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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해외 이모저모

[영화n영어 50호] 와일드 라이프 : 너무 쉽게 생각했나 봐 그것부터 잘못됐겠지

by 에디터's 2022. 2. 9.

나이를 먹어갈 수록 사람 사귀는 것에 대해 신중해집니다. 나와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졌다면 그 사람과 인연을 지속할 것인지 끊어낼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하고요. 혹은 나에게 맞는 사람을 잘 고를 수 있으려면 우선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내가 우선순위에 두는 가치는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러다가도 나랑 같은 곳을 바라보고 즐거워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하지요. 그래서 가치관이 다르더라도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 <와일드 라이프>는 평범한 가정을 다루고 있어 더욱 집중해 봤던 것 같습니다. 우리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는 그 말. 가치관이 서로 다른 배우자와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결혼 전이라면 나랑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지금 나는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이 말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과의 관계가 항상 즐겁고 재미있는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나와 다른 그의 생각조차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겠지요.

 

영화 <와일드 라이프>(2018)에서 제리는 아들에게 다음 장면에서 자신의 인생관과 고민을 유망한 골프 선수의 인생과 비교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제리:
How’s football going? You going to be the next Bob Waterfield?
풋볼은 어때? 제2의 밥 워터필드가 되는 거냐?

 

조 :
I don't know.
모르겠어요.

 

제리 :
That's alright. I won't be the next Walter Hagen either.
괜찮아. 나도 월터 헤이건이 못 되니까.
Hagen could hit a bad shot and still win the hole.
그는 샷을 망쳐도 결국 이겼지.
The game came naturally to him.
경기도 자연스럽게 이끌어갔고.

 

조 :
It came to you too, didn’t it?
아빠도 그렇잖아요. 안 그래요?

 

제리 :
...I thought it was easy.
…너무 쉽게 생각했나 봐.
There's probably something wrong in that.
거기서부터 잘못됐던 거야.

 

제리는 가장으로서 한 직장에 오래 있고 싶지만 자꾸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 내는 사회 때문에 이리저리 직장을 옮기고 그에 따라 잦은 이사로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자신이 싫어집니다.

 

영화 <와일드 라이프>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들을 그려내는 시선이 따뜻합니다. 이는 아들 조(에드 옥슨볼드)의 시선으로 엄마와 아빠의 삐걱거림을 비춰주기에 이 부부의 선택이 모두 이해가 됩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제리(제이크 질렌할)는 한 직장에 머무르지 못해 자꾸 직장을 바꾸고 이사를 다닙니다. 이것 때문에 그의 아내 자넷(캐리 멀리건)은 지쳐 있었습니다. 그가 자꾸 직장을 그만두는 이유는, 자신을 무시하는 직장에서 버텨 내질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인간답게 존중해주는 직장에서 일하기를 원합니다.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그들의 마음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번에 골프 클럽에서 해고된 것도 그의 잘못이 아닌데 아내는 다친 그의 마음을 다독이는 과정은 생략한 채 어린애처럼 굴지 말라고 말할 뿐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일들을 겪어 상처를 다독일 시간이 필요한 제리와 현실을 직시하는 아내는 계속 삐걱거릴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해고된 골프 클럽에서 그에게 다시 와 달라고 부탁하는 데도 이미 사직을 강요당하고 자존심이 많이 상한 제리는 제안을 거절해요. 아내는 그런 그가 이해가 되질 않아요. 그렇다고 마트에서 일하라는 권고도 안 듣고 자신이 대신 일하겠다는 것에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제리가 이해가 안 됩니다.

 

제리는 스스로 상처를 보듬어주기 위해 산불을 잠재우는 일에 지원하게 됩니다. 그는 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고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산불 진화 작업을 택합니다. 하지만 아내는 그가 다른 여자가 생겨 집을 떠나가는 것이라 오해합니다.

 

어쩌면 이런 제리의 선택은 다음 장면에서 아내가 그에게 보여준 태도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넷 :
It says here they’re hiring at the Valu-Mart.
밸류 마트에서도 사람 구하던데.


제리 :
I didn’t come all the way to Montana to bag groceries.
식품이나 팔러 몬태나에 온 거 아니야.

 

자넷 :
It would just be to tide us over.
적어도 이 상황은 벗어날 수 있잖아.

 

제리 :
I’m not doing a teenager’s job.
나는 10대들이나 하는 일 안 할 거야.

 

자넷:
Maybe I should go back to work then.
그럼 내가 일을 구해야겠다.

 

제리 :
I’m making contacts, Jean.
알아보는 중이야, 여보.

 

자넷 :
Until you get established, then. A part-time job.
당신이 자리 잡을 때까지만 잠깐 할 거야.

 

부사로 사용하는 ‘to 부정사’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제리는 십 대들이나 일하는 마트에서 일하는 것이 싫어요. 다음 문장에는 그의 직업관이 잘 드러나 있지요.

 

I didn’t come all the way to Montana to bag groceries.

 

위 문장을 보니 구체적인 사실을 덧붙이기 위해 to 부정사를 사용했네요. to 부정사란 to라는 단어 뒤에 동사의 원형을 쓴 것을 의미합니다. to 부정사는 형용사, 명사, 부사 역할을 하기에 영어 문장을 보면 자주 볼 수 있어요. 위 문장에는 부사 역할을 하는 to부정사가 쓰였습니다. 해석은 ‘~하기 위하여’이며 ‘나는 몬태나에 오지 않았다’는 기본 문장에 to 부정사를 이용해 ‘식품이나 팔기 위해’ 부가적인 정보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아내가 그에게 ‘돈만 벌면 되지 않느냐, 마트에라도 가서 일하라’고 말하는 순간 그들이 서로를 외롭게 할 거라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아내는 그가 없는 동안 불안정한 수입 때문에 두렵고 이 상황을 홀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두려운 그녀의 마음을 달래줄 누군가를 찾아 나설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은 헤어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예상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제리가 상처받은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필요했던 몇 개월을 아내가 기다려줬다면, 또는 제리가 아내에게 몇 개월 안에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지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라고 자세하게 자신의 심정을 아내에게 말해주었다면, 최종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