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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일상다반사

[에피소드] 5일장의 추억

by 에디터's 2021. 5. 10.

 

중학생 때부터 객지 생활을 했던 나는 방학이면 고향을 찾았고, 장날을 이용하여 장을 보러 가는 어머니나 동무들을 따라나서곤 하였다. 고향 마을에서 십리 길인 장은 각 지역에서 몰려든 장사꾼들의 외치는 소리, 온갖 잡화와 뻥튀기, 시뻘건 불구덩이에서 낫과 호미 등의 농사 공구를 만드는 대장간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넙적한 대나무 펜으로 용을 위주로 봉황과 함께 각종 조류들을 그리고, 다양한 색을 찍어 단숨에 민요풍 그림 글자를 써 내려가던 요술쟁이도 손님들을 모았고, 전국에서 수집한 다양한 만물로 한쪽 구석에 멍석을 펴 놓은 장돌뱅이들, 왕골과 짚으로 만든 바구니를 파는 상인들 앞에는 여성들이 주를 이루었다. 희귀한 약재들을 팔기 위해 나타난 마술사와 간이 서커스단의 노래와 묘기는 우리들이 가장 좋아하는 볼거리였다. 골동품 같이 낡은 소반에 올라온 김치와 장작불의 가마솥에 끓여낸 돼지수육과 소고기 국밥, 즉석에서 밀어낸 칼국수와 잔치국수는 왜 그렇게도 맛났을까. 각 가정에서는 직접 거두어들인 쌀, 콩, 팥, 양대 등의 곡식들을 내다 팔고 생활용품과 가재도구를 사 갔다. 장터의 끝자락에는 전국에서도 소문난 소장이 있었는데, 흥정을 붙이는 거간꾼들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다가왔다.
점심으로는 더울 때는 국수와 아이스께끼를, 추울 때는 국밥과 풀빵을 사 먹었다. 집에 올 때는 여름철에는 갈치를, 겨울철에는 동태 두 마리가 손에 매달려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곳은 어린 나에게는 볼거리 가득한 호기심 천국이었다.
고향에 가서 또래들을 만나면 이따금 구담을 통해 옛 추억들을 되새기곤 한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인적은 간데없고 현대화로 너무도 많이 변한 모습에서 아스라이 옛 흔적만을 되새기며 그때의 함성들 떠올린다. 코로나19로 시골 5일장도 폐쇄되어 그 정취마저 없어지고 굳게 닫힌 가게 문들이 내 마음마저 닫아버리게 한다. 이러나저러나 어릴 때의 추억은 영원히 아름답게 내 마음속 깊게, 그리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다시 사람들이 추억을 만들 만한 장이 다시 서기를 바란다.

 

글 / 사외독자 이선기 님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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