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터레이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이제 17마일 드라이브 도로를 찾아간다.
퍼시픽 그로브와 카멜을 잇는 17마일의 사설 도로를 ‘17마일 드라이브’라고 하는데 바닷가를 끼고 있는 페블비치 골프장과 멋진 해안을 볼 수 있어 유명한 곳이다. 특히 외롭게 서 있는 멋진 론 사이프러스(Lone Cypress)도 멋지다.
생각보다 어렵게 찾아낸 17마일 드라이브 게이트, 사설 도로라 통행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페블비치를 찾아 고고씽~페블비치(Pebble, 조약돌)라고 해서 보길도 바닷가처럼 동글동글한 조약돌 해변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한국인이 생각하는 조약돌과는 크기 등급이 다른 돌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정도의 크기를 조약돌이라고 부르는지. 해변에 나간 아이들은 그 조약돌(?)로 탑을 쌓느라 나름 분주하다.
몬터레이와 마찬가지로 해조류들로 가득 차 있는 바다와 푸른 하늘이 무척 풍요로운 인상을 준다.
딸아이 뒤로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어렴풋이 보이는 곳이 바로 그 유명한 페블비치 골프장이다. 1919년에 개장하여 세계 3대 골프장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으며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 골프를 칠 수 있는 환상적인 코스로 유명하다. 거센 바닷바람에 가지와 몸통이 한 방향으로 꺾여 힘들게 서 있는 나무들도 인상적이다.
차를 몰고 조금 더 가면 단단한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거친 해풍 속에서도 꿋꿋이 서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를 볼 수 있다. 저 사진을 볼 때마다 사진을 좀 더 잘 찍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다시 남는다. 서부 여행을 떠났을 당시 처음 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서 조작법도 익숙하지 않았고 피사체는 무조건 사진 한가운데 놓고 찍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왕초보였기 때문에 사진의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을 알지 못했던 때였다. 사이프러스 나무가 좀 더 왼쪽으로 가고, 오른쪽에는 넘실대는 바다를 담아냈으면 얼마나 좋은 사진이 되었을까.
바닷가 구경을 마치고 점심도 먹을 겸 페블비치 마켓으로 간다. 마침 와인샵이 있어서 필자가 좋아하는 와인을 둘러보러 들어가 본다.
내 사랑 할란, 본드, 오퍼스 원이 한국보다 정말 착한 가격으로 유혹한다. 저 당시도 엄청난 가격이지만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아이들. 소량 생산을 고집하는 미국 컬트 와인에까지 중국인들이 눈을 뜨는 바람에 가격이 너무도 많이 올라버렸다.
점심을 먹고 나서 카멜 비치로 향한다. 서부영화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이 되어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푸른 바다를 보고 달려가는 큰아이. 필자도 뒤를 쫓아가 신발을 벗고 바닷물에 발을 적셔본다. 생각보다 물이 차가웠다.
큰 딸이 카멜 해변을 즐기고 있을 그 사이, 둘째는 속이 불편한지 화장실 앞에 시무룩한 얼굴로 있다. 저 사진을 찍은 후에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화장실에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나도 안 나오는 아들이 궁금해 화장실로 찾아갔는데, 으악, 차마 말 못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독자의 상상에 맡기고 싶다.
화장실 사건 후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사소한 접촉사고가 일어나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으나, 풀 커버리지 보험을 들었던 덕에 큰 문제 없이 보험으로 커버되었다. 화장실 사건도 그렇고 접촉 사건도 그렇고, 미국 여행에서 겪었던 큰 에피소드 중 하나지만 그 자세한 기록은 필자와 가족의 추억 속에 간직해두겠다. (^_^)
자, 이제 본격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간다. 캘리포니아 Highway #1을 달리며 LA를 향해 출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고속도로가 끊어질 듯 끊기지 않고 이어 있다. 오른쪽에는 검푸른 빛으로 일렁이는 바다, 태평양이다. 곳곳에 뷰 포인트들이 있고, 차를 잠깐 세우고 산책을 하여 바닷가로 나갈 수 있는 곳들도 있다. 저 아래 보이는 바닷가 해변에는 관광객들이 한가로이 해변을 거닐고 있다.
차를 몰고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면 두 절벽을 잇는 오래된 콘크리트 다리가 나온다. 1932년에 만들어진 Rocky creek bridge다.
다리 주변의 경관도 너무 멋지다.
조금 더 남쪽으로 운전하여 내려가면 빅스비 다리(Bixby Creek Bridge)가 나오는데 좀 전에 지나왔던 로키 다리보다 더 깊은 낭떠러지 위에 세워졌다. 지은 지 100년이 되어가는, 세계 최대의 싱글 스핀 콘크리트 다리라고 한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을 타고 도는 드라이브 코스. 오른쪽은 천 길 낭떠러지로 이어진 쪽빛 바다다. 어떻게 이런 험준한 곳에 자동차 도로를 냈을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달리다 보면 곳곳에 뷰포인트 주차장이 있다. 어느 뷰포인트에 들러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저 아래서 무언가 꿱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파도 소리와 섞여 약하게 들리긴 하지만 분명 꿱꿱하는 소리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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