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것이 망각이라는 열여덟 살 소년은 ‘죽어서도 기억될 수 있는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어요. ‘가장 두려운 것은 잊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는 때가 오며, 이 세상의 인간은 다 스쳐 지나가는 존재라고, 유명한 사람도 죽으면 모두 잊히기에 망각은 필연’이라고 그 소년의 말에 되받아치는 열일곱 살 소녀도 있습니다. 이런 대화가 가능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소가 암 환자 모임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골육종을 앓고 있는 거스(안셀 엘고트)와 폐암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헤이즐(쉐일린 우들리)입니다. 이들은 죽음에 대한 시각이 정반대지요. 그리고 이러한 가치관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 주변을 대하는 태도에서 잘 드러나 있어요. 거스와 헤이즐은 단숨에 연인이 됩니다. 그들은 인생에 대한 철학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헤이즐이 요즘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가 있어요. 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가 쓴 소설 <장엄한 고뇌>가 헤이즐처럼 암을 앓고 있는 소녀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말이 없이 이야기를 끝낸 것 같아 헤이즐은 결말을 알고 싶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소녀가 치료에 성공해서 살아남았는지 주변 인물들의 인생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요. 그래서 그들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작가에게 듣기를 기대하며 작가에게 이런 질문을 이메일로 보낸 적이 있어요. 그녀의 관심사는 그녀가 죽은 후에 남겨질 가족들의 행복입니다.
그녀는 부모님이 자신이 죽고 난 후 삶이 엉망이 될까 봐 두려워요. 이런 두려움을 읽어낸 그녀의 부모님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주지요.
엄마 :
Even when you die - I will always be your mother. It’s the greatest thing I will ever be.
네가 죽는다 해도 난 언제까지나 네 엄마고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야.
헤이즐 :
That is my biggest fear, Mom.
난 그게 제일 두려워, 엄마.
When I am gone you’re not gonna have a life anymore.
내가 죽으면 엄마는 더 이상 살고 싶어지지 않을 거잖아.
You’re just gonna sit around and you’re gonna stare at walls,
or you’re gonna off yourselves or something.
앉아서 멍하니 벽만 쳐다보고 자살을 할지도 모르잖아.
아빠 :
Hazel, we’re not gonna do that.
그렇지 않아.
엄마 :
Losing you that is gonna hurt like hell.
널 잃으면 엄마 마음은 너무 아플 거야. 하지만 너도 잘 알잖니.
But you of all people know it’s possible to live with pain.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산 사람은 살아가게 돼 있어.
I’m taking classes in social work.
난 사회복지사 수업을 듣고 있어.
You know, if I can take what we’ve been through and help other people, counsel families.
우리 경험을 바탕으로 비슷한 아픔을 지닌 가족들을 돕는 상담사가 되려고 해.
헤이즐 :
Mom, how could you not tell me this?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아빠 :
Because, we didn’t want you to feel abandoned.
우리가 널 버린다고 생각할까 봐서 그랬어.
헤이즐 :
This is the best news.
내가 바라던 이야기야.
<Want+목적어+to 부정사>, ‘~가 ….하기를 원하다’
헤이즐은 혹여나 자신이 병 때문에 죽고 나서 가족들이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할까 봐 걱정이 많아요. 하지만 엄마, 아빠는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상담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지요. 작가로부터 얻어내지 못한 대답을 엄마, 아빠는 대신해주고 있지요. 그녀가 죽은 후에 아픔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한다는 점을 알았을 때, 헤이즐은 위안을 받습니다. 헤이즐은 왜 진작 그 멋진 계획을 말하지 않았냐고 하자 아빠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지요.
Because, we didn’t want you to feel abandoned.
위 문장을 보니 형태는 <Want+목적어+to 부정사>를 취합니다. ‘목적어가 to 부정사 하기를 바란다’고 해석할 수 있지요.
헤이즐은 엄마, 아빠의 행복을 빌어주고 있었고. 엄마, 아빠 역시 헤이즐의 행복을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거스는 담배를 사서 입에 물곤 하지만, 불을 붙여 실제 담배를 피지는 않아요. 상징 같은 거지요. 사람을 죽이는 물건을 입에 물지만 날 죽일 힘은 주지 않는 상징적인 행동이라고 말합니다. 거스는 헤이즐을 위해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작가와 만나게 해주지요. 하루하루를 우울하게 지내던 헤이즐에게 하루하루 재미있는 일상을 선사해줍니다.
하지만 거스는 망각에 대한 두려움을 항상 갖고 있었지요. 항상 자신은 영웅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고, 훗날 그 영웅담을 신문이나 책에 발표하고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런 거스에게 헤이즐은 이렇게 말해주고 있어요.
헤이즐 :
You know this obsession you have with being remembered?
I’m mad because I think you’re special, and is that not enough?
넌 기억되는 것에 집착하는데, 난 지금 이 순간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해. 그걸로 충분하지 않아?
You think that the only way to lead a meaningful life is for everyone to remember you.
For everyone to love you.
너한테는 의미 있는 삶이란 모두에게 기억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으로 믿고 있지.
Guess what, Gus. This is your life, okay?
근데, 거스야. 이게 너의 삶이야.
This is all you get.
이게 너의 전부라고.
You get me, and you get your family, and you get this world, and that’s it.
너는 이미 나, 네 가족 그리고 네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가졌어.
And if that’s not enough for you, then I’m sorry, but it’s not nothing.
그걸로 충분하지 못하면 미안하지만 네가 맞지 않는 거야.
Because I love you. And I’m gonna remember you.
왜냐하면 내가 널 사랑하고 널 영원히 기억할 거니까.
I just wish you would be happy with that.
난 네가 그걸로 충분히 행복했으면 좋겠어.
죽음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 두 남녀를 내세워 그들의 마음을 지켜보게 하는 작법을 통해 이 두 남녀의 사랑을 넘어서 인생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점은 거스와 닮았고 자신이 떠난 후 사랑하는 가족의 아픔까지 걱정하는 헤이즐을 통해서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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