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기,
다시 한번 꿈꾸게 만드는 책
나를 찾아가게 만드는 책
2021년을 마무리하면서 여러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올해의 책’을 선정했습니다. Yes24에서는 올해의 책 24권을 선정했어요. 오은영 박사님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가 1위를 차지했고, 「EBS 당신의 문해력」이 2위를,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 3위를 차지했습니다.
알라딘에서는 TOP 10을 선정했고요, 놀랍게도 김소영 작가의 에세이인 「어린이라는 세계」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알라딘의 TOP 10에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밝은 밤」 같은 국내와 국외의 문학 작품들이 선정되어서 알라딘 독자들의 문학 사랑을 짐작하게 했지요. 교보문고에서는 20인의 작가와 21인의 출판인이 각자 1권의 책을 골라 올해의 책을 선정했습니다. 김겨울 작가는 「사이보그가 되다」를 골랐고, 유현준 건축가는 「엔드 오브 타임」을, 이연실 편집자는 「멋있으면 다 언니」를 꼽는 등 베스트셀러 대신 다채로운 주제의 다양한 책 41권을 선정했어요. 이 중에서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책은 어떤 책인가요? 2022년에는 어떤 책을 읽고 싶으신가요?
2022년 올해를 시작하는 책 2권을 골랐습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만 언제나 꿈꾸기를 소망하는 분들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시는 분들께 「불편한 편의점」을 추천합니다.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팩토리나인
신기하지요. 이 소설의 저자는 부산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직장인입니다. 글을 쓰고 싶어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첫 소설을 전자책으로 발표했는데 독자들로부터 종이책을 구입하고 싶다는 성화가 이어져 종이책을 출간합니다. 2020년부터 종합베스트셀러의 순위권을 차지하더니 2021년까지도 승승장구하며 올해의 책과 베스트셀러를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100만 부를 돌파했어요. 꿈을 소재로 쓴 글로 꿈을 이루게 되었지요.
이 책이 이렇게나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우리가 꿈꾸는 환상과 현실과의 접점이 절묘하게 버무려졌기 때문인 듯해요.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은 아이들이 호그와트에서 보낸 부엉이 전령사를 기다리듯이, 이 책을 읽은 어른이나 아이들은 밤마다 꿈 백화점에서 원하는 꿈을 사기를 소망하게 되는 거지요.
이 책의 환상적인 내용은 두 가지 면에서 우리의 현실과 이어집니다. 첫째로 페니라는 주인공이 꿈 백화점에서 꿈을 판매하는 사원으로 일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 현실의 삶과 별다르지 않습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다른 직원들을 만나 일을 하고, 사장님의 의중을 파악하고, 꿈을 판매하며 영업하고, 꿈 제작자를 만나고,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 겪는 직장생활과 비슷해요. 둘째로 꿈을 사러 오는 사람들은 현실의 우리를 대변합니다. 지치고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꿈으로라도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공감하게 되지요. 꿈에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창작을 위한 영감을 얻고, 죽음을 앞두고 남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꿈을 제작하는 등 여러 에피소드에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가볍게 읽히는 소설이지만 곱씹다 보면 현실을 돌아보고 다시 한번 꿈을 꾸게 됩니다.
묘하게 편안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지음, 나무옆의자
저자 김호연은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영화사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공동작업한 시나리오 「이중간첩」이 영화화되면서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고, 두 번째 직장인 출판사에서 만화 기획자로 일하면서 「실험인간지대」를 써서 부천만화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지요.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으면서 소설가로 데뷔합니다. 진짜 전천후 스토리텔러는 이런 사람이겠지요? 지난 2021년 4월에 출간한 「불편한 편의점」은 15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등극했습니다.
제목만 보면 왠지 내용이 불편할 것 같지만, 일단 첫 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어느새 마지막 장으로 달려가게 되어요. 엄청난 흡인력이 있는 소설입니다. 대체 독고라는 노숙자 출신의 편의점 야간 알바생은 어떤 과거를 가졌을까, 대체 저렇게 어눌해서 어떻게 일을 해나갈까, 궁금해하는 사이에 편의점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에피소드가 하나씩 얽혀듭니다. 너무나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마치 옆구리에 온풍기를 틀어놓고 ‘참참참’을 먹는 기분이 들지요! 아마도 다 읽고 나면 청파동 골목과 서울역 앞을 슬며시 산책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음료를 고를 때면 자연스럽게 옥수수수염차를 고르게 될 겁니다. 또, 작고 사소한 것들, 이를테면 원 플러스 원의 기쁨이라던가, 삼각김밥 모양의 슬픔을 알게 됩니다. 지극한 현실을 그려내는 소설이지만 현실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인물들에게 감동해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충만한 사장님과, 사람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 오 여사, 숙자에서 편의점 야간 알바로, 그리고 자신의 선택한 일터로 움직이는 독고,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찾아가는 희곡작가 인경, 화려하지 않지만 남을 배려하는 일에 성실한 시현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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