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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n영어 13호]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당신은 끔찍한 실수를 했을 뿐이에요


영화의 매력은 화면에 어떤 순서로 장면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메시지의 묵직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고객에게 불친절하고 매사 심드렁해 보이는 아파트 관리인 ‘리(케이시 애플렉)’는 보는 사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영화 첫 장면에 조카와의 즐거운 한때를 보여주는 것과는 대조적이지요.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평소 심부전으로 고생하던 형 ‘조(카일 챈들러)’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고향 맨체스터로 부리나케 가는 그가 형의 죽음 이후에 조카 ‘패트릭(루카스 헤지스)’의 후견인으로 살아갈 것을 거부하는 것을 보면 어떤 모습이 진짜 그의 모습일까 궁금해집니다.


▲ 사랑하는 형 조와 조카 패트릭과의 즐거운 한때


아내도 있고 사랑스러운 두 아이까지 있던 리의 과거의 즐거웠던 삶을 연이어 보여주면서 점점 리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더욱 힘들어집니다. 그러다 끔찍한 화재 사건이 나던 그 날에 대해 리가 회고하는 장면을 목도하고 나서야 왜 그가 그렇듯 조카 후견인의 역할을 거절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다음은 파티 후 상점에 맥주를 사러 간 사이 일어난 화재 사건에 대해 리가 이야기하는 장면입니다.

 

I put a couple fire logs in the fire and I... Just to warm up the house when I was gone.
나갔다 오면 따뜻해지라고 벽난로에 장작을 더 넣어 놓았어요.
And then... I am going to the mini-mart, but I'm too wasted and I don't want to drive.
그리고 마트에 갔지요. 너무 취해서 운전은 할 수 없었어요.
So I walk. It's about 20 minutes each way.
20분 동안을 걸어서 갔어요.
And about halfway there, and I can't remember if I put the screen on the fireplace.
중간쯤 갔는데 문득 벽난로 안전망을 쳤는지 확신이 안 서더라고요.
I figure it's okay. So I just keep going to the store.
그래도 괜찮겠지 하고 계속 걸어갔어요.
And, uh, that's it. Log must've rolled out onto the floor.
이게 내가 아는 전부에요. 장작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져 불이 났나 봐요.
And the firemen said they pulled Randi out. She was passed out.
소방관이 랜디를 끌어냈는데 아래층에서 기절해 있었대요. 

 

~했음에 틀림없다는 강한 추측 must have p,p

 

사건의 발단은 리가 가족이 잠든 사이 혼자 마트를 다녀오면서 벽난로 안전망을 치지 않은 거였어요. 다음 문장은 이로 인해 장작이 바닥에 굴러 불이 났을 것이라는 리의 추측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Log must've rolled out onto the floor.

 

이 문장에서 must have p,p~했음에 틀림없다는 강한 추측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경찰관이 그에게 일러주듯 이것은 실수일 뿐 죄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한순간에 사랑스러운 아이 두 명을 잃어버린 리는 모든 일이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사랑하는 조카의 후견인조차 맡을 자신이 없는 것이지요. 형 조는 그가 제 아들을 잘 키워낼 것이라는 절대적인 믿음으로 그를 후견인으로 지정한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더욱더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전처인 ‘랜디(미셀 윌리엄스)’를 우연히 거리에서 만났는데, 랜디는 새로운 가정을 꾸려 아이까지 임신한 상태입니다. 사고 직후 리에게 모진 말을 내뱉은 것이 마음에 박혀 리에게 랜디는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지만, 마음속이 이미 황폐해진 리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 전처인 랜디와의 만남


우여곡절을 겪은 리의 인생을 조명하면서 영화는 그가 피폐해진 이유에 대해 하나씩 그 사연을 풀어놓습니다. 퍼즐 조각이 영화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맞춰지면서 그가 겪었을 끔찍함과 죄책감, 사고 이후 얼마나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그 아픔을 여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한 순간에 잃었고, 그 원인이 자신의 부주의에 있었던 것을 안 사람의 마음이란 지옥과 같았을 것입니다. 그런 자신이 조카를 맡아 책임진다는 일이 자신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영화를 보며 사람을 한두 번 보고 이런 사람일 것이라 지레 단정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새삼 깨닫기도 합니다.


사진출처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05676




글쓴이 김지현

미드를 보다가 애니와 영화까지 영어의 매력에 홀릭한 여자다. 영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금도 뻔하지 않은 수업을 하려 불철주야 행복한 고민 중이다.




※ 외부필자에 의해 작성된 기고문의 내용은 앰코인스토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