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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문화로 배우다

[영화 속 음악]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영화 속 재즈 여행을!

by 앰코인스토리 - 2015. 2. 26.

할리우드 스타 시스템에서 ‘스타’의 신비성에 의한 마케팅은 대중들로 하여금 그 스타들에 대한 동경과 애정을 넘어, 때로는 맹목적인 신화성을 부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무엇보다 그 신화성의 측면에서 ‘요절’이라는 극단적인 페이소스(Pathos)가 결합하였을 때 그 신화성은 자칫 해당 스타들에 대한 예기치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제임스 딘 또는 브루스 리일 것입니다. 그들의 죽음 뒤에 부여된 신화성이 오히려 그들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심지어 그들 생애 전체를 오도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으니까 말이지요. 왜 서두부터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느냐고요?


이번에 소개할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1930-) 또한 그런 측면에서 ‘스타’라는 신비성을 등에 업은 관계로 대중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케이스이나 실제로는 와전된 경우가 많은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 《황야의 무법자》 《속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포스터


실제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경우는 그의 출세작인 ‘마카로니/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신조어를 낳은 세르지오 네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 《속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시리즈와 미국 보수주의 하드 보일드 무비의 상징과도 같은 작품이자 진보주의자들에게는 ‘현대판 파시즘’의 부활이라는 헛갈린 평가를 받았으나 흥행에는 대성공을 거둔 호전적인 형사물의 원조 격인 《더티 해리》 시리즈의 형사와 같은 매우 터프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있지만, 사실 그의 취미는 재즈입니다.


그가 열두 살 때 처음 접했던 공연이 모던 재즈의 전설적인 알토 색소폰 주자 찰리 파커의 공연이었고, 이후 재즈의 세계에 푹 빠져 재즈 피아노에도 꽤 조예가 깊어 연주 솜씨 또한 수준급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 하나하나 그 예들을 들어볼까요?


▲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에 재즈 DJ로 등장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의 감독 데뷔작인 현대판 여성 사이코 스토커 스릴러의 원조 격인 1971년 작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의 경우 극 중 그가 분한 주인공의 직업이 라디오 방송국의 재즈 DJ였고, 영어로 원제인 Play Misty for me의 Misty는 재즈 피아니스트 에롤 가너의 클래식인 동명의 연주곡으로 이 영화의 주제곡 격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추가적인 예를 계속 더 들어보면, 그의 재즈에 대한 애착이 가장 극한 달한 사건(?)은 모던 재즈의 전설이자 상징이었던 찰리 파커의 생애를 다룬 1988년 작 《버드(Bird)》를 직접 연출하면서였습니다. 국제적인 평단의 지지를 받은 것과 하드 밥의 상징과도 같은 재즈 피아니스트 텔로니어스 몽크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한 이력을 들 수 있지요.


그리고 퇴물 대통령 경호원으로 분한 1993년 작 《사선에서》는 극 중에서 늘 술 한 잔을 벗 삼아 아예 바에서 재즈 피아노를 두드리며, 집에서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음반을 애청하는 재즈광으로 묘사되어 있고, 메릴 스트립과 공연한 중년 커플의 위험한 로맨스를 수려하게 묘사한 1995년 작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는 원작 소설의 배경음악이었던 컨트리 음악을 재즈 음악으로 바꾼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Doe Eyes와 같은 재즈풍의 러브 테마를 직접 작곡하는 로맨틱한 면을 보이기도 했지요.


▲ 《버드》 《사선에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포스터


당시 제 주위의 연배가 있으신 분들의 대부분 반응은 이러했습니다. “그에게도 저런 면이 있었나?” 그만큼 1960~70년대의 무법자 및 터프한 형사 이미지가 각인된 그인지라, 그의 그러한 섬세한 면은 물론 실제로는 그가 담배 연기를 혐오하는 개인 취향까지 영화 속의 터프한 이미지에 가려져 온 것이 사실이었으니까요. 실제로 아직 주위 대다수는 그가 지독한 애연가에 애주가라는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알고 계십니다만, 사실 그가 배우 초년 시절 담배 연기가 너무 싫어 겨우 시가만 물고 다녀 다녔다는 일화는 그의 골수 팬들에게는 어느 정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아마도 이 모든 것들이 앞서 언급한 스타의 신비성에 대한 부작용에 빗댄 바가 크겠지만, 오히려 역으로 그의 그간의 감독으로서 그리고 배우로서 그의 숨겨진 재즈 사랑과 재능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맹목적인 추종이 특이하게도 그에게는 숨겨진 또 따른 면모에 대한 긍정의 의미로 잘 변형된 경우라도 볼 수 있겠습니다.


난 늘 레스터 영이나 찰리 파커 같은 재즈 연주자들의 영감과 자유에 대해 흠모해 왔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는 몰라도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는 잘 알아왔다.


확실히 미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사적 측면에서 상징과도 같은 ‘재즈’, 그리고 그 재즈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장한 보수적이지만 결코 골수 보수를 늘 지지하지 않은 범상치 않은 정치색과 사회성을 타고난 그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각이 나는군요. 역시 그다운 말입니다.


▲ 재즈를 연주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사진 출처 : clintlalegende.fr


그럼 앞서 언급된 영화들을 통해 고집스럽지만 로맨틱하고 늘 고민하는 한 노장 감독이자 배우와 함께 영화 속 재즈 여행을 떠날 채비를 한번 해 보실까요? 재즈와 유머, 그리고 진솔한 인간적 면모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절대 시간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고요? 그의 영화 속 재즈 음악에는 스릴, 희망, 공포, 일상의 삶 등등 인생의 모든 것이 다 녹아 있으니까요. 재즈가 영화이고, 영화가 재즈가 되는 그런 행복한 풍경이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들의 매력 중의 매력입니다.


동영상 : Doe Eyes - Love Theme from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5:09)

영상 출처 : 유튜브 (http://youtu.be/hRIo1YrXX_Q)


동영상 : the bird (2:21)

영상 출처 : 유튜브 (http://youtu.be/Yhlk3jJIor0)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

Play Misty For Me 
8.3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제시카 월터, 도너 밀스, 존 라치, 잭 징
정보
스릴러 | 미국 | 102 분 | -




사선에서 (1993)

In the Line of Fire 
6.9
감독
볼프강 페터슨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존 말코비치, 르네 루소, 딜란 맥더모트, 게리 콜
정보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123 분 | 1993-09-25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1995)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9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 메릴 스트립, 애니 콜리, 빅터 슬레잭, 짐 해이니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35 분 | 199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