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일군 기술력
이스라엘의 과학
사진출처 : https://tech.eu
우리가 종교와 분쟁의 나라로 기억하는 이스라엘은 세계 과학 기술 분야에서 어느 위치에 와 있을까요? 오래전부터 팔레스타인과 벌여온 분쟁의 역사로 과학 기술을 이야기할 만한 것이 있을까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의외의 답변을 먼저 드려야겠습니다. 현재 이스라엘은 미국,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많은 벤처 나스닥 상장기업을 가진 나라입니다. 총 94개로 나스닥 상장기업의 40%가 이스라엘 사람들의 소유입니다.
이뿐만이 아니지요.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의 90%가 적용하고 있는 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 모빌아이(Mobileye)가 바로 이스라엘 기업입니다. ADAS는 차선이탈 알림, 앞차출발 알림, 전방 추돌 경보, 과속 알림 등을 수행하는 인공 시각 기술 기반의 충돌 방지 시스템입니다. 모빌아이는 1999년에 이스라엘에 설립된 자율주행차 관련 벤처기업으로 2017년 인텔에 153억 달러(약 17조 2000억 원)에 M&A 돼 인텔에 자율 주행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스라엘 현지 R&D 센터로 발전하였습니다.
사진출처 : http://www.haifaaliyah.co.il
이스라엘에는 모빌아이처럼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가 글로벌 기업에 인수된 뒤 R&D센터로 변신한 곳이 300개가 넘습니다. 이스라엘을 ‘스타스업의 성지’로 부르는 이유이지요. 이스라엘 북서부 하이파(Haifa)에 위치한 마탐 공업단지 (Matam Science-Based Industrial Park)에는 인텔을 비롯하여 마이크로소프트, IBM, 엘신트, 암독스 등 45개 국내외 유수 IT 기업들의 연구개발센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세계 IT기업들의 싱크탱크’입니다.
중동의 실리콘밸리라고 일컬어지는 이스라엘의 이런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결핍이 과학강국 이스라엘의 원동력이다. 물이 없었기 때문에 농업 관련 기술이 발달했고, 적대국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항공•우주기술이 발달할 수 있었다.” 몇 해 전 한국을 방문했던 이스라엘 전 과학기술우주항공부 장관 오필 아쿠니스가 한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그의 말처럼 이스라엘의 물리적 자산은 그리 여유로운 편이 아닙니다. 중동에 있지만 척박한 땅에 자원이 풍부하지도 않고 강원도 두 배 면적의 작은 나라로서 인구는 850만에 불과합니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던 유대 민족이 세운 이스라엘은 1948년에 건국, 국가 형태로 이제 7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영토, 부족한 자원, 주변국과의 긴장 등에도 불구하고 인당 GDP는 4만 2,115달러, 인구당 노벨상 수상자는 12명으로 세계 최다입니다. 스타트업 기업은 7,600만 개, 인구 1인당 창업 비율은 세계 1위, 고용 인력 1만 명당 과학기술자는 140명에 이릅니다(2017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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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2일, 이스라엘은 달 탐사선 베레시트(Beresheet)을 발사하였습니다. 베레시트는 약 7주간에 걸쳐 지구를 여섯 번 회전하면서 달의 중력을 이용해 4월 11일 달 표면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이것이 성공하면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달 착륙 성공 국가가 됩니다. 이번 달 탐사는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이 주도한 것으로 이스라엘의 우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스페이스IL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번 시도가 성공하면 사상 첫 민간 달 탐사선이 됩니다.
이스라엘의 생명공학 분야 기술력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인구당 특허를 얻은 의료장비 수가 세계 1위, 생명공학 특허에 4위(2008년 기준)에 오른 바 있습니다. 제품 판매보다 기술 로열티 수입이 더 높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이 첨단 기술을 농업 분야에도 접목하여 세계적인 선진 농업의 표본으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먹는 방울토마토가 이스라엘이 개발한 작품이라는 사실도 덤으로 알려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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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으로 이루어지고 겨울철, 단 두 달간 내리는 비로 살아야 하는 나라의 연간 농산물 수출액은 3800억 원에 이릅니다. 물 부족한 만큼 물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발달하고 드론, IoT 등 첨단 기술이 농업에 동원되어 이뤄진 성과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전 과학기술우주항공부 장관의 ‘결핍이 과학강국 이스라엘의 원동력이다’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인 하임 와이즈만이 1934년 설립한 와이즈만 연구소는 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로 이스라엘 기초과학의 중심이 되어 지금까지 약 5000건의 특허를 발표하고 이 특허를 바탕으로 2017년 기준 약 360억 달러(40조 원)에 달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보안•인공지능(AI)•로봇 분야에서도 세계 상위권을 달리고 있지요. 척박함에서도 기술력을 꽃피운 나라 이스라엘. 탈무드와 하브루타라는 독특한 교육 방식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 영감을 준 이스라엘이 결핍을 딛고 만들어낸 성과를 보며 다시금 큰 교훈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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