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계속) 게이트처럼 생긴 작은 문을 통과하면, 마치 외계 행성에 온 것처럼 느끼게 하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여기저기서 유황냄새 가득한 수증기를 내뿜고 있고 그 옆으로 나 있는 보드워크를 걸으며 주변을 살펴볼 수 있게 되어있다.
포셀린 베이신(Porcelain Basin) 위로 떠 있는 뭉게구름들, 그리고 너무나도 파란 하늘. 이것 풍경이 바로 태초의 지구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참고로 Basin은 평지 또는 평야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을 말한다.
처음 보는 신기한 풍경들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나무로 만들어진 난간이 있는 보드워크를 따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난간에 손을 대고 걷게 된다. 이 나무 난간의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서 나무 가시에 찔리는 일이 발생하니 특히 조심해야 할 일이다. 트래일을 마치고 나왔는데 어떤 아이가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가만 보니 중국 관광객 아이의 손에도 가시가 박혀 있었고 당황한 부모는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필자가 방법(?)을 알려주고 도구를 빌려줘 다행히 그 아이도 가시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xièxie를 연발하는 중국 관광객과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를 뒤로하고 다시 차에 오른다. 시간이 벌써 4시라 숙소로 바로 출발~!
한참 차를 몰고 가는데, 길옆에 무엇인가 커다란 털 뭉치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뭘까. 점점 다가가 보는데 그분은 바로 버팔로 님이시다. 선사 시대부터 이곳을 지키고 계셨던 옐로스톤의 터줏대감이다. (^_^) 지나가는 차에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무심한 듯 웅크려 낮잠을 쿨쿨 자고 있다.
차를 몰고 조금 지나가니 이렇게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윈도 배경화면으로 써도 될 만한 풍경이다. 평화로움을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바로 이런 사진이 아닐까?
레이크 랏지(Lake Lodge)에 드디어 도착했다. 여권을 제시하고, 예약을 확인하고, 키를 받아서 예약된 방을 찾아간다. 독립형 숙소인데 외관은 좀 낡고 허술해 보였으나 내부는 인테리어를 새로 했는지 가구, 침구류 등이 모두 새것이다. 기분 좋은 나무냄새가 방 안에 가득하다.
짐을 풀어놓고 다시 레이크 랏지 메인 건물로 나가본다. 랏지 앞에는 커다란 옐로스톤 호수가 펼쳐져 있다. 랏지 앞에는 흔들의자가 많이 있는데 관광객들이 나와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다.
필자는 미리 준비한 화이트와인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며 와인을 즐긴다.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평화로운 시간이다.
어디서 또 나타났는지 터줏대감님이 어슬렁거리며 앞을 지나가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눈 앞에 펼쳐지는 호수의 풍경을 보고 있는데 시간이 제법 흘렀는지 옐로스톤 호수에 조용히 어둠이 내린다.
세상이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인간의 손길에 때 묻지 않고 오롯한 대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 옐로스톤 국립공원. 평생 잊지 못할 여행지가 바로 이곳이 아닐까 싶다. 내일은 옐로스톤의 명소 올드페이스풀을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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