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영화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절정에 달했던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필자가 10대의 성장기 및 유년기를 보냈던 거제에서 지금은 사라진 늘상 밥 먹듯이 드나들던 동네 변두리 극장(당시 에로영화를 제외하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극장주의 의견에 따라 어느 정도는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미성년자 관람 불가까지 유일하게 공짜 관람이 가능했던)에서, 지금은 음향 엔지니어 겸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는 당시 가장 친한 친구 녀석과 극장에서만 두 번 이상 관람하고 후에 비디오로 50번 이상 감상했던 영화가 있었습니다.
▲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포스터
필자와 같이 이른바 1980~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분들은 물론, 우리 부모님 세대들까지 아우르며 국내 개봉 당시인 1989년 예기치 못한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극장가를 ‘추억과 낭만의 시간 여행’으로 인도했던, 이번 지면을 통해 소개할 이탈리아 출신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이탈리아ㆍ프랑스의 합작 영화였던 바로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1988)이지요.
실제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의도는 1980년대를 기점으로 TV프로그램의 질적 성장 및 VHS, 즉 비디오 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한 관객 급감으로 순수 영화의 상징으로 운영되는 영화관들이 지속적으로 폐쇄되는 모습을 보며, 이 영화를 ‘순수 영화관에 대한 경배이자 현대 순수 영화에 대한 죽음’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런 연출의도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영화광’이란 미묘하고도 거창한(?) 소재를 이렇게 낭만적이고, 노스탤지어적 감성으로 표현했으나 노스탤지어만을 강조한 대부분 영화들의 함정인 멜로드라마적 요소에 포커스를 맞추지도 않으면서 2차 세계대전 전후 이탈리아의 일상적인 사회상과 영화라는 매체의 마술적 요소들을 이렇게 기막힌 조화로 사랑스럽게 승화시킨 영화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십 대부터 영화관을 안방 드나들 듯 드나들며, 영화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과 인문학적 유희를 즐기며 인생과 삶의 철학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했던 우리의 영원한 시네필이자 장뤼크 고다르와 함께 영원한 누벨바그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세계영화사상 가장 소문난 영화광이라고 스스로 자부했던 프랑수아 트뤼포가 이 영화를 살아생전 봤다면 그 감회는 남달랐을 것입니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도 이 영화 ‘시네마 천국’의 극 중 어린 ‘토토’를 보며 그 당시의 자신의 자화상을 보았던 것이 당연한 귀결이었으니까요. 참고로 그 영화를 관람한 친구들과 동네 형들의 반응은 한결같습니다. “저건 뭐지, 저건 동해잖아.”
너무나도 영화를 사랑했던 소년 ‘토토’와 영사기사 ‘알프레도’와의 수십 년을 뛰어넘는 아름다웠던 우정, 너무나도 가슴 아팠던 ‘엘레나’와의 첫사랑,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폐허 속에서도 영화를 통해 피폐한 삶의 위안을 얻고자 했던, 너무나도 평범하고 순수했던 당시 이탈리아인들의 초상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그런 암울했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그 시대의 노스탤지어를 최근 시대가 무색하리만큼 몇 보 후퇴하는 듯한 일부 메이저 한국 흥행작들의 최대의 문제이자 맹점인 감정에의 호소 또는 신파조가 아닌 그만의 따듯한 영상 화법으로 너무나 아름답게 풀어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그 아름다운 영상 화법을 더욱 돋보이게 한 또 다른 일등공신인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음악의 살아있는 전설인 엔니오 모리코네의 서정적이고 아기자기한 때론 노스탤지어적인 선율의 음악들은 이 영화에 더욱 엄청난 생명력을 불어넣었지요. 특히 이 영화 오프닝 씬에서의 <Cinema Paradiso>와 토토와 엘레나와의 가슴 아픈 사랑과 그 유명한 라스트 씬에서의 키스 씬 모음의 아름다운 향연 속에서 흘러나왔던 <Love theme> 등등은 아직도 많은 골수 팬들이 애청하는 영화 음악의 고전 중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물론 이 영화 《시네마 천국》과 이 영화 속 음악의 끈질긴 생명력의 지속성은 순수 영화에 대한 각별하고 순수한 열정과 애정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벌써 이 영화와 조우한 지 26년이란 세월이 흘러, 당시 그 영화를 보며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보는 듯한 환상에 빠져들곤 했던 열두 살의 소년은 어느덧 마흔을 눈앞에 둔 서른 후반의 세상사에 찌들어가는 청년으로 성장했지만, 당시의 순수했던 그리고 영화에 대해 진실한 마음으로 접근했던 당시 초롱초롱했던 필자의 눈빛과 순수했던 마음들이 요즘은 더욱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필자의 예전 직업병이나 다름없는 이른바 분석법을 통한 영화나 문학, 그리고 음악을 감정과 느낌이 아닌 분석이나 사유를 통해 접근하려는 저 자신이 가증스러워질 때마다 필자는 간혹 스스로 이렇게 되뇌곤 하지요. 한 대중가수의 외침처럼요.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올 수 없나, 그날!”
사족(蛇足)
자신이 소문난 영화광이라고 자처하시는 어떤 분들에겐 정말 죄송하고 필자의 개인적인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이 영화 《시네마 천국》을 50번 이상 보지 않고 자신이 영화광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은 사이비일 것입니다. 그 이유는 ‘영화의, 영화에 의한 그리고 영화를 위한’ 그리고 ‘영화’라는 순수예술의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단 한 편의 영화를 꼽으라면, 필자는 느낌과 감성만으로는 당연히 이 영화 《시네마 천국》을 택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Cinema Paradiso - Prologue
영상 출처 : 유튜브(https://youtu.be/BvD8EiibPVo)
Nuovo Cinema Paradiso - Alfredo and Toto
영상 출처 : 유튜브(https://youtu.be/LzfXI8rqbU4)
Cinema Paradiso soldier story
영상 출처 : 유튜브(https://youtu.be/uqAzW6t91To)
영화 시네마천국 OST (Love Theme)
영상 출처 : 유튜브(https://youtu.be/4-C41-QuBA4)
Cinema Paradiso - soundtrack final, theme finale, final theme
영상 출처 : 유튜브(https://youtu.be/qMgTCtSxOHE)
시네마 천국 (2013)
Cinema Paradiso
- 감독
- 주세페 토르나토레
- 출연
- 자끄 페렝, 살바토레 카시오, 필립 느와레, 마르코 레오나르디, 브리지트 포시
- 정보
- 로맨스/멜로 | 프랑스, 이탈리아 | 124 분 | 201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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