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이면 애리조나주에서는 이미 여름방학이 시작됩니다. 작년 한해, 그리고 올여름까지 Covid-19로 인해 가족여행을 미뤄온 터라 작년부터 가보고 싶었던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Yellowstone)으로 아이들 여름방학의 시작과 동시에 출발을 합니다.
집에서부터 목적지까지는 장장 1000마일(1600km) 거리이고, 쉬지 않고 달려도 15시간 이상이 걸리는 거리지요. 하루 대여섯 시간 운전을 한다고 가정하고 계산해보니 가는 데에만 이틀이 걸리더군요. 필자가 사는 애리조나주는 남쪽 끝에 있고, 옐로스톤은 거의 북쪽 끝에 있어서 그나마 다행히 줄곧 올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첫 번째 경유지, 페이지
첫 경유지는 애리조나 끝 쪽의 페이지(Page)라는 도시에서 하루 쉬었다 가기로 했습니다. 이곳은 사막 한가운데 있는 도시로 바로 옆에 글렌 캐년(Glen Canyon) 댐 말고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 도시이긴 하나 인근 주(state)에 있는 국립공원들을 보러 가기 위해서는 꼭 들리거나 하루 자고 가야 하는 교통의 요충지라 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여행자의 도시답게 지방 국도 주위에 줄지어 늘어서 호텔들, 그리고 댐 위 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즐기러 오는 대형 트레일러들을 보면 우리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팬데믹(Pandemic)이 여느 일상과도 다를 게 없게 느껴집니다. 아마 백신의 빠른 보급과 여름철 휴가 시즌을 맞아 억눌렸던 여행, 소비심리도 한 몫을 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두 번째 경유지, 솔트레이크시티
첫 경유지에서의 자고 가는 것 말고는 의미 없는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두 번째 종착지인 유타(UTAH)주의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로 향합니다. 이곳은 유타주의 주도로 시 인구는 20만 명 정도이지만 주변 메트로시티를 모두 포함하면 260만 명 이상이 사는 큰 도시입니다.
미국은 땅덩어리가 넓고 사람이 안 사는 곳이 많기 때문에 이 정도 인구면 아주 큰 대도시군에 속합니다. 솔트레이크 시티는 기독교의 한 종파인 몰몬교(Mormon)의 본거지로 몰몬교도가 세운 도시이자 주가 되는 종교를 바탕으로 세워진 도시입니다.
몰론교의 정식 명칭은 ‘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이며 한국명으로는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라고 합니다. 1830년대에 동부의 뉴욕주에서 창립되었으나 박해를 피해 1847년에 브리검 영(Brigham Young)이 신도들이 이끌고 와 세운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몰몬교 관련 건물들이 한 블럭에 모두 모여 있는 템플 스퀘어(Temple Square)는 전 세계 모든 몰론교의 성지 역할을 합니다. 이곳은 관광지로도 아주 유명해 매년 수많이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하네요. 교회 관련 건물들은 투어할 수 있는 관광지도가 있을 정도입니다. 필자도에 예전에 한국에서 하얀 와이셔츠에 까만 양복을 입고 선교 활동을 하는 미국 젊은 친구들이 많이 봐 왔는데, 그분들이 모두 몰몬교 신도들이며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브리검 영 신학대학 학생들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신학대학의 학생들에게는 해외 선교 활동이 필수 과정이라 합니다. 또한, 이곳은 2002년에는 동계올림픽이 열리기도 했던 도시입니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산악 지역의 많은 눈으로 인해 겨울 스포츠가 주된 관광 수입이 된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옐로스톤
두번째 경유지를 뒤로 하고 다시 최종 목적지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향합니다. 역시 약 다섯 시간의 거리에 있는데, 푸른 초원과 산림이 우거진 지방국도를 따라가니 나름 운치가 있습니다. 애리조나의 사막 지역과 완전히 대비되는 풍경으로, 눈의 피로가 덜해지는 느낌이군요. 원래 녹색이 눈의 피로는 덜어주는 색이기도 하고요. 국립공원 입구의 작은 도시인 웨스트 옐로스톤(West Yellowstone)에 호텔 예약을 해둔 터라 살인적인 호텔비에도 불구하고 방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곳 또한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곳이기에 일반인 개장은 4월부터 11월까지만 받습니다. 따라서 미국 전역의 대부분 지역이 여름방학이 시작하는 6월부터는 성수기 중에 성수기인 셈입니다.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부푼 마음으로 공원으로 향합니다. 얼마나 좋은 곳이기에 여러 사람들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추천을 하고 3개월 전부터 숙소 예약을 해야 하는 곳인지 체험에 들어갑니다.
공원 입구에서 유명한 관광지까지 역시 한참을 가야 하는데, 중간중간 미국 들소인 바이슨(Bison)으로 인해 차량 정체가 생겼습니다. 미국 들소(American buffalo)라고도 불리는 이 털 복숭이 소는 이곳의 대표적인 야생 동물로, 국립공원 내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차량과 같은 방향으로 도로 위로 이동을 하는 녀석들 때문에 차량 속도와 소가 걸어가는 속도가 같아지게 되지요.
만약 도로 위에서 차가 막힌다면 대부분의 경우가 어딘가에서 바이슨이 도로를 점령했거나 이동 중이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차량 정체가 극심해지면 공원 경찰(Park Ranger)이 픽업 트럭(Pick-up truck)를 타고 와 차량으로 소떼로 도로 밖으로 내몰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을 시킵니다. 현대판 카우보이네요.
다른 멋있는 대자연의 신비한 경관들은 다음호에서 다시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것을 약속드리며, 이번호를 마칩니다. 짧은 글로나마 잠시라도 힐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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