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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영화 속 음악] 블리트(Bullitt), 하드 보일드 형사 무비의 전범

by 앰코인스토리 - 2015. 8. 18.

흔히들 ‘마초’라고 지칭되는 할리우드 터프가이 액션스타의 계보에서 스티브 맥퀸이라는 배우가 차지하는 위상과 위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우리 아버지 세대들에게는 그 유명한 탈옥영화의 교과서적인 작품인 《빠삐용》(1973)으로 유명한 그이지만, 사람들에 따라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엉클 샘’으로 불리던 보수우익의 상징의 아이콘이었던 존 웨인에서부터 속되게 무례한 야수적인 남성상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던 말론 브랜도의 카리스마와 그의 이미지를 재탕시켰다는 한계는 있었지만 이른바 요절이라는 극단적인 페이소스의 결합으로 하나의 신화성을 부여받은 제임스 딘까지, 할리우드 터프가이의 계보는 1940-50년대의 황금기를 거쳐 이른바 창조와 파괴의 시기였던 혼돈의 1960년대까지 신화 아닌 신화 속의 주인공들에 의해 그 계보를 꾸준히 이어오던 터였지요.


사진출처 : http://goo.gl/aXSzr8


그런 창조와 파괴의 시대였던 혼돈의 1960년대에 등장해 ‘킹 오브 쿨(The King of Cool)’이라는 별명으로, 사망한 지 35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는 스티브 맥퀸이라는 걸출한 액션스타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묘한 아우라를 발산한 독보적인 액션배우였습니다. 1940-5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 시절 그만의 코미디적 감성으로 스쿠루볼 코미디풍의 재빠른 대사들을 남발했던 캐리 그랜트나 말론 브랜도풍의 무거운 대사보다는, 스티브 맥퀸은 극도로 대사를 자제하며 그만의 우수에 찬 표정과 강렬한 눈빛으로 스크린의 공간을 장악했으며, 자신과 자신이 연기하는 영화 속의 인물과 동일시할 줄 알았던 천부적인 재능의 배우였습니다. 실제로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보다 보면 액션이든 드라마이든 간에 그의 평균적인 대사가 타 주·조연들에 비해 절반 이하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지요.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페이 더나웨이와 공동으로 주연했던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1968)와 이번 지면을 빌어 소개할 《블리트(Bullitt)》(1968)입니다.


이미지출처 : http://goo.gl/ILxgyd


영화 《블리트》는 스티브 맥퀸의 필모그래피와 액션영화의 계보에서 아주 중요한 분수령을 이루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블리트’라는 하드 보일드풍 형사 캐릭터는 후에 제작된 그와 같은 1930년생 동년배들이 주연한 또 다른 하드 보일드 형사물의 걸작들인 진 핵크만 주연의 《프렌치 커넥션》(1971)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더티 해리》 시리즈의 전형입니다. 기존 형사물의 관습이자 도상을 무시하고 철저히 극단적이라니 만큼 무모한 고독한 러너의 이미지를풍이기는 블리트라는 캐릭터의 힘은, 바로 스티브 맥퀸의 내면에서 발산된 아우라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점이 같은 연배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했던 《더티 해리》 시리즈와 비교되는 점입니다. 《더티 해리》가 지나친 공권력의 파시즘적인 면이 부분 미화된 영화로 평가되지만, 블리트는 한 개인의 아나키스트적인 면이 표현된 작품이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겠지요.


Bullitt - Chase Scene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0vNvc9n1ikI)


특히, 영화 클라이맥스에서 살아생전 소문난 스피드광이었던 스티브 맥퀸이 직접 포드 머스탱을 몰고 질주하는 영화의 자동차 추격신은 액션영화사상 최고의 명장면입니다. 실례로 이 영화 외에도 그의 출세작 《대탈주》(1963)에서의 모터사이클 탈출장면이나 카레이서 영화의 수작 《르망》(1971), 그리고 앞서 언급한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의 출연 이유가 둔버기를 영화 내에서 마음껏 몰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영화출연을 결정한 일화는 그의 스피드에 대한 애착을 잘 보여주는 선례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 http://goo.gl/AT5Pk6


사진출처 : http://goo.gl/c1goxV


무엇보다 스티브 맥퀸의 영화 속 하드 보일드 형사의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한 주요한 소스들(그만의 유명한 댄디한 패션 연출과 비범한 액션 연기 등등)과 함께 영화 곳곳에 삽입된 우리에게는 《미션 임파서블》의 메인 테마와 브루스 리의 쿵후 아트의 결정판이었던 《용쟁호투(Enter the Dragon)》의 메인 테마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아르헨티나 출신의 영화 음악의 거장인 랄로 쉬프린의 재즈 및 펑크(Funk)에 기반을 둔 오리지널 스코어들은 강한 만큼 외로운 밖에 없는 극 중의 ‘블리트’라는 캐릭터를 더욱 잘 묘사하고 있지요. 


영화 오프닝을 장식한 깔끔한 재즈풍의 <Main Title>, 그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의 도심 자동차 추격신 시작의 서막을 서서히 알리며, 음악적 서스펜스의 극한을 보여 주었던 <Shifting Gears>, 극 중 재클린 비셋이 분한 블리트의 애인인 캐시와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식사신에서 멋진 재즈 밴드의 연주로 채색된 플루트, 기타, 피아노 연주가 기가 막힌 합일을 이루는 아방가르드 재즈풍의 <Song for Cathy>, 흥겨움이 넘실대는 <On the way to San Mateo> 등의 오리지널 스코어들은, 영화 속 수려한 액션 영상과 함께 우리에게 또 다른 흥밋거리를 선사합니다. 물론 영화 속의 수 많은 흥미로운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지탱하는 《블리트》라는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고전적 캐릭터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스티브 맥퀸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힘에 기댄 바가 클 것입니다.


사진출처 : http://goo.gl/xNwxTr


현대 할리우드의 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대규모 물량을 투입하여 온갖 특수효과를 뽐낼지언정, 스티브 맥퀸이라는 아우라를 다시 재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입니다. 스티브 맥퀸이라는 배우가 왜 현재의 21세기에도 여전히 위력적인 아우라를 발휘하는지를 알고 싶다면 《블리트》라는 이 영화 한 편을 봐도 그 이유를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티브 맥퀸의 힘은 바로 이 영화 《블리트》 한편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니까요.


Bullitt - Opening Credits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S__L_OQe6NE)


Bullitt - Lalo Schifrin - A Song For Cathy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b_9RScMYv4A)


Bullitt - Music Stereo Soundtrack "Shifting Gears" By Lalo Schifrin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kAGL8C9y8bg)


Bullitt - On The Way To San Mateo - Lalo Schifrin

영상출처 : 유튜브 (https://youtu.be/Sw4drWUkp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