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선이라는 고등어가 오늘 밥상에 올라와 있다. 물이 좋아서 사 왔다는 고등어자반이 참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두툼하게 오른 살이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도 않았는데도 프라이팬에 붙지 않고 뒤집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엄마의 말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요리는 맛만 있으면 된다고들 하지만, ‘보기가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예쁜 모양으로 담아내고 싶은 것은 요리하는 사람들의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노릇노릇 익은 고등어는 군침을 삼키게 만들기는 하지만, 고등어 특유의 비린내는 단점이긴 하다. 고등어의 비린 향이 옷에 밸까 봐 고등어구이를 멀리하게 되었다는 사람도 알고 있다.
후드를 켜도 냄새를 다 잡을 수 없지만, 그래도 고등어구이를 한번 맛보고 나면 또 먹고 싶은 유혹을 뿌리칠 수는 없다. 동태와 같은 큰 생선은 네다섯 토막을 내고, 꽁치와 같은 놈은 머리와 꼬리만 자르고 길게 굽는 것을 봤다. 그런데 고등어자반은 두 토막만 낸다. 그래서 고등어를 한 토막 받아 들면 섭섭한 생각은 들지 않는다. 동태는 여러 토막을 내다보니 어떤 부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살 많은 몸통 부위를 건져 내면 기분이 좋지만, 반대로 동태 한번 제대로 먹어 보겠다고 고른 놈이 살이 얼마 없으면 실망하게 된다.
하지만 두 토막 낸 고등어는 그렇지 않다. 어느 놈을 고르던 살이 꽉 차 있다. 자반은 소금을 며칠 전에 뿌려두었기에 소금 간이 두툼한 살 사이사이에 잘 스며서 ‘혹시나 짜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내려놔도 된다. 고등어조림을 할 때는 고등어에 양념이 더 잘 베이도록 양념장을 넉넉하게 해서 다른 생선보다 오래 끓여주는 것이 좋다는 엄마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간이 잘 스민 고등어 한 점을 하얀 쌀밥에 얹었다. 등 푸른 생선은 많이 먹어야 뇌의 활동에도 도움 된다는 의사 선생님에 공감하면서 여러 번 씹었다. 조기와 같은 부드러운 살은 먹자마자 녹아 사라지지만, 고등어는 몇 번을 오물오물해줘야 한다. 배추에 싸서 한번 먹어 보라며 엄마는 배추 한 잎을 건네주었다. 그냥 먹어도 단맛 나는 배추 위에 고등어를 올렸다. 좀 심심할 것 같아 고추 하나와 쌈장도 얹었다. 고등어의 비린내가 배추 속에 쏙 숨어버린 느낌이었다. 고기 쌈에도 상추보다는 배추를 더 좋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었는데, 상추의 쌉싸래한 맛보다는 배추의 단맛이 더 좋아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러 번 씹어 보는데 밥도 맛있고 고등어도 맛있고 배추도 맛있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밥 한 그릇을 비울 때쯤 접시에 담긴 고등어도 거의 가시만 남았다. 고등어 한 토막에 밥 한 공기 뚝딱이었다. 오랜만에 맛있는 저녁을 먹게 되어서 그런지 ‘한 공기 더’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몇 숟가락 더 먹고 나면 더 행복해질 것만 같았다. 수저를 들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엄마는 밥그릇과 숟가락, 젓가락을 가져갔다. 갈등 중인 나의 모습을 눈치채셨나 보다. 딱 좋을 때 그만둘 줄 아는 용기를 가르쳐 주신 것이다. 내일도 고등어구이는 한 번 더 계속된다고 미리 약속하셨다. 오늘 밤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내일 아침 식사시간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내일은 좀 더 맛깔나게 구워진 고등어구이를 상상해 본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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