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없이 함께 누리는
네덜란드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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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와 튤립, 여기에 히딩크까지 더한다면 아마도 네덜란드(Netherlands)를 떠올리지 못할 분은 거의 없을 텐데요. 국명 자체가 ‘낮은 땅’이라는 뜻을 가질 만큼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 영토가 특징입니다. 전 국토의 4분의 1이 저지대이기 때문에 제방을 쌓고 바닷물을 제방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풍차를 세웠습니다. 이를 통해 토지 확보는 물론 세계적인 관광국 및 낙농업 국가로 거듭났습니다.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척박한 황무지 네덜란드는 현재 세계 제1의 유제품 수출국이자 토마토, 감자, 양파 수출량 역시 세계 1위입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국이기도 합니다. 다른 유럽연합회원국들이 네덜란드를 ‘유럽의 급식소’나 ‘유럽의 농장’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네덜란드의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40%, 인구는 우리의 10% 미만으로 좁은 국토와 적은 인구로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농산물 생산량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그 비결은 기술력과 첨단 설비! 네덜란드는 종자 개발, 온실 재배, 축산업 등 농업 전 분야에 걸쳐 기술 선진국으로 첨단 과학 농업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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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과학 발전은 농업 분야에서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과거 발명품을 우선 짚어볼까요? 세계 최초의 현미경과 망원경이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졌고 네덜란드의 과학자 피터르 판 뮈슨브루크(Pieter van Musschenbroek)가 축전기 라이덴병(Leyden jar)을 발명하였습니다. 1955년 네덜란드 자동차 경주 선수였던 마우리츠 가초니더스(Maurice Gatsonides)가 과속 단속 카메라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필립스(Philips)와 쉘(Shell)을 포함해서 유니레버(Unilever), ASML, 아크조노벨(Akzo nobel) 등의 다국적 기업들도 네덜란드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요. 과거부터 유럽 내 물자를 실어 나르던 무역국가로서 개방적이고 국제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는 유럽 국가 중 영국 다음으로 영어에 능통하기 때문에 많은 유수의 해외기업들이 네덜란드에 R&D센터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수준 높은 교육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네덜란드의 모든 대학은 등록금을 걱정하지 않는 국립으로 전 세계 200위권 안에 드는 대학 중 12개가 네덜란드에 있습니다. 수많은 정부 부처, 기업, 연구소는 대학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R&D 전략을 세우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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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네덜란드에는 흥미로운 과학 활동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하나는 ‘과학상점(science shop)’입니다. 대학에 많은 자원과 연구자들이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과학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는데요. 1970년대에 한 총리 후보가 ‘소득과 부, 그리고 지식의 공정한 분배’를 가치로 하여 전국의 대학에 ‘과학상점(Wetenschapwinkel, science shop)’을 설립할 것을 공약한 바 있으며 일부 교수와 학생들이 연구실 앞에 시민들이 직접 연구를 의뢰할 수 있는 조그만 상자를 설치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과학상점(Wetenschapwinkel, science shop)’에서 지역 주민들은 상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듯 이곳에 가서 필요한 과학을 의뢰합니다. 대학과 공공기관, 민간연구소에 있는 전문 연구자들은 주민들이 생활에 필요한 연구를 무료로 수행해주지요. 1960∼1970년대에 여러 대학이 자발적으로 과학상점을 설치했고, 1980년대부터는 교육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면서 과학상점을 제도화했습니다. 네덜란드에는 거의 대부분 대학에 이러한 과학상점이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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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독특한 과학 활동은 ‘디스커버리 페스티벌’입니다. 클럽 스타일의 과학축제로 젊은 과학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시민들과 함께 하는 과학 행사입니다. 최근 네덜란드의 젊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그야말로 ‘핫’한 축제! 이들은 저녁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라이브 음악, 영화, 공연, DJ, 댄스 영역에 과학을 결합하면서 유럽의 새로운 과학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 행사는 2006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젊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티켓이 15분 만에 매진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2012년부터는 로테르담에서도 개최되고 있고요.
여학생을 위한 활동인 ‘테크니카 10(Techika 10)’도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여학생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1986년부터 ‘테크니카 10’을 추진하여 10대 여학생들이 구성한 과학기술 동아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에는 지역 단위의 과학주간행사가 많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지역에서 벌어지는 ‘네덜란드 기술 주간(Dutch Technology Week)’이 대표적으로 기술 주간 동안 에인트호번에서는 혁신적인 과학기술 사례들이 시민들에게 선보이며 기업과 정부 및 지식연구소, 대학이 합세한 활동이 이뤄집니다.
TV 프로그램이나 과학관에서의 다양한 과학 행사는 네덜란드 어린이와 청소년층이 과학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있게 합니다. 1988년부터 시작한 TV 과학프로그램 ‘찾아라(Zoek Het Uit)!’는 젊은 과학자들과 어린이들이 함께 과학실험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평일 오후 6시 20분, 시청자들을 안방으로 불러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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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정부는 연간 45억 유로를 과학 분야 연구에 대해 지원금 형태로 지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첨단기술 관련 스타트업 기업을 대상으로 25만 유로 상당의 금액을 대출 형태로 지원하고 있어 벤처기업들의 안정적 연구도 돕고 있지요. 즐겁게 과학을 누리고 이를 통해 모두가 함께 이끌어가는 과학, 차별 없고 소외 없는 보편적 과학, 이것이 네덜란드 과학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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