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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맛집

by 에디터's 2021. 5. 17.

마트에서 돌아오는 길. 여느 때와 같이 부부가 하는 떡볶이집을 지나 쳐야 했다. 그런데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생겼다. 평소에 보지 못하던 줄이 생겼다. 오래된 집이라 단골이 몰리면 떡볶이 가게가 분주하기는 했어도 줄이 설 정도는 아니었다. 생소한 풍경에 놀라기는 했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며칠이 지났다. 동네 아는 후배와 골목에서 마주쳤다. 급하게 뛰어가는 후배를 불러 세웠다.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니?” “떡볶이 사러 가요.” 평소 떡볶이보다는 삼겹살이나 밥을 좋아하던 녀석이라 좀 의아해 종종걸음을 치는 후배에게 미안하지만 한마디를 더 물었다. “새로 떡볶이집이라도 생겼니?” “모르셨구나. 방송을 탄 집이 있어요. 줄을 서야 해서 가볼게요.” 후배는 쏜살같이 달려갔다. 
‘여기서 방송을 탈 만한 떡볶이집이 있나?’ 아무리 생각 봐도 없었다. 한참 지난 후 궁금한 것을 참을 수 없어 그 후배에 전화를 걸었다. 후배가 전화를 받기 무섭게 떡볶이에 대해 물었다. “떡볶이는 맛있게 먹었니?” “지금 막 다 먹었습니다.” 어떤 집이 방송에 나왔는지가 궁금했던 탓이었을까. 떡볶이 맛에 대한 평가를 하려는 후배의 말을 막고 방송을 탄 곳을 먼저 물어보았다. “어떤 집이 방송에 탄 거야?” “선배님도 아실 텐데. 그 중년 부부가 하시는 떡볶이집이요. 오래되었잖아요.” 
순간 며칠 전 보았던 긴 줄이 떠올랐다. 방송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후배는 말을 이었다. “지상파 방송에서 방송된다고 난리입니다. 그래서 사람으로 붐비더라고요.” “어떤 신메뉴가 생겼니?” “과일 떡볶이랍니다.” 그제야 비로소 떡볶이 맛을 물었다. “맛은 어떻든?” “과일을 갈아서 소스로 만들었다고 사장님한테 들었습니다.” 사장님의 야심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제가 떡볶이를 많이 먹어 보지 않아서 평가하기는 좀 그렇고요. 한번 드셔 보세요. 저는 여느 떡볶이와 큰 차이를 못 느끼겠던데요.” 
후배와 전화를 끊고 나서 맛집에 대한 환상이 실망으로 바뀌었던 옛날 기억을 떠올렸다. 맛집이라 시간을 내어 길까지 물어 물어 가며 어렵게 찾아간 곳에서 받아 든 메뉴가 다른 집과 커다란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던 상실감이 워낙 커 그 이후로는 일부러 맛집을 찾지는 않았다. 
오고 가면서 보이는 떡볶이집 부부의 모습은 참 좋았다. 오랫동안 한 곳에서 떡볶이에 대한 애정을 쏟으며 성실하고 진지하게 장사를 해왔던 그분들이 이제는 복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저녁이 다가왔다. 떡볶이집에는 또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TV에서 나오는 맛집의 약발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떡볶이집 부부는 그 위기를 잘 극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그리고 언젠가는 용기를 내어 과일 떡볶이에도 도전해 보고, 그 맛에 대한 평가를 후배나 다른 이에게도 해주리라 생각해본다. 


글 / 사외독자 한상대 님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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