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만나는 대한민국 인물열전
광주 백범기념관 & 김대중 컨벤션센터
맨 가지를 오롯이 드러낸 나무들이 마른 나뭇잎을 바람에 날립니다. 무심코 다가와 무심히 떠나는 가을의 끝자락, 그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맞이하는 새로운 겨울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설레게 할까요? 안녕하세요, 앰코가족여러분~! 이번 광주여행은 광주에서 만나는 대한민국 인물열전! ‘광주 백범기념관’과 ‘김대중 컨벤션센터’입니다. 자, 함께 떠나볼까요?
민족의 큰 스승, ‘김구’를 기리다. 광주 백범기념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2019년은 그 어느 때보다 관련 이슈들이 넘쳐나는 해였습니다. 유관순, 윤봉길, 안중근 등등 내로라하는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그들의 숭고한 정신, 그중에서도 백범 김구 선생은 단연 중심에 있는데요, 이곳 광주에 그를 기리는 기념관이 있다 하여 가보았습니다.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망명 후, 생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살아온 백범 김구. 그는 대체 광주와 어떤 인연이 있는 걸까요?
광주광역시 동구, 무등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광주천변으로 자리한 백범기념관, 건물 뒤쪽으로 ‘백화’라는 이름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습니다. 그 전신은 ‘백화마을’로 ‘백 가구 화목하게 살기 바란다.’는 의미가 담긴 이름이지요. 본디 이 일대(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1013번지)는 일제강점기 때 고국을 떠나 살다가 해방되어 귀국한 전재동포들이 그들의 어려운 삶을 이어 나가던 터전이었습니다.
“광주에 전재민이 많다는 말을 듣고 시장을 초청하여 다소간 전재민을 돕는 데 보태어 쓰라고 부탁하여 주고 광주 환영회를 마쳤다.”
- 「백범일지」 중에서
독립운동가인 서민호 광주부윤이 김구 선생의 희사금과 광주 지역 유지들의 뜻을 모아 만든 마을, 4~4.5평의 작은 집 100세대가 모여 살았던 이곳은 그야말로 광주지역의 가장 오래된 해방촌인 셈입니다.
광주 백범기념관은 학동 역사공원, 전시실, 교육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백화아파트를 병풍으로 둔 백범기념관, 건물 외벽의 대형 현수막으로 ‘100년을 지킨 광주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빼곡합니다. 백범 김구 선생과 백화마을을 기념하고 기록하고자 조성된 ‘학동 역사공원’에는 김구 선생의 일대기와 휘호 기록판, 백화마을의 유래를 상징화한 말집 쉼터, 그리고 백범 김구 선생의 동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굴곡진 벽을 따라 천천히 걷는 걸음, 백범의 일대기와 말씀들이 하나하나 스치니 완전한 자주독립 국가를 열망했던 김구 선생의 염원이 더욱 가까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기념관 2층에 자리한 전시실에는 김구 선생의 생애(국내 독립운동, 국외 독립운동, 통일운동)와 백범일지, 한인애국단 선서문 화광동진 휘호 만장 등의 유물(복제본)을 전시하고 있으며, 김구 선생과 전라도, 백화마을의 인연, 광주 전남 출신 독립운동가들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체험존과 포토존 이렇게 총 열두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에서 김구 선생이 두 아들과 국민에게 남긴 ‘백범일지’, 그리고 북한의 김두봉에게 보냈던 ‘남북협상 서신’과 광주 최흥종 목사에게 써준 ‘화광동진’ 휘호 등을 만납니다. ‘백정범부(白丁凡夫)’에서 비롯했다는 선생의 호, 백범(白凡)! 이는 가장 낮은 계층인 백정과 평범한 범부들의 애국심이 자신 정도는 되어야 완전한 독립국민이 되겠다는 선생의 바람에서 지은 호라고 합니다.
그의 가족과 유년기, 동학운동을 거쳐 그 유명한 ‘치하포 사건’ 앞에 섭니다. 영화 <대장 김창수>를 통해서도 익히 알려진 이 사건은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에 분개한 김구가 대동강변 치하포에서 일본인 쓰치다를 척살한 일을 말합니다. 일설에 의하면 쓰치다는 황후를 시해하고 도망 중인 자객이 아니라 일개 상인에 불과했다고 하는데요, 김구는 이 사건으로 체포된 뒤 인천감옥소에 수감되고 사형 선고까지 받게 됩니다. 하지만 김구는 가까스로 탈옥에 성공합니다. 기약 없는 도피생활의 시작인데요, 당시 갓 스물 남짓이었던 그를 기꺼이 숨겨주고 품어준 곳이 이곳 전라도 땅이라고 합니다. 해방 후 김구는 그 시절 자신을 숨겨준 은혜의 땅을 다시 찾는 ‘보은’ 순행길에 나섰고 기념관이 자리한 백화(百和)마을과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김구의 희사금을 종잣돈 삼아 조성한 거주지, 백화마을은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평생을 바친 민족 지도자 김구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입니다. 본디 이곳은 ‘학동 8거리’라 불리던 일제강점기 갱생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1930년대 광주천변에 움막을 짓고 모여 살던 빈민들을 강제 이주시킨 집단거주지, 가운데 감시 초소를 두고 방사상으로 길을 낸 ‘파놉티콘’ 구조는 그들의 동태를 효율적으로 살피기 위해 고안된 최적의 구조입니다. 현재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자취를 감춰버린 ‘학동 8거리’, 이곳 기념관이 아니었다면 기억 속에 영원히 사라졌을 우리 역사의 단면입니다.
김구의 가계를 시작으로 독립운동의 전 과정을 시대순으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는 전시실, 그 마지막 광주전남 출신의 독립 운동가들의 이름들이 빼곡한 기념벽 앞에 섭니다. 한 분 한 분, 그 이름들 아로새기며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립니다. 말할 수 없는 감사함에 절로 숙연해지니 그 빚을 우리는 갚을 수 있을까요? 그러니 늘 잊지 않고 살아가야겠습니다.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천변우로 599 (동구 학동 1013)
운영시간 : 하절기(3~10월) : 09:30~18:00(입장마감 17시) / 동절기(11~2월) : 09:30~17:00(입장마감 16시)
휴관일 : 매주 월요일, 공휴일,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
문의 : 062-233-2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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