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문화로 배우다

[음악감상실] 동양사상과 함께 듣는 클래식, 중용(中庸) 편

by 앰코인스토리.. 2026. 4. 28.

『사서』 중에서 ‘중국 문명의 모든 가치를 집약한 최고의 지혜 문학’이라 평가받는 「중용(中庸)」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 기원전 483?~402?)가 지은 것으로, 예(禮)에 관한 소책자 49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예기(禮記) 중 한 부분입니다.

 

총 33장으로 구성된 「중용」의 제1장은 자사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제2장부터 제20장까지는 “공자 가라사대”로 시작하는 공자 말씀 모음입니다. 인간의 본성에 관한 이야기가 「중용」의 주된 이야기라고 알려져 있지만, 「중용」은 방대한 서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이 주제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모차르트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나타, K304 Mozart: Violin Sonata in E Minor, K. 304 2nd Mov.

영상출처 : youtu.be/IAff6WgmxW4?list=RDIAff6WgmxW4

 

중용의 글자에서 중(中) 자를 보면 깃발이 좌우로 나누어진 모양으로 중심 막대에 깃발이 붙어 있어, 바람이 불어도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가운데에 서 있는 모양이라고 합니다. 중심에 있는 막대가 글자의 핵심인 것입니다. 이렇듯 중용이 다루고자 하는 주 내용은 편향적이지도 않고 편중되지도 않는 사상을 가지고 도덕적이며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인간적 욕심과 도덕적인 심성을 둘 다 가지고 있어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으며,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도덕적인 마음이 없을 수 없으므로 이를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용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입니다.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송어 4악장, Schubert "Trout" Quintet, 4th Movement.

영상출처 : youtu.be/HwbWvGtaZGo?list=RDHwbWvGtaZGo

 

<中者 不偏不倚 無過不及之名 庸平常也(중자 불편불의 무과불급지명 용평상야)>를 해석해 보면, 중(中)이란 치우치거나 기울어짐이 없으며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함이 없는 것이며, 용(庸)은 평범하며 변하지 않음을 말합니다. 무엇인가를 고민하거나 판단할 때 자신만이 옳고, 다른 쪽이 무조건 나쁘다고 주장하는 것은 중용이 가르쳐주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중용의 반대는 ‘극단’입니다. 현대사회는 중용의 가르침보다는 극단의 양쪽으로 갈려 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국가 내부의 극단주의자로 인해 나라가 위태롭게 전쟁에 휩싸이기도 하고, 양 갈래로 나뉜 정치 싸움으로 혼란에 빠지는 경우를 직접 경험하였으며, 그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현실입니다.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Mascagni Intermezzo from “Cavalleria Rusticana”

영상출처 : youtu.be/cCVupcKAFo8?si=WEoCQM4jdu25bBBY

 

중용의 1장 첫 구절에서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教(천명지위성 솔성지위도 수도지위교)>라고 하여, 하늘이 부여한 본성(性)을 따르는 것이 도(道)이며, 그 도를 닦고 실천하는 것이 가르침(敎)이라는 철학으로 시작을 합니다. 요약하자면, 인간의 본성(性)은 하늘의 명령이며 그 본성에 따라 사는 것이 올바른 길(道)이며 그 길을 수행하여 완전해지는 것이 교육(敎)이라는 것입니다.

리스트 헝가리안 랩소디(광시곡) 2번, Liszt Hungarian Rhapsody No.2

영상출처 : youtu.be/yON0G0HLmIU?si=hujRWXZ7KIVQrRne

 

중용에서는 도덕적 성찰을 신독(愼獨)이라는 단어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莫見乎隱 莫顯乎微 故君子慎其獨也 (막현호은 막현호미 고군자신기독야), 즉, ‘숨겨진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은 없고, 미세한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홀로 있을 때 삼간다.’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없는 곳이나 작은 일이라도 하늘의 이치와 양심은 그것을 모두 알고 있기에, 마음의 그림자까지 속이지 않는 진실함을 추구하라는 의미입니다. 이 구절은 ‘군자신독(君子愼獨)’이라는 고사성어의 근원이 되며, 겉과 속이 같은 성실한 태도를 강조합니다. 즉, 군자는 홀로 있을 때도 조심을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중용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결국은 언제나 어디서나 하늘의 뜻에 따라 겸손하게 자기의 갈 길을 가는 것이 군자의 도리라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깃발이 바람에 의해서 좌로나 우로나 흔들리고 나부끼는 것이 아니라 중용이라는 깃대에 붙들려 흔들림이 없게 살아야 함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비발디 기타 협주곡 D장조 2악장, Vivaldi: Chamber Concerto in D Major, RV 93: II. Largo

영상출처 : youtu.be/9u-7rgoHheo?list=RD9u-7rgoHheo

 

중용은 1장에서부터 3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장에서는 詩云 德輶如毛 毛猶有倫 上天之載 無聲無臭 至矣(시운 덕유여모 모유유룬 상천지제 무성무취 지의), 즉, 성인(聖人)의 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지극하여 하늘의 이치와 같음을 설명합니다. 터럭(毛)처럼 가벼운 덕도 비교할 대상은 있지만, 상천(上天)의 일(載)은 소리와 냄새 없이(無聲無臭) 조용히 운행되는 지극한 경지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용은 일관되게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것이 군자의 도리임을 가르쳐줍니다.

헨델 사라방드, Handel Sarabande Keyboard Suite in D minor, HWV 437

영상출처 : youtu.be/8RahYPd-i8k?list=RD8RahYPd-i8k

 

‘좌고우면(左顧右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왼쪽을 돌아보고 오른쪽을 곁눈질한다는 뜻으로, 앞뒤를 재고 망설이거나 눈치를 살피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중용은 현대인이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서 하늘의 이치를 찾아 흔들리지 않는 깃대를 붙들고 살아야 함을 강조해주는 지침서가 아닐까 합니다.

 

줏대가 없다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은 이유를 중용은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새로운 일의 시작은 어느 특정한 날을 정해 놓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깃대에 깃발을 꽂은 시점이 시작인 것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작의 때입니다.

 

※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