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스위스 여행 중 가장 고민했던 것은 날씨에 따른 여행지 선택이었다. 푸르른 자연 속으로 들어가 하이킹을 하고, 산에 올라 경치를 구경하는 스위스 여행의 특성상 날씨가 정말 중요하다. 그런 이유로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7월 말에서 8월 초 기간이 성수기인데, 이상하게 필자가 여행을 했던 당시에는 비 오고 흐린 날이 많아 스위스 여행을 망쳤다는 글이 여행 동호회에 자주 올라왔다.
특히, 우리 가족의 여행 일정인 4박 5일 중에 첫날은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이동, 마지막 날은 독일로 이동하는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우리 가족에게 허락된 온전한 스위스 여행은 단 3일뿐이었다. 만약 계속 비라도 내린다면 아름다운 스위스의 자연은 보지 못한 채 숙소에 머물러야 하는 우울한 경험을 할 수도 있어 걱정이 앞섰다.
여행지를 놓고도 많은 고민을 했는데, 가장 고민했던 여행지는 융프라우였다. 스위스 여행의 대표 명소인 융프라우를 갈까 말까 끝까지 고민했고 결국에는 과감하게 포기했다.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여행지는 아래와 같이 세 곳이다.
✔️ 체르마트 : 마터호른
✔️ 피르스트 : 바흐알프제 트레킹, 아이거 북벽을 보며 트레킹
✔️ 루체른 : 티틀리스, 리기 쿨름
당일 아침에 스위스 기상청 날씨 예보를 보고, 세 군데 중에 그 날 가장 비 올 확률이 적고 날씨가 좋은 곳을 찾아 여행을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드디어 스위스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일어나자마자 일기 예보를 보니, 체르마트와 루체른은 비슷하게 좋은 날씨지만 피르스트는 상대적으로 날씨가 흐리고 강수 확률도 있다고 나온다. 그래! 체르마트의 마터호른을 보러 가자!
스위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가장 가보고 싶었던 마터호른. 사실 3일 일정 중 하루만 맑다면 마터호른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마터호른만 잘 봐도 스위스 여행은 성공이라 생각했다.
아침에 서둘러 숙소를 나오는데 저 멀리 만년설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스위스구나 실감하는 순간이다.
숙소에서 빌더스빌역까지 걸어가서 7시 50분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 OST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걸으며 들이마시는 상쾌한 공기와 아름다운 경치가 너무 좋다.
바로 앞에 있는 푸르른 산 너머로 보이는 만년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난다.
빌더스빌역에서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 OST에서 내린 후, 베를린행 기차를 타고 슈피츠역에 내려 다시 브리그행 열차로 갈아타고 Visp역에 내려 체르마트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 무려 네 번을 갈아타고 약 2시간 30분을 가야 하는 먼 거리에 있다.
빌더스빌(Wildersvil) > 인터라켄(Interlaken) OST > 슈피츠(Spiez) > 비스프(Visp) > 체르마트(Zermatt)
특히, 각 역에서 기차를 갈아타는데 주어진 시간이 5분 남짓으로 짧아, 잽싸고 정확하게 움직여야 한다. (바로 옆 플랫폼이 아니라면 지하도를 따라 건너편 선로로 이동해야 해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인터라켄으로 가는 열차가 온다. 천장에 매달린 표지판을 보면 플랫폼 번호와, 어디로 가는 기차인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체르마트 가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보니 계곡이 보이는데, 계곡물이 흙탕물이고 수량이 많다. 비 때문에 일정을 망쳤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었는데,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정말 비가 많이 내렸던 모양이다.
기차를 탄 직후, 경치를 구경하는가 싶더니 이내 깊은 잠에 빠진 아이들. 이렇게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데!
둘 다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 창밖 풍경이 얼마나 멋진데 이렇게 쿨쿨 잠만 자다니!
아이들은 체르마트역에 도착해서야 잠에서 깨었다. 체르마트역에는 여러 나라 언어가 보이고 한글도 보이는데 좀 어색하다. ‘감각적인 즐거움’?
역에서 나와 건물 사이를 걷는데 저 멀리 뾰족한 것이 보인다. 앗, 저것은! 맞다. 바로 마터호른 봉우리다.
산악열차를 타고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로 이동해야 한다.
산악열차가 점점 높은 지대로 올라가니 마터호른이 가까워진다.
고르너그라트역에 내려 주위를 둘러보는데,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까 스위스 마을에서 보았던 마터호른의 모습이 훨씬 멋지지만, 고르너그라트 전망대에서 보는 모습도 멋지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구조견 세인트 버나드가 보인다. 목에 매단 것은 물통이 아니라 술통이다. 추운 겨울 조난당한 사람들을 발견했을 때 체온을 올리기 위한 일종의 비상약이다. 관광객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려 나온 것 같은데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시무룩한 표정이다.
멀리 보이는 마터호른을 배경으로 이렇게 저렇게 사진을 찍어도 예술이다.
장난삼아 설정샷도 남겨본다.
현재 기온은 9℃, 바람은 8km/h다.
실컷 마터호른을 본 다음에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로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 정거장에서 내려 조금만 올라가면 되는데, 고지대여서 그런지 숨쉬기 약간 힘든 것 같기도 하다. (다음 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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