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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n영어 48호] 조 블랙의 사랑 : 번쩍하고 좋은 일이 생길 거야

by 에디터's 2021. 12. 15.

 

<조 블랙의 사랑>(1998) 영화의 주제는 아버지 빌이 딸 수잔에게 한 말에 힌트가 들어 있습니다.

 

Stay open. Who knows? Lightning could strike.
마음을 열어 놓으렴. 혹시 아니? 번쩍하고 좋은 일이 생길지.

 

빌은 수잔이 번쩍하는 느낌을 주는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수잔은 아버지의 사업을 도와줄 남자 드류(제이크 웨버 분)가 자신의 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누구보다도 깊고 열정적인 사랑을 해본 빌(안소니 홉킨스 분)은 이내 그녀가 드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요.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그는 딸에게 번쩍하는 느낌을 들게 하는 남자를 만날 수 있으니 기다려 보라고 합니다.

 

사랑을 다루는 주제만큼이나 이야기 구조도 흥미로운데요, 65세 생일을 앞둔 빌에게 저승사자가 찾아옵니다. 저승사자는 빌을 데리러 왔다고 하면서, 그 전에 일주일간 현실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가 현실 세계를 안내해줄 가이드로 빌을 선택한 이유를 보면 공감이 가는데요. 그 기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빌 :
why you picked me, I still don't understand.
나를 왜 선택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저승사자 :
I chose you for your verve, your excellence, and your ability to instruct.
자네의 열정과 뛰어남,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능력 때문이야.
You've lived a first-rate life.
자네는 최고의 인생을 살았지.
And I find it eminently usable.
그게 나에게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리고 빌과 저승사자의 다음 대화도, 저승사자의 말을 뒷받침해주지요.

 

저승사자 :
Bill, why at this juncture, are you letting yourself be so concerned by business matters?
빌, 이 중요한 시기에 왜 그렇게 사업 걱정을 하는 거지?

 

빌 :
Because I don't want anybody buying up my life's work, turning it into something it wasn't meant to be!
내가 평생 꾸려 온 회사를 아무한테도 팔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내가 지켜온 신념이 바뀌는 게 싫어.
A man wants to leave something behind.
인간은 뭔가 남기고 싶어 해.
He wants it left behind the way he made it.
자신이 만들어 놓은 모습 그대로 말이야.
He wants it to be run the way he ran it, with a sense of honor, of dedication, of truth. Okay?
명예, 헌신과 진실을 골자로 한 경영방식은 여전히 중요해. 알겠나?

 

저승사자는 어떤 남자의 몸을 빌려 조라는 가명을 쓰고 일주일 동안 살아가게 됩니다. 공교롭게도 그가 몸을 빌린 남자는 수잔이 최근에 카페에 만나 좋은 감정을 가진 남자입니다. 서로 호감을 가졌지만 망설이다가 헤어지게 됩니다. 이후 남자는 길을 건너다 사고를 당하게 되고, 수잔은 그 남자의 이름을 물어볼 걸 후회하는 중이었지요.

 

좋은 인품과 올곧은 인생을 살아온 빌의 가정에 조가 들어가면서, 그리고 수잔이 호감을 느끼는 남자 몸으로 살게 되면서 그는 하루하루를 흥미롭게 보내고 있지요. 그가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본 그 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빌이 딸에게 진정한 사랑을 하라고 설득하는 말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그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이론에서 머물지 않고 실제로 경험해보고 싶어 합니다. 수잔을 통해서요. 이게 가능했던 것은 수잔이 저승사자가 몸을 빌린 남자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승사자와 수잔도 서로 좋은 감정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지요. 수잔(클레어 포라니 분)과 그가 연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몸을 빌린 남자하고 수잔하고 이미 사랑을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조(브래드 피트 분)는 자신이 누구인지 솔직하게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지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녀가 그를 거절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빌은 다음 장면에서 드러나듯, 조에게 이 진실을 가르쳐줍니다.

 

조 :
I love her, Bill.
빌, 난 수잔을 사랑해.

 

빌 :
How perfect for you to take whatever you want because it pleases you.
자네가 좋아하니까 원하는 건 다 가지겠다니 참 대단해.
That's not love.
그건 사랑이 아니네.

 

조 :
What is it?
그럼 뭐지?

 

빌 :
Some aimless infatuation which, for the moment, you feel like indulging.
목적 없는 열병. 당장에야 욕구대로 움직이고 싶겠지만,
It's missing everything that matters.
중요한 건 다 빠졌어.

 

조 :
Which is what?
그게 뭔데?

 

빌 :
Trust, responsibility, taking the weight for your choices and feelings and spending the rest of your life living up to them.
믿음, 책임, 선택과 감정을 중시하고 기대에 부흥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
And above all, not hurting the object of your love.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대상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

 

 

조 :
So that's what love is according to William Parrish?
그게 너의 사랑관인가?
Bill, Susan wants to come with me.
빌, 수잔은 나랑 같이 가길 원해.
She loves me.
날 사랑한다고.

 

빌 :
She loves you? Who is 'you'?
널 사랑한다고? 자네가 누군데?
Did you tell her who you are?
수잔한테 정체를 밝혔어?

 

조 :
No.
아니.

 

빌 :
Does she know where she's going?
어디로 가는지는 아나?
Susan went for that poor son of a bitch whose body you took, and everything since has been aftermath.
수잔이 사랑한 사람은 자네가 몸을 빌린 그 친구야. 모든 게 그 여파로 벌어진 일이지.
You say you love her, but you don't know what love is.
수잔을 사랑한다지만, 자네는 사랑이 뭔지 몰라.
She 'loves' you but she doesn't know who you are.
수잔은 자네를 사랑하지만, 자네가 누군지 모르고.

 

추가 정보를 이야기할 때 쓰는 관계대명사 whose

 

조가 자신의 감정에 심취한 채 수잔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려 하자 빌은 그런 관계는 건강하지 못한다고 말하지요. 이 근거로 그는 다음 문장에서 드러나듯이 그녀가 사랑에 빠진 것은 조가 아니라 빌린 몸의 남자라는 점을 짚어줍니다.

 

Susan went for that poor son of a bitch whose body you took.

 

영어는 간결하게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래서 추가 정보를 쓰기 위해 문장을 나누어 두 문장으로 쓰기보다는 한 문장으로 압축하려고 합니다. 그중 잘 쓰이는 문법으로 관계대명사가 있습니다.

 

제시한 문장에서 that poor son of a bitch라는 명사에 whose라는 관계대명사를 이용해
추가 정보(whose body you took)를 더할 수 있는데요. 이때 관계대명사는 접속사 역할과 대명사 역할을 동시에 하게 됩니다. whose의 뜻은 ’그런데 그것의’가 됩니다.

 

아래 두 문장으로 설명해볼게요.

 

1. Susan went for that poor son of a bitch.
2. You took his body.

 

이 두 문장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기 위해 접속사 역할과 대명사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관계대명사 whose를 사용해 똑같은 단어를 두 번 쓰지 않으면서도 두 문장을 연결해 한 문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 결과, ‘Susan went for that poor son of a bitch whose body you took.’이라는 문장이 완성됩니다.

 

 

결국, 조는 사랑하는 그녀를 두고 떠나가게 되지요. 인생 전체를 걸쳐 사랑을 일 순위로 두고 열정적이고 성실하게 살아온 남자 빌의 모습에서, 그 사람의 인생 전부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꽤 근사한 경험이었지요. 필자도 조가 빌의 인생에 반했듯 그렇게 빌의 인생을 지켜본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랑에 대해 다룬 영화는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인생 전체가 사랑으로 점철된 것을 구경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