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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여행을 떠나요

[가족과 함께하는 세계여행] 몬탈치노, 피렌체

by 앰코인스토리.. 2023. 4. 28.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아침부터 강행군이었기에 저녁식사 후 숙소에 와서는 밤하늘의 별을 구경할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숙소 방 두 개 중 큰 방은 아내와 딸아이가, 작은 방은 필자와 아들이 사용하기로 하고 샤워를 마친 후에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둘째가 화장실이 가고 싶다며 아빠를 깨우는 통에 눈을 떴다. 그런데 눈을 떴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방 안이 너무 어두워서 그러는 것 같아 일단 침대에서 일어나 문 옆에 있는 형광등 스위치를 찾기로 한다.

 

소방학교에서 배웠던 화재 시 대피 요령이 생각났다. 연기로 가득하여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건물을 빠져나와야 할 경우, 벽을 먼저 찾고 한 손을 뻗은 후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라는 것이 요점이다. 한참을 더듬은 끝에 문 같은 것이 만져졌고 그 주위를 더듬고 나서야 스위치를 발견했다. 불을 켜고서야 비로소 앞이 보인다!

 

600년이 넘은 돌집이라 전파만 못 들어오는 줄 알았더니 바깥의 빛도 전혀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창문도 빛이 들어올 수 없는 두꺼운 나무 창문이고, 날 또한 쌀쌀해서 창문을 아예 닫아 놓았는데 이게 완벽한 어둠의 조건을 만들어 내어 생전 처음 칠흑 같은 어둠을 경험한 것이다.

 

둘째 볼일을 보게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어느새 아침이 되었다. 아침식사도 제공되는 농가민박(아그리 투리스모). 숙박객뿐만 아니라 고양이까지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마음씨 좋은 주인장이다.

 

어제 저녁에 식사를 했던 곳으로 내려가니 갓 구운 신선한 빵과 직접 담근 쨈으로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후식으로 나온 맛있는 커피까지. 정말 만족스러운 이탈리아 농가민박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다시 돌아와 짐을 정리한다. 아니 이 녀석은! 아까 아침 먹으러 나갔을 때 봤던 고양인데 냉큼 침대 위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지, 우리는 객이고 너는 여기서 사는 주인이지.

 

시간이 많은 여행자라면, 농가 민박에 여러 날 묵으면서 주변 성도 둘러보고, 음식도 해 먹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게다가 현지에서 나는 귀한 와인까지 곁들이면서 말이다.

 

2층 계단에서 밖을 내려다보면 너른 앞마당이 보이는데, 여름이면 야외용 풀을 만들어 어린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게 해 놓는다고 하니 가족 여행객에는 안성맞춤이다.

 

농가민박 주변을 둘러보니 집이 생각보다 꽤 크다. 건물 뒤로 가면 닭과 거위를 키우는 작은 울타리가 있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농가다. 얼마나 삶이 풍요로운지!

 

옆으로 걸어가면 포도밭이 나오는데 이 포도가 부르넬로 품종의 포도라고 한다.

 

벌써 떠날 시간이 되어 짐을 꾸리고, 차량 트렁크에 넣은 후 기념사진을 남긴다. 차를 몰고 밖으로 나오니 우리나라 시골길 풍경과 비슷하게 코스모스가 피어 있다.

 

차를 몰아 몬탈치노 마을로 간다. 어제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해 와인 구경을 못했는데, 피렌체로 떠나기 전 몬탈치노 와인샵에 들러 와인 구경을 해본다.

 

마셔본 와인들도 있고, 마시고 싶은데 너무 가격이 높아 못 먹어본 와인들도 있다. 모르는 와인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필자도 와인을 꽤나 좋아하나 보다. 가격이 너무 착해 여러 병 사고 싶었지만 딱 두 병으로만 만족해야 했다.

 

피렌체 가는 길에 나타난 해바라기 밭. 저 너머에 사이프러스 나무들로 둘러싸인 주택이 멋스럽게 서 있다.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은데 다 등을 돌리고 있는 해바라기들. 살짝 밭으로 들어가 해바라기 사진을 담아본다.

 

코스모스 꽃들 너머로 보이는 멋진 마을 풍경도 한가롭기 그지없다.

 

이제 몬탈치노 마을을 뒤로하고, 피렌체로 향한다.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유명한 미술 작품들을 모아놓은 우피치 미술관과 세계 연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두오모 대성당이 있는 곳이다.

 

차로 약 두 시간을 달려 도착한 피렌체.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고 곧바로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우피치 미술관 오후 3시 입장권을 예매해놔서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저녁에 맛있는 것을 먹을 예정이라 점심은 간단하게 빅맥으로 때운다.

 

자, 식사도 했으니 이제 우피치 미술관을 향해 출발! 골목길을 지나가다 보면 숨길 수 없는 멋진 건축물이 나타난다. 바로 두오모 대성당이다.

 

시간이 없어 두오모 대성당 구경은 뒤로 미루고, 바로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한다. (다음 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