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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여행을 떠나요

전남 봄꽃 여행, 광양 매화와 구례 산수유가 우거진 봄으로

by 앰코인스토리 - 2015. 3. 23.

성큼 다가왔다. 꽃샘추위와 겨울과 봄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사이, 망설이던 꽃망울도 그만 터져버렸다. 아직 채 여물지 않은 꽃봉오리이건만, 활짝 핀 그 사이가 선비의 자태처럼 고우면서도 당당하다. 봄이지만 긴 겨울 때문에 좀 일러진 봄날이었다. 전남 광양에서 매화를, 지리산 구례에서 산수유를 만났다.

 

梅梢明月 매초명월

 

梅花本瑩然 매화는 본래부터 환히 밝은데

映月疑成水 달빛이 비치니 물결 같구나

霜雪助素艶 서리 눈에 흰 살결이 더욱 어여뻐

淸寒徹人髓 맑고 찬 기운이 뼈에 스민다

對此洗靈臺 매화꽃 마주 보며 마음 씻으니

今宵無點滓 오늘 밤에는 한 점의 찌꺼기가 없네

 

                          - 이이(1536~1584)

 

앰코인스토리가 추천하는 전남 봄꽃 여행 코스

 

 

매(梅)와 마주하다

 

 

서울에서 네 시간을 달려온 전남 광양에는 이미 매화로 흰 물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여행에는 장애물이 있기 마련. 조용히 내리기 시작한 봄비가 여태 투닥거린다. 게다가 황사까지. 조용할 줄 알았던 매화마을 아랫동네에서는 비와는 상관없이 장터로 시끌벅적하다. 본격적인 매화 구경은 입구에 세워진 큰 비석을 시작으로 언덕을 오르면서 시작된다. 아직 만개까지는 아니지만 눈길을 빼앗는 흰 물결에 마음을 뺏긴다. 그 사이사이 홍매화까지. 봄비로 이슬을 가득 머금은 꽃망울들이 알알이 탐스럽다.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다는 봄의 전령사, 매화. 광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이곳은 백운산(1217.8m) 자락이 섬진강을 만나 허물어지는 능선에 자리 잡은 홍쌍리 여사의 청매실농원이다. 수십 년 묵었다는 매화나무들이 그득하고, 언덕 위로 내려다보이는 섬진강 너머의 하동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약 5만 평 정도 되는 이 매화밭을 ‘매화박사’로 불리는 홍쌍리 여사가 가꾼단다. 여사의 시아버지였던 율산 김오천 선생이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한 끝에 기틀을 마련했다.

 

 

청매실 농원에서 만날 수 있는 매화는 세 종류. 하얀 가지에 푸른 기운이 섞인 청매화, 복숭아꽃처럼 붉은빛이 나는 홍매화, 그리고 눈이 부시게 하얀 백매화다. 열매는 빛깔에 따라 청매, 황매, 금매로 나뉘고, 이곳에서 홍쌍리 여사가 30년 동안 된장, 고추장, 장아찌, 매실환, 매실원액, 매실정과, 매실차 등을 만들어 냈으며, 그 항아리만도 2,500여 개나 된다.

 

 

 

백운산 산등성이에 가득했던 안개들이 오후가 되며 조금씩 구름을 타고 사라진다. 웬만큼 걷히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꽃봉오리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봄비도 조용히 사그라진다. 4월 초까지는 더욱 만발할 듯하다. 매화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다모》, 영화 《취화선》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명장면을 보여주었던 작품들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남 광양시 다압면 지막1길 55 (다압면 도사리 414) 홍쌍리 청매실농원

홈페이지 : http://www.maesil.co.kr

 


광양매화마을 / -

주소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548번지
전화
061-772-9494
설명
매화와 건강식품으로 인기를 더해가는 매실제품 및 각종 지역특산품, 섬진강변의 빼어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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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매화축제 / -

주소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403번지
전화
061-797-3714
설명
어느 꽃보다 가장 먼저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곁을 찾아온 매화, 꽃이 웃고 사람이 웃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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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줄기따라 화개장터로

 

 

섬진강을 따라 남도다리를 넘으면, 즉 매화마을에서 20여 분 거리에 화개장터와 금세 만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화개장터는 경남 하동에 속한다. 역시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따라 화개장터엔~”이라는 노래가 무색하지 않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 중 하나로 꼽히며 사람들로 붐볐던 곳. 지금은 규모도 좀 축소되고 약초시장에 가깝지만, 전라도와 경상도의 특산물들을 모두 다 한 자리에 모아 놓은 이색적인 장이 특징이다. 특히 4월로 접어들 때쯤이면 이 옆길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발한다는 ‘화개장터 십리벚꽃’으로 더욱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쌍계로 15 (하동군 화개면 탑리 726-46) 화개장터

홈페이지 : 

http://goo.gl/MDU1J0

 


화개장터벚꽃축제 / -

주소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화개장터 일원
전화
055-880-2378
설명
섬진청류와 화개동천 25km 구간을 아름답게 수놓아 장관을 연출하는 쌍계사 십리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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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마을에 노란 팝콘이 터진다

 

다시 30분 정도 차로 이동하면, 곧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 마을에 도착한다. 우리나라 산수유 열매 생산량의 67%를 차지할 만큼 산수유나무가 많은 곳. 매화마을과 마찬가지로 주민들 집과 한데 어우러진 산수유나무들이 돌담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곁으로 흐르는 졸졸거리는 계곡의 물줄기까지. 약 천 년 전쯤 중국 산둥에 살던 여인이 이곳으로 시집오면서 산수유나무를 가져와 길렀는데, 그것이 지금의 마을을 만들었다는 오래된 이야기가 있다.

 

 

 

예부터 구례를 ‘세 가지가 크고, 세 가지가 아름다운 고장’이라 했다. 지리산, 섬진강, 들판이 전자고, 아름다운 풍광, 너르고 기름진 땅에서 거두는 풍요로움, 그리고 거기서 자란 사람들이 지닌 순박하고 인정미 넘치는 마음씨가 후자라고. 좁고 기다란 길로 이루어진 마을이라 조금씩은 부대껴가며 노랗게 물든 길을 돈다. 어느 집 지붕 위, 대문 옆, 마당 한편, 밭 한 자리씩 차지한 몇백 년 된 산수유나무들이 가지를 힘차게 뻗고 노오란 팝콘을 튀기듯 작은 꽃봉오리를 힘차게 터트린다.

 

 

산수유 꽃의 정점은 산동골 가장 상류의 상위마을. 꽃샘추위 때문인지 만발하지는 않았지만 가만 보니 매화보다도 더 빠르게 이곳을 수놓을 기세다. 집 앞마다 작은 가판을 만들어 직접 채취한 고로쇠 약수며 산수유 진액이며, 직접 기른 농산물들을 판매한다. 온통 낮이면 집 주변을 둘러보고 들어가는 관광객들로 시끄러울 법한데도, 대부분 어르신이 거주하는 이 마을은 큰 소리 한번 나는 일 없이 아주 한적하다. 이 마을 위로는 계곡 물줄기를 따라 시원한 산수유나무들과 만나고, 마을 밑으로는 따로 286m의 산책길이 조성되어 따사로운 햇볕 속에 산수유나무들과 마주할 수 있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825 지리산온천관광지 일원 구례산수유꽃축제

홈페이지 : http://goo.gl/o2PPsh

 


구례산수유꽃축제 / -

주소
전남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839-6번지
전화
061-780-2726
설명
한국 최대 산수유마을인 구례군 산동면에 자생하는 수십만 그루의 산수유나무꽃을 주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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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꽃이거니와, 그 열매까지도 허투루 버릴 수 없는 매화와 산수유. 고고하면서도 소박한 그 맛에 주민들도 살고 관광객들도 산다. 점점 봄꽃이 완연해지는 봄이다. 수많은 아픔과 절망과 행복과 희망이 있는 이 순간, 봄꽃 속에서 오늘 하루 동안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