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고향의 출렁다리

by 앰코인스토리.. 2023. 3. 30.

사진출처 : 크라우드 픽

가까이 사는 막내가 고향에 간다기에 아내와 함께 따라나섰다. 이번에는 재종들도 만날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어릴 적에는 사촌이 없기에 재종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다. 설이면 세배를 드린다고 새벽부터 대문을 두드려 잠을 깨우고, 자치기를 한다고 이 논 저 밭으로 우르르 몰려다녔다.

장년이 되어 고향에 갔을 때는 농사일 제쳐두고 물고기를 잡아 와 소주잔을 기울인 그들을 어떻게 잊을까. ‘마스크 해제’로 마음 편히 선산을 찾게 되어 조상님께 죄송하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게 되었다. 강 건너 도로에서 보면 소나무들이 선영을 가린다며 동생이 조카들과 함께 나무를 베어내고 정리해서 보기 좋게 꾸며 놓았다. 고향 동네 앞에는 아담한 펜션이 여러 채나 자릴 잡아서 몇 채만 재생해 놓은 고향 마을이 더욱 어색하게 다가온다.

점심 약속 장소인 흑돼지불고기 집에는 동생과 재종 형제 부부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길흉사가 있을 때마다 만나서 안부를 건넨 적은 있지만, 우리끼리 만난 것은 실로 오래간만이다. 두툼하게 나오는 양념불고기를 주문했다. 빨간 양념이 숯불에 지글지글 끓는 것을 한 번 뒤집은 뒤에 먹어야 제맛이라지만 급한 성미들이라 뒤집기 전에 먹어도 일품이다. 어릴 때는 보리밥은 입 안에서 씹히지 않고 돈다고 쌀밥만 고집했는데, 된장찌개와 곁들여 먹은 꽁보리밥 역시 별미다.

대화를 지속하기 위해 다과를 준비해 댐 관리소 앞에 있는 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자연스럽게 소싯적부터 자식들 이야기로 이어진다. 무서워서 못 간다는 이들은 수다를 계속하도록 남겨두고 일부만 출렁다리로 향했다. 입구 쪽은 많이 흔들려 난간을 잡았지만, 중간 지점부터는 흔들림이 거의 없었다. 그 지점부터는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게 유리로 되어있었는데, 밑을 보노라니 아찔해서 순간적으로 가슴이 오그라든다. 누군가의 선창으로 친척 여동생이 부른 <부항 댐>을 합창하니 고향을 찾은 감회에 젖어 들었다.

 

글 / 사외독자 홍영탁 님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