알렉스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스탠 :
What are you gonna do?
안 그러면 어쩔 건데?
마이크 :
I’m going to call your father.
네 아버지한테 전화할 거야.
스탠 :
Give me my ball back.
내 공 내놔.
마이크 :
You know, Stan, I feel sorry for you.
(공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스탠, 너 참 불쌍한 인생이구나.
스탠 :
You don’t know me.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아는데?
마이크 :
Oh, but I do. All too well.
아주 잘 알지.
You’re the man. Captain of the basketball team.
남자잖아. 농구부 주장이고.
Dates the pretty girls. Highschool is your kingdom.
예쁜 애들과 사귀지. 고등학교는 네 왕국이고.
But people, Stan’s a bully.
그런데 얘들아. 스탠은 불량배야.
Why? It ‘d be way too easy to say Stan preys on the weak, simply because he’ s a dick.
왜냐고? 약한 애들만 건드리니 얼마나 나쁜 놈인지 뻔하지.
Stan here is much more complex than that.
스탠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해.
According to leading psychiatrists, Stan’s a bully for one of three reasons.
심리학 전문가들에 의하면 스탠은 세 가지 중 하나야.
One: Underneath all of that male bravado, there’ s an insecure little girl just banging on the closet door, trying to get out.
첫째, 남자의 허세 밑에 겁에 질린 소녀가 밖으로 나오려 몸부림치고 있지.
Two:: Like a caveman, Stan’s brain is underdeveloped.
둘째, 원시인처럼 스탠의 뇌가 덜 발달한 거야.
Therefore, Stan is unable to use self-control. And so he acts out aggressively.
자신을 통제할 줄 몰라. 그래서 저렇게 공격적으로 나오는 거지.
그리고 왕따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아들을 재능을 살릴 수 있도록 농구부에 들여보내기로 결심합니다. 친구도 만들고 아이들에게 그의 재능을 보여줄 기회를 갖게 하는 거지요.
두 번째는 몸은 비록 열일곱 살이지만 정신연령은 어른인 마이크는 지혜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기도 하지요. 이런 장치는 때로는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질풍노도를 지나는 딸아이가 상심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When you’re young, everything feels like the end of the world. It’s not.
어릴 땐 뭐든지 세계의 종말 같지만 아니야.
It’s just the beginning.
그냥 시작이야.
You might have to meet a few more jerks, but one day you’re going to meet a boy who treats you the way that you deserve to be treated.
나쁜 놈들을 더 만날지 몰라도 언젠가는 네게 어울리는 대접을 해줄 사람이 나타나.
Like the sun rises and sets with you.
네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듯이 대해주는 그런 사람 말이야.
아내는 18년 동안 자신의 꿈을 망쳐버렸다고 투덜거리던 마이크에 상처를 받아왔지요. 더 이상 그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하겠다는 절망에 마이크를 밀어내지만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요. 열일곱 살로 돌아간 후 마이크는 아내가 힘들 때마다 곁에 있어 줍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진심을 아내는 알게 되지요.
결정적으로 그가 법정으로 출석한 그 날 읽어주던 편지에 그의 진심을 확인합니다. 아들의 선발전에 간 아내는 남편이 열일곱 살로 돌아간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에게 다시는 그에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 그녀는 그를 위해 또다시 자리를 피해 주지요.
하지만 마이크는 똑같은 결정을 합니다. 열일곱 살의 농구스타가 아니라 두 아이의 아빠로,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기로요. 다음은 이런 마음을 잘 나타내주는 장면입니다.
스칼렛 :
You didn’t to have to come after me again.
그때처럼 따라올 필요 없었어.
마이크 :
Yes, I did, because I love you.
아니, 사랑하니까 따라올 수밖에 없었어.
You’re the best decision I ever made, I just forget.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 당신이라는 걸 잊고 있었어.
Look, I know that I’ve been in a bad mood for the last 20 years.
내가 지난 20년간 좀 침울해 있었지.
But if you let me, I swear, I will spend the rest of my life making it up to you.
하지만 당신만 허락하면 남은 평생 그걸 보상하며 살게.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선택으로 인해 불행해진다며 견디기 힘들 것 같아요. 스칼렛(레슬리 만) 역시 20년 동안이나 마이크가 과거의 선택으로 인해 불행해하는 것을 지켜보며 괴로웠습니다. 순간순간 자신이 곁에 있는 게 과거 아픔을 되새김질하게 하는 것 같아 더욱 그를 놓아주고 싶었을 거예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일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현재완료
마이크는 과거 20년 동안 꿈을 포기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직업을 갖고 살아간 것에 대해 후회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그는 그런 심정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지요.
Look, I know that I’ve been in a bad mood for the last 20 years.
위 문장을 보니 현재완료 시제가 쓰였네요. 형태는 <have+ 동사의 과거분사>를 취합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일이나 상태를 나타낼 때 이렇게 현재완료를 쓰면 그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요. 전치사 for은 ‘~동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완료와 함께 쓰는 표현들 중 하나입니다. 마이크는 20년간 잘못된 생각에 갇혀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선택은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는 남겠지요. 하지만 동시에 좋은 점도 있지요. 영화 <17어게인>은 밝은 쪽을 충분히 볼 수 있는데도 안 좋은 면만을 붙들고 있던 한 남자가 시간여행을 통해 깨닫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어요.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그는 아이들의 고민에 진지하게 소통하고, 아내의 얼룩진 아픔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시간여행이라는 뻔한 클리셰를 통해 과거의 인생을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지금 그에게 필요한 깨달음을 주기 위해 설정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사진출처 :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49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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