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149 [에피소드] 병하고 친구 하라니 전철경로석에 앉은 노인들의 새끼손가락이 손바닥 쪽으로 굽은 여성분을 자주 만나게 된다. 아마도 손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골절이 된 결과일 거라며 무심코 넘겼다. 그런데 최근에 내 왼쪽 새끼손가락이 15도 정도 굽게 되니 이야기는 달라진다. 며칠간을 그대로 지켜보다가 살이 뭉쳐서 부푼 부분을 주물기도 하고 반대쪽으로 굽혔다 폈다를 여러 번 반복하니 5도 정도로 회복되는 것 같았지만,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원상태로 변하면서 신경이 쓰인다. 좀 심하게 만지면 통증도 느끼게 되어 같이 헬스 하는 여성 분에게 보여줬더니 자기도 10년 전에 그런 현상이 있어 쑥 찜질을 하고 침을 맞았더니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한의사와 상의하기를 권한다. 그렇다고 한의원을 찾으려니 침이 두렵고, 외과를 가자니 저번처럼 퇴행성이라고 .. 2015. 8. 17. [에피소드] 월요일엔 뭘 하지? “홈런타자, 김우열!” 짝짝~짝짝짝~! 어느 일요일 오후, 나의 왼쪽무릎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녀석이, 오른쪽에는 네 살배기 딸아이가 앉아, 흑백TV가 중계하는 OB:삼성의 야구경기를 보면서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OB를 응원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 아들은 OB어린이 야구단에 가입하여 청과 홍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파란재킷을 걸치고는, 시도 때도 없이 “홈런타자, 김우열!”을 부르짖고 다녔다. 그 열기도 아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시들해지니, 나 역시도 야구에서 멀어졌다. 가끔 시간 죽이기로 중계방송을 본 적이 있고, 최근 들어서는 학부모의 자격으로 연고전이 열리는 잠실야구장을 찾아 일 년에 한 번 함성을 지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 김성근 씨가 3년간이나 꼴찌를.. 2015. 6. 24. [에피소드] 야구와 고사리손 밥만 먹고 나면 야구공 하나 들고 학교 운동장으로 향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묵직한 야구공은 살 돈은 없어, 학교 근처 체육사에서 야구공 모양을 한 테니스공을 샀었지요. 선수들이 던지는 커브 슬라이브를 유심히 봐두었다가 써먹는다며 엄지손가락과 검지 가운뎃손가락을 그럴싸하게 만들고 나서, 멋진 폼으로 포수를 향해서 던졌습니다. 하지만 커브나 슬라이브는 궤적부터 다른 공인데 항상 똑같이 나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 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실제 야구공을 가지고 실밥을 잡고 손목을 사용하는 공들이었지만 고사리손으로 흉내만 내다보니 그 공이 그 공이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지요. 하지만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시작한 경기는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갈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고.. 2015. 6. 16. [여행기] 중국 황산의 숨은 비경, 서해 대협곡을 다녀오다 형제들끼리 부부동반으로 '쿤밍(곤명)'을 다녀오기로 하고 여행준비를 하던 중, 동생의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취소시키고 부랴부랴 예약한 곳이 '황산'이다. 몇 년 전, 초등학교 동기들과 동행한 '장자제(장가계)'가 그리도 좋아서 일찌감치 점 찍어 놓은 곳이기도 하다. 장가계는 올려다보아서 좋고, 황산은 내려다보는 풍경이 일품이라는 가이드의 말에 가슴 깊이 묻어둔 0순위 여행지다. 지난주에 다녀온 3박 4일 여행의 출발은 순조롭지 못했다. 공항을 10여 분 거리에 두고 여행가 직원은 "비행기 연결문제로 1시간 반 정도 지연된다."고 전한다. 예정대로 출국 수속을 받고 나니 다시 30분이 지연되어, 결과적으로 4시간 넘게 면세점을 돌고 돌았다. 귀국하여 구문을 훑어보니, 아시아나 직원의 구차한 변명은 "히로시.. 2015. 5. 14. [에피소드] 아름다운 말 구하기 삼만리 언제부터인가 나는 좋은 말, 아름다운 말을 보면 메모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심지어, 그 좋아하는 드라마보다는 정말 잘 만든 광고가 흥미롭게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와~!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해 냈을까? 어떻게 이런 말을 넣을 생각을 했지?’ 혼자서 감탄하며 놀라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시간 날 때마다 하는 일은 ‘좋은 네이밍을 지어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 네이밍을 짓는 것이지, 온종일 머리를 쥐어짜도 의미와 뜻에 부합하는 단어를 끄집어내기는 어렵다. 의뢰자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야 하고, 단어도 한두 개, 그리고 거기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강렬한 느낌까지 받게 하여야 하니, 이건 글을 쓰는 창작과정과 맞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그렇게 고민하고 고민하면.. 2015. 4. 27. 이전 1 ··· 22 23 24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