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계속됩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찾다가 결정한 것이, 바로 자전거를 타고 금문교를 넘어가는 것이었다. 숙소 바로 옆에서 자전거를 빌려 피셔맨스워프 – 금문교 – 소살리토섬 – 피셔맨스워프(페리 이용) 이런 루트로 도는 일정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트램을 타고 시내 구경을 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자전거 세 대를 빌린다. 아이들 각각 하나씩과, 자전거를 못 타는 아내를 위한 2인용 자전거 하나다.
해변을 따라서 가다 보면 이렇게 낚시하는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다. 물고기를 낚으려는 강태공의 마음이나 곁을 지키면서 떡고물이라도 떨어지길 바라는 펠리컨의 마음이나 똑같아 보인다.
날이 많이 흐린지, 아니면 안개가 밀려와서 흐리게 보이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자전거를 타고 계속 이동하다 보면 어느새 금문교가 바로 눈앞에 있다.
자전거를 타고 금문교(Golden Gate Bridge)에 진입하니 생각보다 많은 관광객이 걷고 있었다. 다리의 총 길이는 약 2800m이며 걸어서 40분 정도 소요된다. 그 당시 불가능하게 보였던 다리를 완성하고 관련자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한 동판에서 기념사진도 남겨본다.
차량의 소음이 너무 시끄러워 처음에 느꼈던 운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서 이 다리를 빨리 건넜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다리를 무사히 건너와서 뒤를 돌아보며 찰칵!
금문교를 건너면 소살리토(Sausalito) 섬이 나타나는데 예쁜 상점과 갤러리들이 모여 있어 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기도 했고, 예술가들과 음악가들이 사는 고급스러운 별장들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다.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곳에 자전거를 타지 말고 갓길로 걸어가라는 주의 문구가 있다.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언덕 아래로 내려간다.
바닷가에는 어김없이 강태공 아저씨들이 있다. 아저씨는 가오리를 잡았는데 먹지 못하는 거라 그랬는지 바다에 바로 방생한다.
점심때가 되어 뭘 먹을까 고민하며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맛집처럼 보이는 곳이 시야에 들어온다. 간판도 그냥 햄버거, 심플하다. 가게도 작은데 정말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안을 보니 패티를 기름에 튀기지 않고 숯불에 구워낸다. 그게 비결이었을까?
우리 가족도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햄버거를 사 들고 근처 잔디밭으로 간다. 아, 이거 생각보다 너무 맛있네. 자전거를 타고 와서 출출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이제까지 먹어본 햄버거 보다 훨씬 맛이 있었다. 잔디밭에 앉아서 먹는 햄버거,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참 자유롭고 여유로워서 좋다.
바로 옆 작은 분수대 위에 앉아서 아들이 먹고 있는 햄버거를 호시탐탐 노리는 갈매기 님. 어디를 가나 갈매기 님은 먹을 것을 노리고 계신다. (ㅎㅎ)
간단한 점심을 마치고 근처 동네 골목을 돌아다녀 본다. 작은 빈티지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찬 골목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필자는 와인 가게를 주요 타깃으로 돌아다니며 봤는데 관광지라 그런지 가격이 매우 비싸다. 미련 없이 패스~!
소살리토에서는 자전거를 싣고 샌프란시스코 피셔맨스 워프로 갈 수 있는 배가 자주 있어서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미리 티켓을 끊어 놓은 터라 여유롭게 다니다가 시간에 맞춰 배에 탄다.
어제 우리가 피셔맨스 워프 식당에서 창문너머로 보았던 구름인지 안개인지 했던 것이 소샬리토산을 스멀스멀 넘어 온다.
자,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배는 출발한다. 멀어지는 소살리토여, 안녕~!
어제 보았던 앨커트래즈 감옥이 바로 옆으로 지나간다. 참고로 앨커트래즈섬은 미 연방정부의 교도소로 쓰였던 섬으로 한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다고 해서 ‘악마의 섬’이라는 별칭이 붙은 섬이다. 주변의 빠른 조류와 낮은 바닷물 온도(7~10도)로 인해서 헤엄을 친다 해도 살아서 탈출할 수 없다고 알려진 무시무시한 곳이다. 형무소가 폐쇄된 후로는 투어장소로 여행객을 맞이하고 있어서 피셔맨스 워프에서 배로 30분이면 닿을 수 있고 예약을 하면 감옥투어를 할 수 있다.
배는 마침내 피셔맨스 워프에 도착했다. 밖으로 나와보니 근처에 2차 세계대전 때 사용하던 배를 전시해 놓은 곳이 있다.
흥미로울 것 같아서 입장료를 내고 입장! 배 안으로 들어가 본다. 좁은 철제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데 여간 불편하고 힘든 게 아니다. 좁은 통로에 빼곡히 차 있는 파이프들 그리고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계단과 통로들, 선원들의 방은 너무나 좁고 불편해 보였다. 흔들리는 배 안에서 가족들을 그리워했을 그들의 외로움이 배 안에 가득한 쇠, 기름 냄새와 함께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이제는 자전거를 반납하고 드디어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트램을 타러 간다. 피셔맨스 워프와 유니언 스퀘어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오르막길로 한참을 걸어가면 언덕이 끝나는 곳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는 곳이 나온다. 언덕 아래쪽에서 올라온 트램이 요 동그란 부분(맨 왼쪽 사진)에 정차하고 사람들을 내려놓으면, 건장한 체구의 흑형들이 몸으로 밀어 트램의 방향을 아래쪽으로 돌려준다.
드디어 우리가 탑승할 차례다. 우리 앞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신이 나서 차량 손잡이에 한 손으로 매달려 장난을 친다.
자, 이제 출발~ 생각보다 언덕의 경사가 상당히 가팔라서 그냥 걸어서 올라오려면 정말 힘들 듯 보인다.
마지막 종착역에 내리면 저 위 출발점과 동일하게 생긴 원판이 있고 사람들이 또 길게 줄을 서 있다. 시내 구경을 하다가 저녁을 먹고 나니 금세 밤이 되었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숙소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트램이 있어서 더 멋지게 느껴지는 샌프란시스코. 이렇게 짧은 2박의 일정은 마무리되었다. 내일은 필자가 꿈에 그리던 나파밸리 일정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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