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오늘은 스위스 일정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일찍 루체른역으로 이동 후 오전에는 티틀리스를, 오후에 리기산을 다녀오는 좀 빡빡한 스케줄로 잡았다. 어제 인터라켄에서 하이킹을 선택했던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어제 날씨는 인터라켄, 루체른 두 곳 다 흐렸지만 오늘은 인터라켄은 흐리고 루체른은 맑다. 만약 어제 루체른을 다녀와 오늘 인터라켄 하이킹을 했다면 어제오늘 흐린 날씨에 하늘을 원망하는 일정이 되었을 터였다.
인터라켄부터 루체른에 이르는 코스는 골든 패스라고 불리는 환상의 기찻길 여행 코스다.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인데, 특실을 타면 천정까지 유리로 설계되어 탁 트인 스위스 경치를 구경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일찍 서둘러 루체른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인터라켄에서 루체른을 거쳐 티틀리스까지 약 3시간, 꽤 먼 길이다.
스위스 열차는 출발시간에 맞춰 칼같이 출발한다. 새벽부터 서둘러 피곤했는지 아이들과 아내는 단잠에 빠졌다. 브리엔츠 호수를 지나는데, 호수가 짙은 구름에 덮여 마치 어둠의 터널 속으로 들어온 듯한 광경을 연출한다. 갑자기 호수 위로 해가 떠오른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며 환상적인 경관이 펼쳐진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헛갈릴 정도로 몽환적인 풍경이다.
호수를 지나가니 금세 구름이 걷히고 맑은 하늘이 나온다. 오래된 예쁜 건물과, 건물 너머로 보이는 험준한 산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또다시 나오는 이름 모를 호수.
기차는 스위스 마을들을 빠르게 지나간다. 루체른역에서 다시 엥겔베르그마을로 가는 기차로 갈아 타고 이동한다. 편리하게도 루체른에 내리자마자 엥겔베르그행 기차를 탈 수 있도록 시간표가 짜여 있고, 기차는 정확한 시간에 정차하고 출발한다.
엥겔베르그마을에 도착해서는 티틀리스행 곤돌라를 탑승해야 한다. 좀 복잡하게 보이긴 하지만 이 모든 이동이 착착 진행되도록 계획한 필자 자신이 너무도 대견하다!
엥겔베르그에서 트립제까지 20분, 트립제에서 슈탄트(STAND)까지 10분, 슈탄트에서 360도 회전 곤돌라로 갈아타고 5분 더 올라가면 티틀리스(TITLIS)다.
곤돌라가 출발하자 저 아래로 엥겔베르그마을이 멀어져 간다. 해발 1,015m에 세워진 엥겔베르그(천사의 산)이라는 이 마을의 이름은 1120년 수도원을 세울 당시 수도원 터를 말해주는 천사의 목소리를 들었고, 수도원 설립 후 수도원장이 수도원 이름을 지으려 고심하던 중 천사들의 합창을 들었다는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주변으로 펼쳐진 울창한 산림과 깎아지른 듯한 바위산들의 모습이 멋지다. 요렇게 네모난 곤돌라로 엥겔베르그에서 트립제를 지나 슈탄트까지 이동하다가, 슈탄트(STAND)에서 둥근 곤돌라로 갈아타고 올라가는데, 이 둥그런 곤돌라가 360도 회전을 하면서 올라가기 때문에 주변을 빠짐없이 살펴볼 수 있다.
벌써 이렇게 높은 데까지 올라오다니. 이제 티틀리스 정상도 얼마 남지 않았다.
슈탄트에서 둥근 곤돌라로 갈아타고 저 아래 트립제 호수를 바라보는 장면. 티틀리스산 정상은 빙하가 있는 곳이다.
곤돌라에서 내리면 펼쳐져 있는 만년설! 티틀리스 아래로 펼쳐진 초록 물결의 산을 보며 눈 덮인 경사면을 걸어 올라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융프라우를 포기하고 선택한 티틀리스.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만년설, 빙하 동굴 체험, 아이스 플라이어, 클리프 워크, 눈썰매 놀이도 가능한 곳이다. 요 큰 바위가 티틀리스 봉우리, 해발 3239m다.
날씨가 너무 좋아 그런지 사진이 깨끗하게 나온다. 눈썰매도 타고. 그런데 이 사진은 초점이 어디 있는 걸까.
인생샷을 남겨야지!
날씨가 따뜻해 질퍽해진 눈을 밟으며 조심조심 아래로 내려오면, 아이스 플라이어와 클리프 워크를 즐길 수 있다. 줄을 서야 하는 아이스 플라이어는 포기하고 클리프 워크로 간다.
철제 다리 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 모습이 찌릿찌릿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얼음 동굴 체험. 전망대로 이동하면 5층 라운지에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다. 필자는 도시락을 준비해 갔는데, 어떤 한국인 가족은 신라면컵을 준비해와 먹는다. 따뜻한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마시는 모습이 얼마나 부럽던지.
이제 다음 코스인 리기산을 가기 위해 다시 곤돌라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티틀리스야, 안녕!
360도 회전하는 둥근 곤돌라를 탄다.
저 아래 보이는 트륍제 호수에서 하이킹을 하거나 다양한 액티버티를 할 수 있으나 시간이 없는 우리 가족은 리기산으로 이동해야 한다. 다시 네모난 곤돌라로 갈아타고 산 아래 엥겔베르크마을로 내려간다.
리기산으로 출발! (다음 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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