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 관광 코스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대표적으로 가볼 곳 중의 하나가 바로 팍상한 폭포가 아닌가 싶다. 유명세 덕에 많은 한국사람이 이미 다녀갔을 것이고, 지금도 꾸준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팍상한 폭포는 사뭇 대단한 위용으로 떨어지는 폭포수 자체의 장관을 구경하는 재미, 그리고 그 안에 뗏목을 타고 들어가 엄청난 소음을 동반하고 많은 유량으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재미, 더불어 보트맨들이 앞뒤로 끌고 밀고 가는 보트에 몸을 싣고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재미까지 더해져 첫인상이 매우 강렬하게 남는 관광지라고 할 수 있겠다.
▲ 팍상한 폭포 (Pagsanjan Falls)
사진출처 : http://goo.gl/G1jgg8
필자가 팍상한을 처음으로 방문했던 때는 벌써 10년도 더 넘었고 마지막으로 다녀온 지도 6~7년은 족히 된 듯싶다. 팍상한 폭포는 마닐라에서 남동쪽에 위치한 라구나 프라빈스 중에서도 리잘 쪽으로 더 깊숙한 곳에 있다. 예전에는 시내에서 팍상한까지 가려면 트래픽 등으로 인해 두 시간 이상에서부터 길게는 세 시간도 걸렸는데, 최근에 다시 다녀온 팍상한 길은 두 시간 이내가 소요되었다. 나름 도로 확장과 정비를 하고 지름길도 만들어 놓은 덕분이다.
역시 오래전에 방문했던 탓에 가는 길 곳곳이 나름 생소하게 느껴졌다. 사실 팍상한에는 대표적인 한국 리조트가 있다. 매번 다니는 한국 리조트보다는 현지 리조트도 개발할 겸 예전에 새롭게 개척한 로컬 리조트가 있었는데, 아직도 그곳에 여전히 건재해 있었다. 이름은 카사 비앙카. 주인은 나이 많은 어르신이다. 앞니 몇 개도 온전치 않은 할아버지이지만 여전히 친절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해주고 싶은 리조트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오래전에 방문했던 터라 잘 기억하지는 못했지만 예전에 왔다가 다시 찾았다는 소리에 무척이나 반가워 하는 모습이었다. 나름 리조트도 좀 더 깔끔하게 정비하고 있었다.
타고 갈 보트에 몸을 싣기 전에 준비 장구도 착용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구명조끼와 헬멧이 지급된다. 예전에는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한데 이번에는 헬멧을 꼭 착용해야 한다고 한다. 진담인지 우스갯소리인지 모르겠지만, 폭포에 오르는 도중에 절벽 위에서 원숭이들이 돌을 던지기에 위험하다는 말도 있었다. 이번에는 아내뿐만 아니라 어린 아들하고 같이 가는 나들이라 나름 감회가 새로웠다. 보트 하나에 우리 세 식구가 오르니 딱 맞다. 지금 계절이 우기여서 그런지 유량은 많은 편이었다. 두 명의 보트맨들이 앞뒤에 타고 두 명 또는 세 명이 보트 가운데에 타게 된다. 우리 보트의 보트맨들이 연신 끙끙대면서 상류로, 상류로, 올라갔다. 평탄한 곳이 나오면 노를 젓고, 경사가 나오면 주변의 바윗돌들을 디디고 보트를 끌고 올라간다.
관광객의 측면에서 보면, 보기 드문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겠지만 보트맨들의 측면에서 보면 무척 힘들고 고된 일일 것이다. 이 보트맨이라는 직업이 이곳 팍상한에서는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봐야 하고, 누구라고 이렇게 힘들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고 싶겠느냐마는 특별히 다른 직업이 많지 않은 형편이 느껴졌다. 아주 어릴 적부터 이 일을 해왔기에, 하나하나의 몸짓에서 그동안 쌓아온 경륜이 전해져 온다. 나중에 조금이라도 팁을 더 받아 내기 위해서 취하는 오버 액션에 지금은 안 속는다고 다짐해보지만, 그래도 막상 팁을 줄 때가 되면 마음이 스르륵 약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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