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행] 소소한 재미로 가득한 인천 시장탐방, 신포시장_역사의 시간 속으로 ‘신포옛길’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신포시장 내 상가주택 2층에 조성된 ‘신포옛길’은 열에 여덟은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입구를 가집니다. 열에 일도 그저 우연히 이곳을 발견했을 것 같은… 혹자는 카페인가? 하는 생각으로 이곳을 올라왔다지요. 이곳은 신포국제시장 안에 있는 신포시장 역사박물관입니다. 신포동과 시장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데요, 입구를 지나 옛길을 올라가는 계단, 벽에 걸린 사진 액자들은 옛날 신포동과 시장의 모습을 흑백으로 담고 있습니다. 고전양품점, 조선상업은행 인천지점, 그리고 현존하는 영화관 중 가장 오래되었다 알려진 애관극장의 옛 모습이 스칩니다.

 

 

2층을 오르자 좁은 복도가 쭉 이어집니다. 복도 끝 또 다른 복도와 마주하는 구조는 흡사 미로가 떠오르는데요, 복도 양쪽으로 다닥다닥 붙은 현관문은 상아색 에나멜페인트를 입고 있습니다. 한눈에 보아도 연식이 되어 보이는, 과거 어느 때인가 멈춰버린 시간에 있는 이곳은 당시 신포시장 상인들의 주거지로 쓰인 공동주택인데요, 놀랍게도 몇몇 집은 현재도 사람이 거주 중이라고 하네요. 그러니 관람은 되도록 조용히! 길목 길목 신포시장의 옛 모습을 마주하는 곳, 다양한 정보가 담긴 플랫폼 앞에 텍스트를 섭렵하는 눈알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신포시장은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재래시장입니다. 이전에는 ‘터진개’나 ‘탁포’로 불렸던 신포는 ‘바다로 통하는 하천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인천항 개항 당시 같은 의미의 개포동으로 불리다 새롭게 번창하는 신창동이 되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신정으로 불렸는데요, 해방 이후 바다를 매립해서 새롭게 생긴 간척지가 많아지자 비로소 신포동이라 불리게 됩니다.

 

 

1883년, 개항 전까지 그저 작은 포구에 불과했던 인천은 개항 이후 수도 한양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으로 가장 먼저 외국에 문호를 개방하는 항구도시가 되었고, 내외국인이 몰려들게 됩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신포시장을 인천에서 가장 번성한 시장으로 만들었는데요, 개항 이후 신포시장에는 채소 시장인 푸성귀전이 개설되며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점포가 20개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어와 일본어, 한국어가 뒤섞인 푸성귀전의 모습은 당시 사람들에게 좋은 구경거리가 되었습니다. 중국인과 일본인이 서툰 한국어로 흥정하는 모습은 물론, 푸성귀전 점포 좌판에 펼쳐 놓은 채소들의 면면(양파, 토마토, 당근, 완두콩, 마, 연근 등) 역시 당시로는 낯선 채소들로 신포시장에는 이 같은 풍경을 보러 일부러 찾아오는 구경꾼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중국인들이 주도했던 푸성귀전에서 유래한 신포시장, 이후 수산물을 취급하는 어시장이 형성되며 인천 연안은 물론 충청도 지방의 수산물이 거래되기 시작합니다. 과정에서 정흥택이라는 한국인의 고군분투와 일제의 방해, 일련의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던 얼음 공장의 존재 등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신포시장 옛길을 따라 이어집니다.

 

 

 

772로 시작하는 전화번호를 가진 이발소, 나무로 된 우편함은 묵은 때가 잔뜩 보입니다. 그간의 세월을 짐작케 하는 공간의 구석구석, 하얀 벽으로는 벽화들이 즐비한데요, 커다란 항아리를 지고 가는 사람, 생선을 다듬는 여인, 채소 파는 상인, 어느 선술집의 풍경 등등. 옛 신포시장의 면면이 발길에 차이는 신포옛길 탐방이었습니다.

함께하면 좋을, 무디블루스

 

 

벽면 가득 꽂힌 LP판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곳, 신포국제시장에서 살짝 벗어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이곳은 음악 카페 ‘무디블루스’입니다. 어둑한 실내로 은은하게 발광하는 빨간 불빛이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 사장님의 취향이 가득 담긴 선곡은 시간을 거슬러 옛 감성에 흠뻑 취하는 시간을 선사합니다. 테이블마다 마련된 종이는 그때그때 듣고 싶은 곡을 신청받는 용도! 필자가 택한 곡이 흐르자 어쩐지 술맛도 더 달달해질 것 같아요.

 

Travel Tip.
신포옛길
✔️ 인천 중구 우현로49번길 11-5 (신포동 3-2)

무디블루스
✔️ 인천 중구 신포로35번길 3 (관동3가 1-1)
✔️ 매일 17:00~02:00 (연중무휴)
✔️ 032-777-9366

 

By 엄용선  | 잼이보는 하루를 사는 자유기고가 & 여행작가. 1인 프로젝트그룹 ‘잼이보소닷컴’ 을 운영하며 주변의 소소한 잼이거리에 촉을 세운다. 밥 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지며 여행,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마음이 동하는 일을 벗삼는 프로젝터로의 삶을 꿈꾸며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메일 wastestory@naver.com 블로그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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