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가브리엘 베이트먼)는 아이들이 괴롭힘에도 기댈 곳은 없었습니다. 엄마는 죽은 아빠를 그리워하느라 자신 하나도 건사하기 힘들었고 여동생은 너무 어렸기 때문입니다. 그때 자신과 똑같이 슬프고 간절한 눈을 마주쳤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에게 끌린 그 순간. 그들은 알았지요. 마음에 쏙 드는 친구가 나타났다고 말이지요.
집 없는 개 벤지 역시 길거리에서 며칠 동안 굶은 터라 배도 고프고 몸도 꾀죄죄한 상태였어요. 누군가의 관심이 절실하던 그 순간 자신처럼 외로워 보이던 카터를 만나 신이 났습니다.
영화 <벤지>(2018)는 아무런 대가 없이 도와주고 끊임없이 걱정을 하는 반려견 벤지와 돌보아야 할 동생이 있을 뿐 기댈 사람이 없던 아이 카터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카터는 반려견 벤지를 길거리에서 만나 한눈에 끌렸습니다. 자신과 비슷하게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것을 감지한 것이지요. 카터는 벤지를 친구로 삼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남은 돈으로 딸기를 사서 벤지에게 주지요. 그리고 동화 <헨젤과 그레텔> 속에서 헨젤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빵 조각을 떨어뜨린 것처럼 그는 벤지가 따라오도록 남은 딸기를 하나씩 도로에 떨어뜨려요.
벤지는 착실하게 딸기를 주워 가며 카터가 집으로 가는 길을 따라갑니다. 영화 초반부에는 반려견 벤지의 시점으로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카터가 용돈을 조금씩 모아 전당포에 맡겨 놓은 죽은 아버지 시계를 되찾으려고 하는 분투기도 벤지의 눈으로 보여주고요. 카터의 집 2층 창문에 벤지는 얼굴을 디밀어 결국 카터의 집에 머무르게 됩니다.
ⓒ Blumhouse Productions
벤지는 동생 프랭키의 말도 잘 들어주고요. 프랭키가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도 잘 들어줍니다. 엄마에게는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을 아이들은 벤지에게 이야기합니다. 어느 때보다도 신이 나서 벤지에게 이야기해주는 프랭키의 모습을 보면 그들에게 다가온 행운(?)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개를 키우라고 놔두질 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과연 그들은 엄마를 설득해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다음은 아침에 벤지를 발견하고 그를 보호소로 보내려 하는 엄마에게 카터가 말하는 장면입니다.
Are you kidding me? A shelter? They won’t even give him three days.
장난하세요? 보호소요? 3일도 버틸 수 없는 그런 곳으로 보낼 수 없어요.
엄마:
I won’t let them hurt him.
엄마가 해치게 두지 않아.
카터:
Yeah, you will. You don’t care. He’s a good boy, and you won’t even give him a chance.
아무것도 안 해줄 거면서 엄마는 벤지를 신경쓰지도 않으시잖아요. 이렇게 착한 데 기회 한번 안 주실 거잖아요.
엄마 :
Carter, no, okay?
카터, 안 된다고 알겠니?
카터 :
I’m so sorry that you can’t handle one more thing right now, but what about us?
엄마가 벤지 때문에 신경 써야 할 게 늘어난 건 알지만 그럼 우린 뭐예요?
We take care of each other, so I’m pretty sure that we can handle a dog.
우리는 서로 돌보잖아요. 그러니까 개도 그렇게 돌봐줄 수 있어요.
Maybe he’ll make things fun around here for once.
벤지가 있어서 집이 재밌어질 수도 있고요.
두 개의 목적어를 쓸 수 있는 동사 give
카터는 집 없는 개가 유기견 센터를 갔을 때 일어날 일을 잘 알고 있어요. 개는 유기견 센터에 가면 다음과 같이 될 겁니다.
They won’t even give him three days.
위 문장을 보니 동사(give) 하나에 목적어(him, three days)가 두 개나 있네요. 그런데 두 개의 목적어가 각기 해석이 다릅니다. 첫 번째 목적어는 ‘~에게’로 해석되는 반면, 두 번째 목적어는 ‘~를’으로 해석됩니다. 즉, ‘누군가에게 무엇을 준다’라는 표현이 가능한 구문이지요.
이렇게 두 개의 목적어를 가지는 동사를 수여동사라고 합니다. 한 예로 give가 있지요.
카터와 프랭키는 여지껏 서로를 돌봐 왔습니다. 어리지만 아빠에 대한 추억으로 아빠의 시계를 되찾아오려는 계획도 철저하게 세워 시행하고 있고요. 충분히 어른스러운 카터이지만 엄마에게는 아직도 어린 아들로 보입니다.
카터는 팍팍한 인생에 갑작스럽게 자신의 인생에 들어온 벤지를 놓치기 싫습니다. 하지만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마음의 여유를 없는 엄마의 마음을 읽어내 벤지가 유기견 센터로 보내지기 전에 그를 보내주지요. 하지만 벤지는 쉽게 발을 떼지 못하고 집 주위를 배회합니다.
카터는 엄마한테 실망했어요. 그리고 아빠의 시계도 이제 포기하려 합니다. 전당포에 가서 돈을 돌려받으려는데 강도가 있네요. 이제부터 카터와 프랭키의 시련이 시작되었습니다. 프랭키가 강도의 가면을 벗겨버린 것입니다. 졸지에 목격자가 되어서 그들은 남매를 납치합니다.
누군가의 안위를 걱정한다는 거, 그들이 힘들어 할까 봐 가슴 졸이는 마음, 그들을 위해 뭐라도 하고자 하는 마음, 벤지가 남매를 구출하려고 하는 행동을 보면 이런 것들을 읽어낼 수 있어요. 온몸을 다해 그들을 구하려 한다는 거요.
강도 옆에 늘 있는 큰 개를 무찌르기 위해 자신과 같이 집이 없는 또 다른 큰 개를 먹을 것으로 유인해 작전에 투입하는 벤지를 보면 지략도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벤지가 그들 남매를 위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는 절박함과 지략이 있어요. 영화의 재미는 바로 벤지의 고군분투기에 있습니다.
마음을 한번 주었을 뿐인데 벤지는 새로운 친구를 위해 최선을 다해요. 그리고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강도들에게서 남매를 구해냅니다. 온몸을 다해 그들을 보호하던 벤지의 마음이 엄마한테도 전해졌어요. 장르가 모험이기에 카터와 벤지가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는 가와 같이 단순한 플롯을 담고 있는 영화이지만 카터와 벤지가 차곡차곡 그들의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은 충분히 힐링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몸을 던진다는 이런 판타지 같은 설정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한순간 서로에게 끌려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같이 있을 뿐인데도 힐링이 된다는 게 어떤 건지 잘 알고 있거든요.
사진출처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9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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