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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아름다운 말 구하기 삼만리

by 앰코인스토리 - 2015. 4. 27.


언제부터인가 나는 좋은 말, 아름다운 말을 보면 메모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심지어, 그 좋아하는 드라마보다는 정말 잘 만든 광고가 흥미롭게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와~!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해 냈을까? 어떻게 이런 말을 넣을 생각을 했지?’ 혼자서 감탄하며 놀라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시간 날 때마다 하는 일은 ‘좋은 네이밍을 지어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 네이밍을 짓는 것이지, 온종일 머리를 쥐어짜도 의미와 뜻에 부합하는 단어를 끄집어내기는 어렵다. 의뢰자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야 하고, 단어도 한두 개, 그리고 거기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강렬한 느낌까지 받게 하여야 하니, 이건 글을 쓰는 창작과정과 맞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그렇게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쥐어짜 내도 나오지 않던 단어가, 책을 펴면서 우연히 본 낯선 단어로 인해 그 고민을 충족시키기도 하고, 혹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말 속에서 찾아질 때의 그 전율을 잊지 못한다. ‘아! 이거네!’ 까먹을까 싶어서 서둘러 휴대전화를 챙겨 저장한다.


막상 그 단어들을 다 꺼내 이렇게 저렇게 짜 맞추는 시간이 다가오면, 또 한 번 많은 생각을 한다. 과연 이 단어를 사람들은 쉽게 받아들일까?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게 만들 수 있을까?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각인될 수 있는 단어가 될까? 고민의 터널 속에서 한참을 헤맨다. ‘괜찮아. 이 정도면 됐어.’라고 생각하고 응모를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 보면, 뭔가 좀 허전함을 느끼게 되고 다시 한 번 수정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예전에 어떤 개그맨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수없이 반복하고 대본을 수정해서 완벽하다고 생각했지만, 무대 오르기 전까지 대본을 또 한번 수정한다고 말이다. 농부가 씨앗을 뿌려 김을 메고, 잡초를 뽑으며 들짐승을 쫓고, 비와 바람의 악조건을 이겨내며 튼실한 열매를 맺게 되듯, 하나의 완벽하고 멋진 말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도 수많은 과정과 노력이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머리 쓰는 일은 좀 그만해야겠다 싶다가도, 오늘 배달되어 온 신문 속에서 낯선 단어를 찾고 있는 나를 바라보면서, 이 일에 많은 애정을 품고 있구나 느끼게 된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