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어젯밤 모닥불을 피워놓고 맛있게 마셨던 MOO 맥주의 여운이 기분 좋게 살짝 느껴지는 아침이다. 일찍 일어났지만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몸이 상쾌하기만 하다.
우리 가족의 태즈메이니아 여행을 책임질 렌터카와 이끼 같은 잔디 위로 떨어진 나뭇잎을 사진으로 남겨둔다.
오늘은 웰링턴산 전망대 → 모나 미술관(MONA) 관람 → 보노롱 동물원(Bonolong) 방문 → 리치몬드 빵집 방문 → 숙소로 이동할 예정인데, 자세한 일정은 아래와 같다.
웰링턴산(Mountain Wellington)에 오르면 호바트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고, 해질 무렵에는 황홀할 정도로 멋진 야경이 펼쳐지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힘들게 등산을 하지 않고 차로 정상까지 갈 수 있어 일부러 밤에 올라 밤하늘의 별을 보고 왔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우리 가족은 일정상 아침에 잠깐 들러 사진만 찍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할 계획이다.
정들었던 호바트 숙소를 뒤로 하고 웰링턴 마운틴으로 출발한다.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을 올라 산 정상에 도착했는데, 날씨가 너무 춥고 바람도 세차다. 구름이 몰려와 한눈에 내려다 보여야 할 호바트의 전경이 구름 틈 사이로 조금씩만 보인다.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바위 위에 눈도 보인다. 아이, 추워라!
빠르게 지나가는 구름 사이로 조금씩 보이는 호바트 시내와 강물이 햇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인다.
웰링턴 마운틴 전망대를 배경 삼아 기념사진을 남기고 서둘러 차에 오른다. 사실 좀 더 오래 기다렸다 구름 한 점 없는 호바트의 전경을 사진에 담고 싶었으나, 날이 너무 추워 덜덜 떠느라고 사진 찍을 생각은 엄두도 나지 않았다.
산을 내려가는데 앞이 탁 트인 구간이 나온다. 구름이 잠시 걷히고 앞바다가 보여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본다. 둥글둥글한 바위들과 가을색으로 물든 키 작은 잡목들, 앞에 보이는 바다가 아름답기만 하다.
웰링턴 마운틴에서 내려와 MONA 미술관으로 향한다.
태즈메이니아에 오면 꼭 들러야 할 곳 중에 하나인 MONA(Musium of Old and New Art)는 호바트에서 북쪽으로 11km 정도 떨어진 더웬트 강변(Derwent River)에 있어 페리로도 접근이 가능한 곳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호바트에서 배를 타고 강물을 거슬러 올라 미술관으로 가는데, 우리 가족은 렌터카가 있어 육로로 이동했다.
설립자인 데이비드 웰시(David Welsh)는 도박으로 부자가 된 특이한 이력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수학 천재였던 그는 대학 시절에 가까운 도박장으로 자주 놀러 갔었는데, 블랙잭 게임을 오랫동안 관찰하다가 일정한 법칙을 발견했고, 확률이 가장 높은 건 레드에 숫자 26이라는 사실을 알고 베팅을 해 돈을 벌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마에 뛰어들어 사람들이 베팅할 때 사용하는 전화 이용 상황을 보고 베팅에 성공해 큰 돈을 벌었고, 컴퓨터 게임 등 다양한 도박에 성공해 더욱 큰 돈을 벌어 모두가 부러워하는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어른들을 위한 디즈니랜드를 만들고 싶어 했던 그는, 태즈메이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인 Moorilla를 사들였고, 그 옆에 미술관과 럭셔리한 호텔을 지어 그의 꿈을 이뤘다고 한다. 필자가 그토록 맛있게 마셨던 맥주인 MOO 맥주도 Moorilla brewary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호주 최대의 사립미술관인 MONA는 성(Sex)과 죽음(Death)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X와 +문자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것은 SEX와 DEATH를 상징하는 문자라고 한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미술관 쪽으로 향하는데 예사롭지 않은 작품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좁은 콘크리트 벽들 사이로 삐져 나와 있는 자동차의 앞모습을 볼 수 있었다.
뒤로 가서 보면 빠져나갈 듯한 골목길을 질주하던 차가 골목 끝에서 끼어버린 모습이다. 박물관 주변으로는 풍요로운 강물이 흐르고, 강변의 언덕을 따라 지어진 집들은 평화롭게 보인다.
자, 이제 미술관으로 들어가 보자.
지하로 내려가면 수직으로 깎아 놓은 사암 절벽이 나타나는데, 그 높이와 분위기가 사람을 압도한다. 사암 덩어리였던 이곳을 파고 내려가 미술관을 지은 것이다. 위압적으로만 보였던 사암 덩어리와 무늬가 계속 보다 보니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조금 걸어 들어가자 어디선가 촥~촥~하고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가서 보니 사암을 깎아내려 절벽처럼 만들어 놓고, 물방울들을 순식간에 짧게 떨어트려 글씨가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율리어스 포프(Julius Poppe)의 <Bit. Fall>이라는 작품인데, 떨어지는 투명한 물방울이 조명을 통과하면 하얗게 빛나고, 이 빛나는 물방울들이 알파벳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 작품인 것이다.
아, 타이밍에 맞춰 사진을 찍기 쉽지 않다.
이번에는 제대로 찍어 봐야지!
찰칵! 나오는 단어는 ‘Transparency’. ‘거짓 없이 투명하게 살라’는 의미를 전달하려는 것 같다.
넓은 전시실 가운데에 덩그렇게 놓여있는 사람의 머리 작품이다. 작은 창문처럼 나 있는 곳을 통해 머릿속을 들여다본다.
그 안에서 복잡하게 얽힌 전선들과 반짝이는 전구들을 볼 수 있다. 사람의 머릿속에 생각의 끈들이 얼마나 복잡하게 꼬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108 번뇌가 이런 것일까? (다음 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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