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 단백질 활동의 비밀을 풀다!
해파리와 발광 단백질
바다는 좋아하지만, 바다 수영은 꺼리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바다 수영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해파리 때문일 텐데요,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매년 해파리 사고가 더욱 증가하고 있지요. 반투명해 잘 구분되지도 않고, 점액질의 흐물거리는 모습으로 바다를 유영하는 해파리는 기피하고 싶은 바다생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해파리가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매우 중용한 바다생물로 생명공학 분야를 크게 발전시킨 일등 공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깊은 어두운 바다 속에서 영롱하게 빛을 내며 자유롭게 헤엄치는 해파리는 마치 SF 우주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관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그물처럼 넓게 펼쳐진 몸은 빛을 반사하여 칠흑 같은 우주 어느 공간을 유영하는 우주선 같습니다. 이는 바로 해파리의 녹색 형광 단백질, 즉 ‘GFP’ 덕분입니다.
녹색형광단백질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일본의 시모무라 오사무 박사입니다. 그는 1960년 조개류에서 발광물질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지요. 이후 해파리의 발광 단백질도 더 연구하고 싶었던 시모무라 박사는 매년 여름 워싱턴주의 프리데이 하버에서 배를 타고 나가 매일 3,000마리의 해파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가족까지 동원해서 여름 내내 잡은 해파리는 약 5만 마리, 19년 동안 그가 잡은 해파리는 총85만여 마리에 이른다고 합니다. 대단하지요?
시모무라 오사무 교수가 해파리 속 GFP를 발견한 일화는 유명한데요, 열흘 동안 해파리를 붙들고 씨름하던 시모무라 교수는 결국 힘이 들어 실험하던 것들을 모두 개수대에 버리고 나가려 실험실 불을 껐는데 순간 개수대에서 환히 빛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에쿼리아 빅토리아(Aequorea Victoria)라는 해파리가 담겨 있던 바닷물에 해파리의 발광 단백질이 흘러나와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해파리의 몸을 쥐어짜 얻어낸 액체에서 발광 단백질인 에쿠오린(Aequorin)과 에쿠오린이 내는 파란빛이나 자외선을 흡수해 녹색 형광빛을 내는 녹색형광단백질(Green Fluorescent Protein, GFP)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세계 최초였지요.
그런데 여기서 GFP의 발견이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일까 의문이 들지 모르겠습니다. GFP 발견 이전에는 발광이 가능한 단백질은 다른 물질의 도움 없이는 홀로 빛을 낼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모무라 교수는 GFP가 다른 물질의 도움 대신 펩타이드 사슬 안에 발광기구를 포함하여 자체적인 발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지요. 이때까지만 해도 GFP는 빛을 내는 단백질 그 이상의 의미도 아니었지만, 과학자들이 GFP를 연구하게 되면서 GFP의 가치는 어마어마해집니다.
컬럼비아 대학교의 마틴 찰피 교수는 GFP를 활용하여 단백질을 추적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냈고, 마틴 찰피 교수의 실험은 성공했습니다. 특정 단백질을 관찰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단순히 자외선을 비추는 것으로 관찰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살아있는 세포의 모습을 생생히 관찰할 수 있기에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연구성과였습니다. 또한, 동물에게서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을 알아내려고 할 때 녹색 형광 단백질의 발현으로 실험의 성패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녹색 형광 단백질의 유용함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 연구를 기반으로 수많은 색을 가진 형광 단백질을 구현하여 세포 내에서 각각의 서로 다른 단백질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에 성공한 사람이 바로 캘리포니아 대학의 로저 첸 교수입니다. GFP 연구에 획기적인 성과를 거둔 세 명의 교수에게는 노벨 화학상이 주어졌습니다.
GFP의 활용으로 생명공학 분야의 발전은 급속도로 이루어졌습니다. GFP를 활용하기 이전에는 단백질의 활동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지요. 단백질의 활동을 확인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근육 조직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단백질이 몸의 구성성분을 넘어 효소로서 몸의 화학반응을 촉진하고, 세포 신호 전달, 세포 접착, 영양소 운반 등 다양한 작용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단백질의 상호작용과 특성은 GFP를 활용한 형광 단백질로 가시화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는 여러 질병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게 되었고 암의 기전을 밝혀내어 치료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기도 하였습니다.
GFP 녹색 형광 단백질의 발견으로 이렇게 많은 연구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GFP 발광의 원리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국내 연구진이 그 원리를 발견하였는데요, 이는 우리 과학기술의 진일보라고 할 수 있지요. 국내 연구진 GFP 발광의 원리가 양자 효율을 높여주는 기술과 연관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물질이 방출하는 빛과 방출되기 전에 흡수되거나 산란되는 비율을 광자 수로 환산하여 나타낸 것을 ‘양자 효율’이라고 하는데요, 즉 모든 물질은 빛을 흡수하면 다시 내뱉을 수 있고, 내뱉는 동시에 분자 속에 원자가 진동하면서 방출되는 빛의 에너지를 빼앗아 열로 바꾸게 됩니다.
그런데 GFP 녹색 형광 단백질에서는 통 모양의 구조물에서 발생하는 전기장이 분자의 진동을 막게 되면서 빛 에너지로의 전환 효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잘 활용한다면 실제 전기를 통해 빛으로 환산하는 스마트폰, 노트북, 텔레비전 등 발광기구의 양자 효율을 상당히 높여줄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연구 결과지요.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듯 그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하게 고무적인 부분입니다. 여름 바다에서 가족과 함께 해파리를 잡으며 노력했던 것이 이러한 엄청난 연구 성과로 이어질지 누가 알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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