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념 공간, 245개의 탄흔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5.18민주화운동의 목격자이자 광주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한 전일빌딩. 그곳의 메인 공간을 가는 발걸음이 건물의 9층과 10층을 향합니다. 이곳은 전일빌딩에서 총탄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장소로 대규모 5.18기념 공간이 조성되어 있는데요, 입장하자마자 만나게 되는 실제 탄흔을 보니 그 사실성에 비로소 역사적 무게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옵니다.
특히 정면에 보이는 기둥과 천장 텍스의 탄흔은 10층이나 그 이상의 높이에서 쏘았을 때만이 가능한 흔적으로, 1980년 당시 주변으로 전일빌딩보다 높은 건물이 없던 상황을 고려했을 시 이는 기총 소사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계엄군의 폭력성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탄흔에 매겨진 숫자들,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탄흔은 10층에서만 177개에 달합니다. 그리고 3, 8, 9, 10층의 외벽에서도 최소 55개의 탄흔이 발견됩니다. 종합하면 당시 신군부는 적어도 220여 발의 총탄을 전일빌딩을 향해 발사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 같은 점을 들어 광주광역시는 2017년 8월 15일, 전일빌딩245를 28번째 5.18 사적지로 지정했습니다.
10층에 들어서면 245개 탄흔을 영상화할 작품 <검은 하늘 그날>과 <민주의 탄생환>을 만나게 됩니다. 다양한 증언을 토대로 꾸며진 헬기 사격 멀티영상은 기총소사에 의해 사격을 당한 전일빌딩의 그 날을 각색하여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화면 아래 금남로 일대를 축소 제작한 도시 모형에 빛이 비치면 ‘두두두두’ 소리와 함께 공중에 매달린 모형헬기에서는 총알이 빗발치는 등 실감 나는 콘텐츠를 재생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VR 가상체험존, 헬기 사격의 진실과 거짓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에서는 1980년 그날의 광주, 헬기 사격을 부정하는 거짓 주장들과 이에 대한 객관적 반박 자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날의 언론 보도가 재생되는 화면 앞, 헤드폰을 끼고 그 내용을 귀 기울여 듣습니다. 그리고 조작이 난무했던 과거의 진실과 마주합니다.
어두침침한 공간을 들어서는 발걸음, 이곳은 5.18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는 공간으로 곳곳으로 가로막힌 벽에는 진실의 문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거짓에 가로막힌 과거, 그 문을 열고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미래를 향한 힘찬 발걸음이 시작된다는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인 전시 구성입니다. 과거 전일빌딩에서 실제로 사용하던 문을 그대로 활용한 ‘진실의 문’ 역시 콘텐츠의 전달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며 전시를 더욱 알차게 채우고 있습니다.
전시는 하루 5회(11:00, 13:00, 14:30, 16:00, 17:30) 해설이 진행됩니다. ‘기억하지 않는 한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문구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19800520 전시는 5월의 영령을 추모하는 영상 관람으로 대미를 장식합니다. 어두운 역사의 산실인 만큼 마냥 기분 좋은 관람일 순 없겠지만, 마주하는 진실에 대한 무게감을 느끼며 마지막 전시관을 나오면서 추모의 메시지 한 줄을 작성합니다.
이어지는 발걸음이 건물의 최상층인 옥상을 향합니다. 사방이 확 트인 공간은 건물 리모델링 과정에서 가장 큰 공을 들인 곳으로 한눈에 내려다보는 광주 시내 전망이 일품입니다. 금남로 구석구석은 물론, 광주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조선대학교 본부 건물, 저 멀리 무등산 자락이 또렷한 풍경은 특히 환상적인 야경으로 유명한데요, 방문 전 일몰 시간 체크는 필수로 요즘같이 추운 날에는 보온을 위한 각종 장비들 또한 잘 챙겨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건물의 지하, 최하층을 향하는 발걸음이 추억의 공간을 만납니다. ‘245살롱’은 전일빌딩 시절 기자와 시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전일다방을 뉴트로로 재해석한 곳입니다. 입구부터 복고 감성이 공간을 수놓는 레트로 인테리어, 빌딩 투어를 마감하는 이곳에서 광주의 골목 사진을 감상하며 추억에 얽힌 차를 마시는 등 유유자적한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45 (금남로1가 1-1)
19800520 : 매일 10:00~19:00(1월 1일, 설날, 추석 휴무)
전일마루 : 매일 09:00~22:00(1월 1일, 설날, 추석 휴무)
062-225-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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