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파원] 미국의 고속철도 시스템

미국의 넓은 영토를 연결해 주는 대표적인 교통수단이 자동차, 철도, 항공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그 중에 자동차와 항공기는 아주 익숙한데 반해, 철도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들어보기 어렵습니다. 땅이 넓다 보니 이동수단으로서 여객수송 철도가 많을 듯한데, 의외로 아주 허술하고 발달이 안 된 시스템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최고의 공학 기술을 자랑하는 미국이 왜 철도 시스템을 허술하게 두었을까요?

 

▲암트랙 아셀라

한때 미국은 철도의 왕국으로 1800년대부터 수많은 물자를 동부의 남북을 연결해 운반해 왔고, 서부 개척 시대를 거치면서 사람과 물자를 동부에서 서부로, 서부에서 동부로 이동해 왔습니다. 현재는 국영회사인 암트랙(Amtrek) 아셀라(Acela)가 승객을 이동시키는 고속철도인데, 초고속 속도가 시속 240km이고 철로의 노후로 인해 평균 이동 속도는 겨우 시속 110km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KTX는 비록 직선구간이 적긴 하지만 평균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그리고 철도를 이용한 승객 이동수단은 미국 전체의 겨우 0.3%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미국 교통부의 2011년 자료를 보면 장거리 이동시 자동차는 89%, 비행기는 7.4%, 그리고 철도는 0.8%만을 차지한다는 조사 결과에서 보듯 아주 미미한 수치입니다. 우리나라는 같은 해를 기준으로 철도가 약 15%에 달합니다. 전 세계가 빠른 이동수단을 위해 고속 철도를 확장해 나가는 것에 비하면, 미국의 철도 시스템이나 정책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이지요.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나오는 걸까요?

 

미국의 철도 시스템이 부실한 한 가지 이유는 인구 밀도에 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은 큰 대도시들이 좁은 간격을 유지하고 있어 인구가 밀집된 지역일수록 이동수단으로서의 철도가 잘 발달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대도시들이 아주 먼 간격으로 벌어져 있어서 상대적으로 철도의 발전이 어려운 조건이 되겠지요.

반면, 대도시 내 철도는 현대식 트램이라 불리는 노면전차로 출퇴근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었지요. 많은 수익을 올린 노면전차 기업들의 적극적인 부동산 사업으로 점차 도시들이 교외로 확장되게 되었고, 상업 지구와 주택 지구가 공존하면서 노면전차로 이동이 용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1908년 포드 자동차에서 최초의 상용차 모델 T가 생산되면서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시기에 연방 고속도로법으로 미국 전역이 고속도로 건설이 이루어지자 점차 노면전차는 없어지고 자동차가 중심이 된 도시 풍경으로 바뀌게 되었지요.

 

또 다른 이유로는, 미국 도시 계획의 조닝(Zoning) 제도를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상업 지역과 다가구 주택 지역, 1가구 주택을 같이 지을 수 있는 지역과 1가구 주택만을 지을 수 있는 지역을 따로 정하는 제도인데요, 1가구 주택만을 지을 수 있는 구역이 당시 시카고, 시애틀 같은 대도시에서 75% 이상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한 시설이 있는 상업 지구로 가기 위해서는 또 다시 자동차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당연히 인구 밀도가 낮아지므로 자연히 철도 등 대중교통이 발달할 수 없는 환경이 됩니다. 이런한 조닝 제도는 인종 문제와 빈부 격차에 따른 사회 문제도 앉고 있지요.

또한, 늘어가는 자동차로 인한 이동수단에 석유 회사들의 각종 로비 또한 미국 내에 대중철도 시스템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가 많아야 석유 회사들 또한 수익이 늘어나므로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동부의 워싱턴 DC와 보스턴을 시속 300km 이상으로 연결하는 사업과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엔젤레스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사업 등 많은 시도가 있지만, 엄청난 공사 비용과 그 대비 이용자 수에 대한 수익성으로 실제로 성공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더 많다고 합니다.

 

▲미국 고속철도 로드맵 (2013)

이렇듯 사람을 수송하는 여객 철도는 형편없지만, 화물 철도는 세계 최대의 수송 거리를 자랑하는 미국의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면서 이번 호를 마칩니다.

 

※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By 특파원 김경수  | 미국,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즐거운 미국 소식을 전달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