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국립공원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는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박 3일 일정이 이어지는데 LA에서 빌렸던 렌터카를 일단 반납하고 3일째 되는 날에는 다시 렌터카를 빌려 필자가 꿈에도 그리던 나파밸리를 구경하는 일정이 계획되었다.
광활한 서부를 뒤로하고 서쪽으로 달리다 보면 갑자기 엄청나게 많은 풍력 발전기들이 언덕에 서 있다. 저 언덕을 넘어가면 바로 샌프란시스코다.
샌프란시스코는 숙소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곳인데, 폭풍 검색을 하다가 위치도 좋고 가격도 적당한 호텔을 발견하였다. 바로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의 COURTYARD MARRIOTT 호텔이 그곳이다. 메리어트에서 운영하는 호텔이라 서비스도 좋았고, 호텔 내부가 생각보다 넓고 깨끗해서 더욱 만족도가 높았다.
가족들이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필자는 차량을 반납하러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다시 향했다. 차량을 렌트한 곳과 반납하는 곳이 다를 경우 비용이 더 추가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반납장소를 잘 고르면 추가비용이 들지 않고 차량을 반납할 수 있다. 필자는 렌트카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무료 반납이 가능한 곳으로 반납장소를 정했는데, 숙소에서 한 시간 넘게 떨어진 샌프란시스코 공항이었다.
약 세 시간 후에 다시 숙소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피셔맨스 워프를 둘러보러 나간다. 피셔멘스 워프는 옛날에 어부들이 생선을 팔던 부둣가를 개발해서 만들어진 곳인데 샌프란시스코 해변을 따라 피어(Pier) 1부터 45번까지 이어져 있고 여행자라면 꼭 들러 봐야 할 최고의 관광 명소 중에 하나다.
자, Pier 1부터 출발~! 기분 좋게 시원한 날씨와 파란 하늘이 우리를 반긴다.
미국 성조기 디자인을 한 2층 버스가 달린다.
운이 좋으면 물개도 볼 수 있다고 들었는데 못 보고 가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부둣가를 따라 쭉 걸어가는데, 물개들이 물 밖으로 나와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ㅎㅎ) 이건 운이 좋은 날에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맨날 볼 수 있는 풍경 같았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물개 떼를 이렇게 큰 대도시에서 볼 수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좀 걷다 보면 부딘(BOUDIN)이라는 유명한 빵집이 나오는데, 통유리창을 통해 밀가루 반죽으로 크랩 모양의 빵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게 모양의 빵을 만들고 흐뭇하게 웃는 제빵사의 모습이 푸근하게 느껴진다.
좀 더 금문교 쪽으로 걸어가니 예전에 강력범 수용소였던 앨커트래즈 섬이 보인다.
피셔맨스 워프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은 단연 던지니스 크랩(Dungeness Crab) 요리와 클램 차우더(Clam Chowder) 수프인데, 우리는 던지니스 크랩을 먼저 먹으러 간다. 던지니스 크랩은 국산 암꽃게보다 세네 배 정도 크고 살이 꽉 차 있는 것이 특징이며, 미국에서 랍스터와 함께 가장 인기 있는 게 종류다.
비슷비슷한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있어서 어디를 들어가야 할지 많이 고민이 되었다. 고민 끝에 선택했던 레스토랑은 No 9 Fishermen’s Grotto. 저녁을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인데 사람들로 붐비는 것을 보니 식당 선정에는 성공한 것 같다.
안내받은 테이블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니 갑자기 안개가 몰려와 저 멀리 언덕에 서 있는 빌딩을 포근히 감싸 안는다. 이 같은 광경은 다음날에도 볼 수 있었는데, 아마 샌프란시스코 기후의 특징인가 보다.
이 지역의 특산물인 던전 크랩도 시키고, 어울리는 화이트와인도 한 병 시켜서 호사를 누려본다. 와인은 미국에서 한국의 참이슬처럼 많이 팔리는 화이트와인인 캔달잭슨 샤도네이 빈트너스 리저브다. 빌 클린턴을 닮은 종업원 아저씨가 오셔서 던지니스 크랩 해체작업을 도와준다. 늠름하게 보이던 게가 순식간에 해체된다. 아들도 아저씨가 알려준 대로 게 껍데기를 부숴보려 해보지만 쉽지 않다. (^_^)
게눈감추듯 크랩을 먹어 치우고, 친절하고 멋지게 서빙을 해주었던 클린턴 닮은 아저씨와 기념사진을 남겼다.
밖으로 나와보니 벌써 밤이 되었다. 우리가 들렀던 식당인 피셔맨스 그로또.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아까 구경만 했던 클램 차우더 맛집. 부딘으로 다시 간다.
유명한 집이라고 해서 갔는데 빵이 좀 시큼했고 수프가 좀 짰다. 그래도 이때가 아니면 언제 먹어보랴. 집에 올 때 거북이도 한 마리 데려왔다.
운전을 너무 오래 했고 많이 걸어 다녀 피곤했는지, 숙소에 돌아와 씻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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