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앰코인스토리 독자 여러분! 처서도 지나갔고, 이제는 선선한 가을, 즉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하는 9월이 왔습니다. 아직 일본은 무더위로 30도를 넘나드는 날씨가 계속되는 상황이네요. 그러나 이곳 요코하마 사무실에서 바라보는 요코하마의 하늘은, 파랗고 청명한 하늘이 하얀 구름과 같이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한 완연한 가을 하늘입니다. 성큼성큼 다가온 추석이 다음 주라서 그런지, 벌써 햇곡식이 나올 정도로 노란 들녘이 펼쳐진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한국의 시골 들녘이 그립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이제 타향살이도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호에서 여러분께 보여드릴 것은, 일본 하면 상징적으로 떠오르는 ‘후지산’입니다.
지난 8월 말이던 주말, 함께 근무하는 법무팀 팀원들과 후지산에 다녀왔답니다. 후지산은 성층 화산으로, 현재는 활동하지 않는 휴화산이며 3,776m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일 년 중 한여름인 7월과 8월만 입산이 허가되어 있고, 일본 산악신앙의 대상으로 많은 순례객을 끌어들이는 점과, 각종 그림과 문학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예술의 원천으로 유네스코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습니다.
후지산이라는 명칭은, 일본의 다케토리 이야기(竹取物語)에서 나오는 가구야히메 설화에서 불로불사의 약을 천제가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산의 꼭대기에 두고 불사르도록 명해서, 그 이후부터 불의 산(ふしの山)이라고 하여 후지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현재 후지산은 일본 혼슈중앙부, 시즈오카현과 야마나시현의 경계에 있는 곳에 있어서 신주쿠 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로 두시간 반이 걸립니다.
후지산 등산을 하기 위해 지난 2개월간 법무팀 내에서는 훈련이 행해졌답니다. (^_^) 우선 7월 27일 다카오산 등반, 8월 10일 오오야마산 등반, 8월 19일부터 2주간은 매일 아침 1층에서 17층까지의 계단 오르기 등으로 후지산에 과연 오를 수 있을지 몸 상태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점심시간에는 후지산 등산에 관한 비디오를 시청하며 주의점을 숙지하였고, 준비물 리스트를 준비해서 준비물을 하나하나 확인하였습니다. 일련의 이러한 과정은 등산 전문가로 알려진 법무팀에 있는 와타나베상이 전부 맡아서 진행했고요.
자! 드디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8월 30일 아침 5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하여 등산길에 나섰습니다. 9시 반에 후지산 5번째 스테이션(2,305m)에 도착하니, 벌써 날씨가 도심보다는 15도 이상 내려갔습니다. 옷을 바꿔 입지 않으면 안 되는 날씨로 쌀쌀했지만, 파란 하늘에 펼쳐진 구름과 함께 내려다보이는 후지산 인근 마을은 무척 한가로워 보였습니다. 5번째 스테이션은 등산객 대부분이 후지산을 등산 시에 집결하는 장소로 2019년 후지산 마지막 등산을 즐기기 위한 외국인들로 붐볐습니다.
후지산 5스테이션에서 법무팀 팀원과 같이 합류해 간단한 식사를 한 후, 12시부터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었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5스테이션을 나와 6스테이션으로 올라가는 길은 비교적 평지에 가까워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는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후지산을 등산하는 루트는 여러 곳이 있답니다. 그중에서 초심자라도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요시다(吉田) 루트로 우리는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6스테이션에서 7스테이션으로 가는 길은 암석과 작은 자갈길이 이어져 있어서, 그렇게 경사진 루트는 아니고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루트였지만, 쉽지 않은 구간이었습니다.
5스테이션부터 조금씩 시작된 산소 부족 현상으로 머리는 아파지기 시작했으며, 세차게 불어 닥치는 바람에 맞서 올라가는 것은 더욱더 체력을 떨어뜨렸습니다. 아, 고산증! 후지산을 등산하기로 했을 때부터 이 부분이 신경이 쓰이더군요. 역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증세였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법무팀 멤버들의 따뜻한 배려와 등산전문가인 와타나베상의 고산증을 이겨낼 수 있는 호흡법 덕분에 조금씩 컨디션이 회복되어 7스테이션까지는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스테이션마다 조그마한 매점이 있는데요,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구입하고 화장실도 구비되어 있어서 등산객에게는 유용한 시설이었습니다.
7스테이션에서 떨어진 체력보충을 위해 멤버와 같이 먹은 어묵은 지금까지 먹어본 어묵 중 가장 맛있던 것 같아요. 추위에 얼어붙은 몸을 따뜻한 국물로 달래고, 멤버와 같이 오늘의 종착지인 8스테이션을 향해 올라갔습니다. 체력이 무척 떨어진 탓인지 다른 멤버들보다는 떨어져서 올라가는 길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같이 가는 멤버들 덕분에 무사히 8스테이션(3,200m)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하룻밤 묵을 산장에 도착해 짐을 풀고, 이른 저녁밥인 카레와 다음 날 아침 도시락까지 챙기고 새벽 1시 기상을 위해 저녁 6시부터 취침에 들었습니다. 하루 동안 피곤함을 반찬 삼아 조금 눈을 붙여보려 했는데, 끊임없이 산장에 들어오는 사람의 소리와, 하루 피로를 이기려는 외국인들의 맥주 파티 소리에 깊이 잠들기는 쉽지 않았더군요. 무엇보다도 밖에서 불어대는 세찬 바람 소리는 과연 다음날 새벽에 정상에 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불러와 잠에 들 수가 없었습니다. 걱정한 대로 새벽 1시에 산장 주인으로부터 세찬 바람으로 인해 정상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래도 꼭 올라갈 사람은 본인 책임하에 올라가라고 하는 지침이 제시되었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포기했고, 다가올 일출을 볼 기대로 남은 시간을 단잠으로 보냈답니다.
4시 40분, 주인장의 안내에 따라 일출을 볼 수 있는 장소로 나왔습니다. 벌써 많은 등산객으로 붐비고 있네요. 우리도 자리를 잡고 조금씩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해가 나오는 것을 세찬 바람 속에서 기다렸습니다. 해가 지평선과 검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자, 많은 등산객은 함성과 함께 사진을 찍기에 분주했습니다. 일출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녹화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정말 후지산의 일출은 웅장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장관이었습니다. 필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가져왔는데 사진으로 느껴지려나 모르겠네요.
일출이 끝나고 산장으로 돌아와 아침 도시락을 먹고, 산 정상에 다시 도전해볼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세찬 바람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동의해서 이번 후지산 등반은 아쉽게 8스테이션에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하산길에 올랐습니다. 하산길은 트랙터로 지그재그로 만들어 놓은 등산길과는 다른 길로 안내되어 있어서 암석과 자갈들과 싸우지 않고 손쉽게 내려올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산길에 구름과 함께 어우러진 (일본의 알프스라 불리는)후지산의 웅장한 자태를 한눈에 담았습니다. 등산길과 하산길을 분리해 놓은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쓰레기 하나 없는 아주 깨끗한 등산을 즐길 수 있어서 더욱더 좋았습니다.
후지산 등반에 끝까지 같이 해준 법무팀 멤버들, 와타나베상, 고이케군, 아시노상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앰코인 가족 여러분, 다음 호에는 일본의 가을 소식을 가지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번 태풍 링링도 잘 이겨내시고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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