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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과학 이야기] 한국인 이그노벨상 수상자의 흔들리는 커피 속 과학

by 에디터's 2021. 3. 25.

고교 시절의 연구로 과학상을?
한국인 이그노벨상 수상자의 흔들리는 커피 속 과학

사진출처 : 픽사베이 https://pixabay.com

1991년 미국 하버드 대학의 유머과학잡지사에서 과학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 시작한 노벨상 패러디,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은 황당해 보이지만 독특하고 나름대로 진지한 연구 성과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는데요, 지난번 소개해드린 노벨상 수상자 안드레 가임(Andre Geim)의 개구리 공중부양 실험을 비롯해 의학, 생물학, 수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괴짜 과학인들이 이그노벨상을 수상하였지요.

 

그중에는 한국인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총 네 명의 한국인이 이그노벨상을 수상하였는데 흥미롭게도 그중 두 명은 종교인입니다. 2011년에 다미선교회의 이장림가 목사가 세계 종말을 예언해 수학상을 받았는데요, 수학적 추정을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세상에 일깨워준 공로라고 합니다. 또, 1960년 36쌍을 시작으로 1997년 3,600만 쌍까지 대규모 합동결혼을 성사시킨 공로로 2000년에 통일교의 문선명 교주가 경제학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사진출처 : © Gretchen Ertl © Reuters https://www.rt.com

이 외에 과학적 소재로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한국인도 분명 있습니다. 1999년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해 환경보호상을 받은 FnC 코오롱 소속 권혁호 씨로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이그노벨상을 수상했지요. 그가 개발한 이 기능성 양복은 원단 안감 등에 1,000분의 1㎜ 크기의 미세한 캡슐들을 코팅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원단에서 솔잎 향, 자스민 향 등 천연 향이 배어 나오게 한 것입니다. 이 양복은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AP통신, 로이터통신, CNN 등 해외 주요 언론에도 소개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요.

 

비교적 최근에 또다시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한국인이 있습니다. 2017 이그노벨상 유체역학상을 받은 한지원 씨인데요, 그의 주제 역시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커피를 들고 걸을 때 찰랑대던 커피가 컵 밖으로 넘쳐 나와 옷과 가방을 버리게 할 때가 종종 있지요. 리드로 덮여 있어도 구멍 위로 튀어 올라오는 커피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어요. 와인잔을 들고 걸어보면 어떨까요? 와인은 커피만큼 튀어 오르거나 밖으로 넘치질 않습니다. 과연 왜 그럴까, 이것이 한지원 씨의 궁금증이었지요.

 

사진출처 : (좌) ImprobableResearch 유튜브 캡처 / (우) https://www.academia.edu

그는 와인잔과 원통형 머그잔에 커피를 반쯤 담고 각각 다양한 크기의 진동수로 실험을 진행하였습니다. 2㎐로 진동을 주었을 때 와인 잔 속 커피가 머그잔 속 커피보다 심하게 흔들렸지만 4㎐로 진동을 주었을 때는 반대로 머그잔 속 커피가 와인잔 속 커피보다 더 심하게 흔들렸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컵 모양에 따라 유체 운동이 달라진다는 것과 컵의 반지름이 작을수록 진동이 빨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지요.

 

또 그는 머그잔 대신 투명한 원기둥 모양의 통에 커피를 담고 크게 한번 흔든 후 커피의 움직임을 분석하였습니다. 커피는 3.8㎐, 즉 1초에 3.8번의 진동을 일으키는 것을 알아냈지요. 그리고 사람의 팔이 컵을 들고 걸을 때의 움직임을 3차원적으로 분석하여 진동수를 측정한 결과 그 평균값이 3.5~4㎐인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것은 커피의 주 진동수인 3.8㎐에 거의 근접한 값으로 이것이 바로 커피가 흘러넘치는 이유가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https://pixabay.com

‘공진현상’. 어떤 물질이 진동하는 진동수와 외부에서 가해진 힘의 진동수가 같으면 물질의 진동이 갈수록 증폭되는 것을 말하는데요, 그네를 밀어주다 보면 어느 순간 살짝만 손을 가져다 대어도 그네는 더 높이 올라가는 바로 그 현상을 가리킵니다. 커피의 주 진동수와 그 커피를 든 사람의 팔의 진동수가 같게 되면서 공진현상을 일으켜 컵 밖으로 솟구쳐오르는 불상사(?)를 만드는 것이지요.

 

이와 함께 그는 커피를 흘리지 않고 걸을 방법도 알려주었는데요, 그 첫 번째 방법은 ‘뒤로 걷기’입니다. 뒤로 걸으며 흔들림을 측정해본 결과 흔들림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두 번째 방법으로 커피잔의 윗부분을 잡는 것입니다. 흔들림의 축을 이동해주는 것이지요. 세 번째 방법은 다소 실현하기 어려워 보이는데요, 공명현상을 이용해 커피가 진동할 때 팔도 같은 진동수로 흔들어주는 것이라 합니다.

 

사진출처 : https://www.academia.edu

한지원 씨는 민족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에 유학을 가 있던 때 이 상을 받게 되었는데 이 실험과 연구는 고등학교 시절 진행했다고 해요. 당시 이 엉뚱한 논문에 대해 학교 선생님들의 반응도 영 시원치 않았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하였는데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연구에 더 오기가 생기게 되어 끝까지 해보게 되었다는 그의 답변에 웃음이 나면서 한편으로는 그 끈기와 열정에 감동했습니다.

 

혹시 우리 독자 여러분 주위에도 누군가가 어이없는 실험에 열중하고 있나요? 한번 함께 해보세요. 세계적 발명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되니까요.

 

참고 : 1. “쏟아지는 커피에 대응하는 누군가의 자세”, 브런치 카페 김이과 크리에이터 : brunch.co.kr/@esonatural/47
        2. HMHM 과학적인 모든 것 블로그 : review-heumi.tistory.com/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