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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음악감상실] CRESCENDO, 점점 강하고 힘차게 듣는 클래식 음악

by 앰코인스토리.. 2025. 10. 9.

‘Crescendo(크레센도)’는 점점 크게 연주를 하라는 음악 지시어입니다. 악보에 ‘cres.’로 표기를 하게 되고 크레센도가 표시된 부분부터는 점점 큰소리로 강하게 연주해야 합니다. 음악을 가만히 보면 인생과 닮아 있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작곡가가 자신의 삶의 감정을 곡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음악과 인생이 동질감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가 업무라는 것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초에 완벽하다 싶을 정도의 빼곡히 계획을 세우고 매분기를 지나면서 성과를 만들어내지만, 코 끝에 가을의 냄새가 짙어지면 부족해 보이는 숫자를 채워야 한다는 초조함으로 강하게 업무를 밀어 부치게 됩니다. 10월은 성과라는 작품의 악보에 크레센도가 표기되는 적절한 시기라고 말해도 부담스럽지 않아 보입니다.

 

쇼팽 빗방울 전주곡

Frédéric Chopin : Prelude no.15, op.28 "Raindrop"

영상출처 : youtu.be/2mz-zejexRc?list=RD2mz-zejexRc

 

크레센도에는 ‘점점 강하게’라는 뜻 뿐만 아니라, ‘성장한다, 증가한다’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 소나타(Sonata) 형식의 음악 구조를 보면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로 3단계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음악의 성격을 정의하는 <제시부>는 음악의 전체의 흐름과 내용을 담고 있으며, <발전부>는 제시부의 선율을 변주를 통해 음악에 변화주어 성장을 이루어 냅니다. <재현부>는 작곡가의 의도를 정리하듯, 제시부의 선율과 발전부의 변주를 드러내면서 전체적으로 음악을 정리하고 결론을 만듭니다. 이렇게 음악을 성장시키는 음악적 기법으로 크레센도를 발전부에 사용하게 됩니다. ‘성장’이라는 뜻의 크레센도의 성격 때문에 신기술을 가진 회사(Start-up) 이름에 Crescendo가 차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크레센도의 반대는 ‘Decrescendo(데크레센도)’로 ‘점점 작아지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발전부를 정리하는 막바지에서 차분하게 재현부로 넘어가는 부분에는 대부분 데크레센도가 쓰여 있습니다.

 

연주자는 악기를 사용해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히 표현해야 하므로, 악기에 대한 연주 실력과 함께 악보에 대한 해석, 그리고 지시어에 대한 낯선 언어의 공부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젊은 연주자가 한국을 떠나 먼 유학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베토벤 비창 소나타 2악장

Beethoven Piano Sonata No.8 in c minor ‘Pathétique’ 2nd mov

영상출처 : youtu.be/2jMdRxeZEkQ?list=RD2jMdRxeZEkQ

 

가을의 중턱은 언제나 그렇듯,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을 걱정하는 참으로 애틋한 전환점입니다. 의학자적인 관점으로 보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들어 감성적이 된다고 하며, 과학자적인 의견으로 보면, 20도의 온도에 습도가 40~60%로 쾌적하기에 사색과 명상하기에 가을이 적당하다고 합니다. 스메타나의 교향시인 <나의 조국> 중 <몰다우(Moldau)>를 듣다 보면 어딘지 모를 벅찬 감동과 손에 뭔가를 쥐어 주면 그게 무엇이든 그걸 가지고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가을의 신선한 온도는 삶을 성장시키고 점점 강하게 만들어가야 하는 인생이라는 악보에 적혀 있는 크레센도의 역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스메타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2악장 몰다우

Smetana - Symphonic Poem `Ma Vlast`, II. Die Moldau

영상출처 : youtu.be/svJgvB2BSAo?list=RDsvJgvB2BSAo

 

가을에는

풋풋한 그리움 하나 품게 하소서

우리들 매순간 살아감이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

누군가의 어깨가 절실히 필요할 때

보이지 않는 따스함으로 다가와

어깨를 감싸 안아줄 수 있는

풋풋한 그리움 하나 품게 하소서

 

- 이해인 수녀 <가을엔 이렇게 살게 하소서> 중에서

 

가을에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당연하듯이 애를 썼습니다. 마음을 비우려고 했지 품어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가을에는 그래야만 가을다웠다고 어설프게 넘겨 버렸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가을처럼 이번 가을에는 풋풋한 그리움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잔잔히 마음을 두드리는 라벨의 볼레로 첫 소절을 지나 점점 강하게 커지는 악기들의 Crescendo를 마음에 가득 담고 두근대는 심장과 용기를 내어 따스한 그리움을 찾아야겠습니다.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

M. Ravel, Boléro, M.81

영상출처 : youtu.be/cmNEvSFWftc

 

지난 몇 년 간의 가을의 기억은 그리 길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점점 짧아지는 가을의 추억들이 아쉽기만 합니다. 단풍의 붉음은 발그레하게 산에 깔려 있고, 하늘은 높디 높은 푸름에 덮여 있습니다. 우리 마음대로 마음을 비우기도 하고 채우기도 하고 버리기도 했던 시건방진 변덕으로 여전히 그곳에 있고 변하지 않은 가을 앞에 겸손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그래도 거기 있을 Crescendo의 가을을 만나러 염치없이 배낭(背囊)을 채우고 떠나야겠습니다. 어깨를 감싸 안아줄 그리움이 그곳에 있지 않을까 하는 수줍은 마음을 숨겨줄 비발디 <사계> 중 <가을>도 꼭 챙겨 가야겠습니다.

 

비발디 사계 중 “가을”

Vivaldi Four Seasons: Autumn

영상출처 : youtu.be/UIdwCrfDNjU?list=RDUIdwCrfDNjU

 

※ 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