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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miconductor/스마트 Tip

[세상을 바꾸는 발견들] 홀로그래피

by 앰코인스토리.. 2025. 3. 19.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중 (사진출처 : 다음영화 https://search.daum.net/search?w=cin&q=%EC%96%B4%EB%B2%A4%EC%A0%B8%EC%8A%A4:%EC%97%90%EC%9D%B4%EC%A7%80%EC%98%A4%EB%B8%8C%EC%9A%B8%ED%8A%B8%EB%A1%A0 )

여러분은 영화 보기를 좋아하시나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마치 현실처럼 생생히 펼쳐져,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나 마음껏 꿈꿀 수 있기에 영화 감상은 많은 사람의 취미 생활 중 하나이지요. 대한민국은 한때 마블 열풍이었습니다.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새해가 시작되면 올해 개봉하는 마블 영화는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블 영화가 대중에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등장인물이 각각의 서사를 가지며 자칫 유치할 수 있는 초능력의 영역을 매우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영향력 있고 인기 있는 캐릭터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아이언맨’입니다. 아이언맨 캐릭터는 그가 가진 초능력을 입체적이면서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술로 구현해내어 관객들을 더 매료시켰지요. 특히, 이전 칼럼에서 다뤘던 인공지능으로, 노벨 물리학상과 관련 있는 범용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부터 아이언맨의 상징과도 같은 아크 원자로의 3기가 와트 전력 생산량까지 아직은 도달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결국 도달하게 될법한 미래 기술들이 그려집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명장면은 영화 <아이언맨> 1편과 2편에서 새로운 슈트와 물질을 개발할 때입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홀로그램 그리고 자비스와 함께 연구하는 모습은 과학기술 분야에 조금이나마 몸담았던 이들이나 이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너무나도 이상적이고 가슴 뛰게 하는 명장면이지요.

 

홀로그램 이미지 (사진출처 : ChatGPT 생성)

미래를 소재로 제작된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술은 인공지능과 홀로그래피 기술일 듯한데요. 인공지능은 이전 칼럼에서 홉필드 네트워크와 볼츠만 머신으로 노벨상을 받은 사례에 대해 다룬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인류가 가장 선망하는 또 다른 기술, 홀로그래피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단순한 듯 흥미로운 이 기술에도 노벨 물리학상이 관련돼 있거든요.

 

홀로그램(Hologram)이라는 이름 자체가 홀로그램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holos는 그리스어로 ‘완전한’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gramma는 ‘정보, 메시지’라는 의미로, 즉, 완전한 정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렇습니다. 홀로그램은 2D 사진이 가지는 2차원 정보를 넘어 3차원으로 기록되고 관찰할 수 있으며 2D 정보 기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완전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DL지요. 

 

전자 현미경으로 본 샐러리 잎 확대 모습 ( 사진출처 : 어도비스톡)

홀로그래피 기술은 1947년 영국의 물리학자 데니스 가보르(Dennis Gabor)가 개발했습니다. 홀로그래피 기술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그 연구에서 홀로그램 자체를 목적에 두고 연구되지 않았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당시 가보르는 전자 현미경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자 현미경은 광학 현미경보다 해상도를 100배나 개선했지만, 원자 격자를 분해할 만큼 해상도가 높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렌즈의 한계였는데요, 오토 셔처(Otto Scherzer)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전자 렌즈는 근본적으로 완벽하게 만들 수 없는 것이었지요.

 

전자 현미경의 해상도는 약 12옴스트롱 즉, 1.2nm 정도 되며 이론적 한계는 4옴스트롱이었습니다. 이는 원자의 격자를 보기에는 두 배 가까이 부족했지요. 가보르는 이 문제를 가지고 오랫동안 고민하다 “선명하지 않은 전자 사진을 촬영하되, 모든 정보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찍고, 이를 광학적으로 보정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든 정보를 포함하기 위해서는 전자빔의 위상정보도 포함해야만 했는데요, 이 접근 방식이 바로 홀로그래피 기술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가보르의 아이디어를 조금 더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 사진의 원리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진은 빛의 강도를 담은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빛이 강하게 반사된 영역은 밝게 표현되고 약하게 반사된 영역은 어둡게 표현됩니다. 컬러사진이라면 빨강 초록색 파랑 필터가 활용되어 빛의 색상 정보를 기록하지요. 하지만 기존의 사진은 빛의 강도 정보만 담을 뿐 빛의 위상정보를 기록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빛의 위상이란 주어진 위치에서 파동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를 나타내는 정보입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아직 좀 모호한가요? 자, 아래의 사진을 한번 보시지요. 원점에 시작점이 붙어 있는 파동에 비해 오른쪽에 있는 파동은 ‘위상이 지연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듯 위상의 정보는 이 빛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그렇기에 빛의 위상정보를 통해 빛의 상대적인 반사 시작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럼 위상정보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것일까요?

 

위상지연 (사진출처 : wiki.homerecz.com)
홀로그래피의 원리 ( 사진출처 : 노벨상 수상자의 노벨 강연[Nobel Lecture] 중)

이 문제는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기준광을 만들어주면 해결됩니다. 하나의 빛을 쏴 주면 그 빛은 두 갈래의 방향으로 나눕니다. 하나는 기준광으로 쓰일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물체로 날아가게 됩니다. 이 물체로 날아가는 것은 물체파라고 불리는데요. 이 물체파가 물체에 반사된 빛과 기존의 기준광과 만나 간섭현상을 일으킵니다. 이 간섭현상을 통해 물체에 반사된 빛의 위상정보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간섭이 일어나면, 같은 위상일 경우 보강 간섭으로 더 강해지게 되고, 두 개의 빛이 반대 위상을 가지면 서로 상쇄되어 상쇄간섭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 두 현상이 반복되면서 밝고 어두운 연속적인 간섭무늬가 생기게 됩니다. 기준파와 물체파의 간섭으로 새겨진 그 간섭무늬에 정보를 새겼던 홀로그램 판에 똑같은 빛을 통과시켜주면 반사되었던 물체가 3D 이미지로 똑같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빛의 간섭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비눗방울이나 물 위에 뜬 기름층에서 여러 색이 보이는 이유는 빛의 간섭 때문입니다. 빛의 얇은 막의 앞면과 뒷면에서 반사가 일어나면서 간섭이 일어나 특정한 색이 강화되거나 약해져 다양한 색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사진출처 : ChatGPT 생성

홀로그래피 기술은 현재 이미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데요. 지폐와 신용카드에 붙은 홀로그램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폐 앞쪽에 붙은 홀로그램을 살짝 비틀어서 보면 각도에 따라 다른 이미지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요. 의료 분야에서는 KIST 한형섭 박사와 KIST 인공지능연구단 강민구 박사는 환자가 X-ray, CT, MRI 촬영 시 생성되는 의료 표준 영상 포맷인 디스콤(DICOM) 파일을 학습된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동으로 최적화하고, 이를 3D 모델로 변환한 후 초다시점(Super Multi-View) 디스플레이에 홀로그램 형태로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에 우리가 2D로 확인하던 CT, MRI 등의 이미지를 3D로 볼 기회가 열렸지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공연장에 홀로그램 기술을 적용하기도 하고, 군수 산업에서는 이를 활용해 임무를 수행하는 연구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데니스 가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future cannot be predicted but it can be invented(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창조할 수 있다).” 수많은 공상과학영화에서 과학적 영감을 주었던 홀로그래피 기술, 연예인들의 연예인이 존재하는 것처럼 홀로그래피는 어쩌면 과학기술 중의 과학기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기술을 통해 더 먼 미래를 꿈꾸게 하니까요. 예측할 수 없지만 창조할 수 있는 우리의 미래, 여러분은 홀로그래피 기술을 통해 어떤 미래를 창조해보고 있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