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소망들을 품으셨나요? 많은 이들의 새해 소망 중 빠지지 않는 하나는 아마도 ‘건강’일 것입니다. 그 어떤 원대한 계획도 건강이 주어지지 않으면 제대로 이뤄낼 수 없으니까요. 평생 건강하게 장수를 누리며 하고 싶은 일과 목표를 이뤄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있을까요? 새해를 맞아 이번 달에는 건강과 관련한 노벨상 수상 과학기술을 알아볼까 합니다.
65세를 노인으로 처음 규정한 1981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66.7세였습니다. 하지만 43년이 지난 2024년 기대수명은 84.3세로 17.6세 늘어났지요. 늘어난 기대수명만큼 질병에 노출될 확률도 커졌는데요, 그 중에서 가장 두려운 질병 중 하나가 바로 ‘암’입니다.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0%가 넘는다고 해요.
세계표준인구 기준으로는 우리나라의 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287명! 미국 367명, 영국 307.8명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암 발생률은 일본과 중국보다 높았지만,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77명으로 주요 비교 국가 중 가장 낮았습니다. 그 이유는, 의학적으로 암을 발견해내는 기술과 암을 치료하는 기술의 발달로 볼 수 있지요. 암은 여전히 우리에게 공포의 대상이지만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더는 ‘불치병’만은 아니지요.
이러한 의료적 성과에는 ‘방사선 치료’라는 암 치료법이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암 치료에는 수술을 통한 직접 제거와 약물을 통한 화학요법도 있지만,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여 절개 없이 국소 부위 치료가 가능한 방사선 치료는 외과적 합병증이 유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외과적 수술이나 화학요법과 조합하여 치료도 가능한데, 수술 전에는 종양의 크기를 줄이거나 제한하고 수술 후에는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미세 암세포를 제거할 목적으로 시행합니다. 무엇보다 뇌, 척수, 심장, 폐 등 외과적 수술이 어려운 위치에 발생한 암세포를 치료하는데 유용하지요.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방사선 치료의 정밀함과 안정성도 높아져 현대 암 치료에 더욱 활발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방사선을 활용한 다양한 치료법]
• 3D-CRT
CT 시뮬레이터 영상을 통해 다양한 각도에서 종양과 정상 조직을 구별하여 최대한 종양 조직에만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다.
• IMRT
한 방향에서 조사되는 방사선 조사면의 방사선량을 세분화해 다양한 크기로 조절함으로써 정상 장기로 조사되는 방사선량은 줄이고 종양에만 집중할 수 있다.
• 토모 테라피
진단용 기기와 방사선 치료가 결합된 형태로, 방사선 치료 직전의 환자의 영상 검사 결과를 얻고, 이를 통해 종양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 후 치료할 수 있다. 방사선 조사 방향 회전과 동시에 세기 조절이 가능하다.
• VMAT
세기 조절 방사선치료기기로 토모 테라피에 비해 치료 시간이 짧다. 방사선 치료 부위를 나누지 않고 한 번에 조사할 수 있으며 회전 속도, 방사선량도 함께 조절 가능하다.
• SRS / SABR
흔히 감마나이프, 사이버나이프라고 불리는 방사선 치료법으로, SRS는 뇌의 병변을 대상으로 SABR은 폐, 간 등 뇌 이외의 부분을 대상으로 치료한다.
• WBRT
전이 등의 이유로 뇌에 한 개 이상의 암이 존재하여 수술로 제거될 수 없을 때 뇌 전체 부위에 사용한다.
그렇다면 ‘방사선’이 무엇이기에 무시무시한 암세포를 파괴할 힘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본 코너에서 우리가 처음에 다루었던 뢴트겐의 ‘X선’도 일종의 방사선입니다. 방사선은 에너지가 공간을 통해 이동하거나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방사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가시광선, 마이크로파, 라디오파, 적외선, 자외선 등 이온화 능력이 없는 ‘비이온화 방사선’과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과 같은 ‘이온화 방사선’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방사선의 이온화 능력은 물체를 투과하거나 이온화시키는 능력을 말하는데, 물체를 투과하는 과정에서 물질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바로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의료 분야 뿐만 아니라, 산업, 농업 및 식품 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 것이지요. 반면, 핵폭탄을 통해 방사능 물질이 뒤덮이면서 인류와 환경을 완전히 파괴해 버리기도 하지만요.
잠깐! 여기서 방사선, 방사능, 방사성 물질은 어떻게 다른지 그 정의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사선’은 에너지가 이동하는 형태(흐름)를 말하는 것으로 전자기파, 입자 모두에 해당됩니다. ‘방사능’은 방사선을 내뿜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방사성 물질’은 그런 능력을 가진 물질이지요.
인류를 존속시킬 수도 멸절시킬 수도 있는 방사선. 이 신비한 현상에 대한 연구는 누가, 언제, 어떻게 시작하였을까요? 그 주인공은 바로 마리 퀴리(Marie Curie, 1867~1934)입니다.
그녀는 방사성 연구의 기초를 마련하며 의학 분야, 특히 암치료와 진단 분야에 방사선 응용을 가능하게 했지요. 마리 퀴리는 방사성 물질의 특성과 그 에너지를 밝혀내는 데 기여한 공로로 1903년 프랑스 과학자 앙리 베크렐, 남편 피에르 퀴리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라듐과 폴로늄이라는 강력한 방사성 원소를 발견하며 1911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서로 다른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인물은 지금까지도 마리 퀴리가 유일하지요. 노벨상을 받은 여성으로는 마리 퀴리가 최초이기도 하고요.
퀴리 부부는 앙리 베크렐이 발견한 우라늄의 베크렐선을 연구하면서 본격적으로 방사선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퀴리 부부는 수 없는 실험을 거듭하다, 새로운 방사성 물질인 ‘라듐’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퀴리는 푸른 빛을 내는 라듐을 실험실에서 처음 보게 되었을 때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빛은 어둠 속에 유유히 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난생처음 느껴보는 황홀한 감정이었다.’ 라듐이 내뿜는 빛은 너무도 유혹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가까이 들여다보며 만지고 싶어했고, 심지어 몸에 바르거나 먹으려고도 했지요. 그 치명적 위험성을 일지 못한 채 말입니다.
마리 퀴리는 이 신비로운 빛을 ‘방사선’이라고 이름 짓고, 이후 이를 의학 분야에 활용하는 연구로 인체에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퀴리 부부가 라듐 추출에 성공하며 상업적 이용이 활발해졌지만, 과학적 발전을 위해 라듐 추출 관련 모든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그 덕분에 라듐 산업은 급성장했지만, 오히려 퀴리 부부는 연구 재료의 폭등으로 더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네요.
오늘날에 이르러 방사선은 의료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고, 그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컴퓨터로 방사선의 조사량, 세기 등을 계산하여 꼭 필요한 만큼만 방사선을 사용하니 부작용 역시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방사선 제어 기술이 발전하여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마리 퀴리가 처음 이 이온화 방사선을 연구할 당시만 해도 DNA 손상, 세포 사멸, 암 발생, 급성 방사선 증후군(ARS) 유발 등 방사선이 인체에 끼치는 치명적 피해를 인식하지 못했고, 보호장구도 제대로 없었지요.
퀴리 부부 역시, 방사능 피해를 비껴갈 수 없었습니다. 몸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남편 피에르 퀴리는 과학자 모임에 갔다가 귀가하던 중 질주하는 마차에 치어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남편의 죽음 후에도 28년을 더 살며 홀로 연구를 지속하며 염화라듐을 전기 분해하여 백색의 순수 라듐을 얻는 데에 성공하여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노벨상 2회 수상자가 되었지만, 그녀 역시 방사능에 만성적으로 노출된 탓에 재생 불량성 빈혈로 67세에 죽음을 맞게 되었습니다.
마리 퀴리의 큰딸 부부인 졸리오-퀴리도 비방사성 물질에 방사능 충격을 가하여 인공 방사능 물질을 최초로 만들면서 1935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지요. 한 집안에서 네 번의 노벨상이라니, 대단하지요? 그러나 졸리오-퀴리 부부 역시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마리의 큰딸은 59세에 백혈병으로, 남편은 방사선으로 인한 간 손상으로 58세에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의 유해는 프랑스의 성소 팡테옹(Le Panthéon)에 모셔져 있는데요, 사후 90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방사선 발생의 위험이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해 2.5mm의 납판으로 봉인되어 있다고 합니다. 무시무시한 일입니다.
과연 과학기술은 인류에게 해가 되는 것일까요, 득이 되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가 가진 치명적 위험성을 알고도 연구를 지속하는 것이 맞을까요, 그만두는 것이 맞을까요? 이런 의문에 대해 독일의 대표적 실존 철학자 야스퍼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술은 수단일 뿐이며, 그 자체로 선도 악도 아니다. 과학기술이 선한지 악한지는 인간이 기술로부터 무엇을 만들어 내고, 기술을 어디에 사용하고 어떤 조건에서 기술이 만들어지느냐에 달려있다.”
또 다른 철학자 하이데거는 “과학기술은 좀처럼 상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우리들의 존재를 철저하게 지배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어디서나 과학기술에 붙들려 있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는 기술을 중립적인 것으로 고찰하여 우리와 무관한 것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과학기술을 가치중립적 도구로만 본다면 인간은 기술에 종속당할 수 있다는 우려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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