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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여행을 떠나요

[가족과 함께하는 세계여행] 미국 서부 자동차 여행 비하인드 1편 , 라스베이거스

by 앰코인스토리 - 2019. 6. 27.

라스베이거스 하면 떠오르는 사자성어는 뭐가 있을까? 흥청망청, 일확천금, 패가망신? 이런 단어들이 우선 떠오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모두 부정적인 의미의 것들이지만, 라스베이거스는 사실 가족 여행지로 정말 훌륭한 곳이다.
미국 서부의 대표 관광지라 할 수 있는 그랜드 캐니언 미국 국립공원이 근처에 있어서 당일치기 투어가 가능하고, 특급 호텔을 착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으며, 세계 최고의 공연이 날마다 펼쳐지고, 내로라하는 맛집이 즐비한 곳이 바로 라스베이거스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라스베이거스를 택한 이유도 그동안 운전하느라 쌓였던 여행의 피로도 풀면서 세계 최고의 쇼로 알려진 ‘KA 쇼’와 ‘O 쇼’를 보기 위해서였다.

 

자, 미국 서부 자동차 여행의 절반 일정을 마치고, 자이언 캐니언에서 2시간여 운전한 끝에 드디어 라스베이거스에 들어선다. 우리 가족이 첫날밤을 지낼 호텔은 바로 북쪽 구시가지에 있는 골든 너겟(Golden Nugget) 호텔이다. 잠만 잘 호텔이라 저렴한 가격을 우선시했으며,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이 여유롭게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저녁 9시 넘어서 도착하여 짐을 정리하고 나니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 아이들을 데리고 호텔 밖으로 잠시 나와본다. 전구 쇼가 펼쳐진다고 해서 나왔지만 사람만 북적이지 딱히 볼 게 없었다. 색소폰을 부는 아저씨가 라스베이거스의 밤을 밝히고 있다. 몸이 너무 피곤해 많이 돌아다니지는 못하고 호텔로 돌아와 바로 잠이 들었다. 내일부터는 2박 3일 휴식을 위한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 주변을 다시 둘러보니, 휘황찬란한 불빛과 그 많던 사람들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어디론가 사라지고 라스베이거스의 민낯이 드러난다. 지저분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깔끔하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더는 볼거리가 없어서 다시 호텔로 돌아온다.

 

 

 

수영장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몰고 나간다. 처음에는 우리 가족만 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자 많은 사람이 수영장에 모여든다. 아이들이 수족관에 있는 상어와 큰 물고기들도 보고, 미끄럼을 타며 즐겁게 수영하는 것을 지켜보며 필자도 오랜만에 여유로운 휴식 시간을 가져본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시선 고정은 필수다.

 

 

수영이 끝난 아이들을 방에 데려다주고 필자는 한국에서 예매했던 라스베이거스 티켓을 받으러 잠깐 밖으로 나간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서커스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날마다 펼쳐지는데 그중에 가장 유명한 쇼가 바로 KA 쇼와 O 쇼다. 우리의 여행 일정에 맞춰 좋은 자리의 표를 구하기 쉽지 않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된 현지 여행사를 통해 비교적 착한 가격에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예매를 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돈을 미리 부쳐버린 터라 사기를 당하면 어떡하나 걱정도 들었는데, 문제없이 표를 받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다. 
 

 

 

호텔 체크아웃하기 전에 세상에서 가장 큰 금덩어리를 구경해본다. 이걸 발견한 사람은 얼마나 좋았을꼬. 참고로 이 금덩어리는 호주 빅토리아에서 케빈 힐러(Kevin Hiller)라는 사람이 간단한 금속 탐지기로 발견했다고 하는데 바로 땅 표면 6인치 아래에 있었다고 한다. 케빈은 금덩어리를 카지노에 팔았고, 카지노 이름도 골든 너겟이니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호텔 이름이지 싶다.

 

 

다음 숙소인 MGM 호텔로 가기 전에 라스베이거스 프리미엄 아울렛에 들렸다. 벌써 점심때가 되어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는다. 입구에서 받았던 팸플릿에 둘러볼 곳을 정하고 위치를 확인한 후 쇼핑을 시작한다.

 

 

착한 가격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서 뿌듯한 마음으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데 키 큰 남자가 길거리 가운데서 애벌레 모양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노랗고 길쭉한 애벌레 모양의 장난감이 그 남자의 왼손 위에서 마치 명령을 듣고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손가락 사이를 이리저리 돌면서 빠져나오고, 팔을 타고 몸쪽으로 기어 올라오기도 하고, 때로는 점프도 해대는 것이 꼭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벌레를 조정하는 줄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해서 유심히 보았지만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았다. 참 신기한 장난감이다.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줄 같은 건 없고 연습을 많이 하면 자기처럼 꿈틀이를 조정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들이 사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하나에 12달러라고 한다. 좀 깎아 달라고 했더니 10달러짜리 훈련용 매직 컵을 3달러에 준다고 해서 애벌레 장난감과 훈련용 컵을 15달러에 샀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는 아이들과 함께 주차장 쪽으로 걸어가면서 장난감 포장지를 뜯어서 실물을 만져보려고 하였으나 어찌나 질긴 플라스틱으로 포장이 되어있는지 도저히 커버를 벗길 수가 없었다. 낑낑거리며 포장지를 뜯으려 하다가 뒤를 돌아보니, 우리에게 장난감을 팔았던 청년이 조금 어두운 눈빛으로 우리가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왜일까?
좀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차를 몰고 두 번째 숙소인 MGM 호텔로 향했다. 호텔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1층 로비를 향해 가는데, 복도 좌우에는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게 있었다. 가만 보니 아까 우리가 샀던 꿈틀이가 있는 게 아닌가? 요즘 미국에서 인기 있는 장난감은 맞는가 싶어 붙어있는 가격표를 보니 글쎄 하나에 5달러에 팔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럴 수가! 체크인을 하고 숙소에 들어가 가위로 꿈틀이 포장지를 벗기고 보니 아주 자세히 봐야 보일만 한 얇고 투병한 줄에 꿈틀이 코가 묶여 있었다. 속았다! 그 미국 청년이 어리숙한 한국 여행객들을 낚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미 사버린 걸 어찌하랴. 두 세트를 사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해본다. 그 사기꾼 청년도 어차피 연습해서 그렇게 자연스러운 꿈틀이의 몸놀림을 만들어 냈을 터이니, 나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의욕만 넘쳐 혼자 연습하던 도중에 그 얇은 줄이 금세 얽혀버렸고 풀려고 하였으나 도저히 풀 수 없이 꼬여버리고 말았다. 꼬인 매듭이 눈에 훤히 보여 잘라내고 다시 이어봤으나 이음새 부분이 눈에 쉽게 띄어 누가 봐도 줄 가지고 장난친다는 것을 단박에 들킬 것이 뻔했다. 꿈틀이 조련사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꿈틀이 때문에 기분 좋게 입성한 라스베이거스의 일정을 망칠 수는 없는 법.

 

휴식을 조금 취한 후, 시간에 맞춰 드디어 KA 쇼를 보러 나간다. KA 쇼는 MGM 호텔의 전용 극장에서 벌어지는 태양의 서커스 쇼 중에 하나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않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쌍둥이 남매의 모험을 그려낸 탄탄한 스토리에 동양적인 색채와 신비감을 담아낸 이 쇼는, 각종 첨단 무대장치를 이용해 보는 이의 혼까지 쏙 빨아드리는 마술과 같은 장면들이 쉬지 않고 선보인다.
무대와 가까운 좋은 자리를 예약해서 배우들의 숨소리와 얼굴의 긴장감까지 함께 느낄 수 있었는데 공연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웅장한 음악과 박진감 넘치는 서커스의 조화가 너무 훌륭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람을 즐겼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이 인사를 하는 엔딩에서 나도 모르게 일어나 손바닥이 아프도록 기립박수를 쳐댔으니 말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봐도 좋고, 어르신과 함께 가도 모두 만족할 만한 최고의 공연이었다.

 

 

 

호텔 밖으로 나와보니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한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립 거리가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동안 장시간 운전에 여독이 쌓여선지 숙소로 돌아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잠이 들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