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해외 이모저모

[일본 특파원] 미우라 아야코를 아시나요?

by 앰코인스토리.. 2023. 6. 12.

앰코인스토리 가족 여러분! 장마가 시작되는 동경에서 전해드립니다. 이번 호는 지금까지의 관점을 바꿔서, 일본 대표적인 작가인 미우라 아야코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미우라 아야코 (사진출처 :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

2022년 4월 25일은 미우라 아야코가 출생한 지 100주년을 기념한 날이었습니다. 그녀는 저서의 대부분이 한국에서도 번역되어 한국인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었습니다. 작년 삿포로 여행 중에 미우라 아야코 작가의 기념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너무 좋아한 분이라, 많은 추억이 교차하는 감동되는 시간을 가졌었지요.

 

▲미우라 아야코 문학 기념관 (사진출처 : https://www.hyouten.com/)

미우라 아야코는 홋카이도 출신으로 9남매 중 다섯 번째로 태어났습니다. 1922년생이었으니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입니다. 그녀는 초등학교 교사였으나 일본 패전 후 국가와 군국주의 교육에 많은 갈등을 품다가 결국 1946년에 교직을 떠나게 됩니다. 그 후에 폐결핵과 척추골양으로 13년이나 요양원에서 생활하게 되었지요. 그녀는 어린시절 사랑하는 여동생의 죽음을 경험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대표작인 소설 「빙점」의 여주인공 이름을 먼저 세상을 떠난 여동생의 이름으로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녀의 작품 세계가 깊고 힘이 있는 것은 아마도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옳은 것을 추구하며 살아온 그녀의 인생관이 고스란히 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시절 사랑하는 여동생의 죽음과 젊은 시절 폐결핵으로 긴 세월을 요양생활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시간들. 그럼에도 고통의 의미와 삶의 사이에서 사랑하며 용서하며 번민하며 글을 썼기에, 출산의 고통을 지나 생명이 잉태되듯 이렇게 멋진 작품들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빙점 (사진출처 : https://e-curiosita.com/books/607/)

그녀는 요양생활 중 만났던 죽마고우인 마에카와 쇼를 사랑하게 되고, 마에카와 쇼의 삶과 진실한 사랑을 하는 크리스천인 그를 통해 그녀도 세례를 받고 크리스천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에가와 쇼는 그녀와 재회한 후 6년 뒤에 지병으로 수술 중 사망합니다. 그를 떠나보내고 너무나 큰 상심에 빠져 지내던 그녀에게 기적처럼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그녀의 자서전과 같은 「길은 여기에」를 보면 마에가와 쇼가 죽은 후 이듬해에 산림원에서 근무하고 있던 미우라 미쓰요를 만나 5년간의 교제 후 결혼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만남에는 작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아야코가 처음 미쓰요를 만났었을 때 마에가와 쇼가 살아서 돌아왔나보다 할 정도로 닮았었다고 합니다. 신기할 정도로 쇼와 닮은 미쓰요는 외모뿐만 아니라 진실한 크리스천인 것도 자신을 희생하며 온전한 사랑의 섬김의 삶을 사는 면도 놀랍도록 쇼와 닮았기 때문에 아야코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아픔을 알고 미쓰요를 만나게 해주었다고 믿을 정도였습니다. 아야코 기념관에서 필자도 가장 마음에 감동이 되었던 것은, 남편 미쓰요가 아픈 아내를 간호하며 그녀의 집필을 도와 이렇게 많은 책이 나온 것을 알게 된 것 때문이었습니다. 기념관의 한쪽 벽은 아야코가 저술한 수십 권의 책마다 “이 책을 사랑하는 남편 미쓰요에게 바칩니다.”라고 쓴 자필의 필적을 모아 놓은 것이 벽을 꽉 채워 낼 만큼의 양이었으니 말입니다.

 

미우라 미쓰오는 아야코를 세 번째 만났을 때 “제 생명을 아야코에게 주어도 좋습니다. 아야코를 낫게만 해주세요”라 기도했답니다. 그리고 미쓰요는 아야코에게 청혼하였으나 아야코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자신과 결혼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한사코 거부했답니다. 그럼에도 미쓰요는 “내가 당신과 사흘만 함께 할 수 있어도 결혼하겠습니다.”라고 고백하며 변치 않는 사랑으로 그녀의 옆을 지켰답니다. 이 진심 어린 사랑이 아야코의 마음을 움직여 5년 후 그들은 결혼했습니다. 이처럼 두 사람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참으로 유명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이 멋진 부부에게는 아름다운 에피소드가 많이 있습니다. 한 예를 들면, 결혼 후 남편의 월급으로 생활이 어려웠던 아야코는 상점을 운영하게 됩니다. 이 상점은 정직하고 친절하게 최선을 다해 일했으므로 급성장하게 되어 많은 직원을 두고 운영할 만큼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남편 미쓰요가 아야코에게 우리 상점이 너무 잘되니까 주변의 다른 가게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며 어찌하면 좋을지 조심스레 말을 하게 되고, 이 말을 들은 아야코는 상점의 물건 수를 줄이고 규모를 줄입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다른 가게로 가게 되었고 상점은 더이상 바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게가 한가하게 되자 아야코는 오히려 글을 쓸 시간을 많이 얻게 되어 감사했다고 고백합니다. 이때의 아야코의 생각을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저의 번영이 다른 사람의 원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이지요.

 

▲빙점의 무대, 아사히카와시 (사진출처 : https://e-curiosita.com/books/607/)

이 시기에 아야코가 인간의 원죄와 하나님의 사랑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써내려 간 작품이 바로 「빙점」입니다. 그녀의 나이는 42세였지요 아야코는 고통에 관한 고백 중에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병으로 잃게 된 것은 건강뿐이지만, 병으로 얻은 것은 예수님과 영원한 생명을 얻었고 다시 바꿀 수 없는 남편도 얻었고 소설을 쓰는 즐거움도 얻었다고 말이지요. 그녀의 고백 중에 필자가 심쿵한 것은 사람이 비싼 보석을 사기 위해서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는 것처럼 엄청나게 평안함을 얻기 위해서는 그 나름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요. 참으로 멋진 생각들입니다. 오랜만에 미우라 아야코를 회상하며 글을 쓰는 필자도 참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미우라 작가의 「빙점」은 한국에서도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어 김영애 씨가 주인공을 맡아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인간 내면의 사랑과 배신과 가정 속에 깊이 스멀거리며 뿌리내린 불신과 가증스러운 인간의 포장된 삶을 읽어 내려가며 많은 고민을 남겼던 소설이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인기는 그녀의 작품이 1965년부터 2004년 사이에 146편의 작품이 306회나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니 아마도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일본 작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빙점의 본래의 의미는 물이 어는 점 즉 0도를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이 작품은 원래 신문에 연재되었다가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1960년대에 일본에서 영화화되었을 정도로 전 일본을 흔들 정도의 영향을 미친 소설입니다.

 

▲문학 기념관 내 미우라 아야코의 서적들

그녀의 작품이 「빙점」, 「길은 여기에」, 「양치는 언덕」, 「사랑하며 믿으며」, 「이 질그릇에도」, 「아무리 긴 터널이라도 끝이 보인다」, 「부부는 아픔으로 크는 나무」, 「자아의 구도」, 「나에게 길은 있었네」 등등이 지금까지도 한국에서 출판되고 판매되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그녀의 작품 세계가 한국인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주나보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앰코인스토리 가족 여러분! 지리적으로는 참 가깝지만 역사의 갈등 속에 참으로 멀게만 느껴지는 일본을 미우라 아야코의 작품을 통해 조금 다가와 보시길 권합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더라고요. 지금까지 삶을 살아와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