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처럼 부서진다 해서 ‘유리선생’이란 불리는 엘라이자와 참혹한 기차 사고에서도 유일하게 생존한 천하무적 데이비드의 만남은 기묘하고도 필연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만화 속에서 튀어나올 법한 인물들 간의 호흡을 통해 감독은 인간의 욕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흉물스러울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매끄럽게 풀어가고 있어요. 판타지같이 작품을 그려내면서 점차 현실적인 인간에 대한 고찰로 들어가는 전개 방식은 2000년에 나온 영화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을 보면 명장 '나이트 샤말론'답다 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옵니다.
▲ 데이비드와 일라이자의 모습
자동차 사고에서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난 데이비드(브루스 월리스)는 안정된 결혼생활을 바라던 여자친구의 바람대로 이 일을 핑계 삼아 풋볼 선수의 꿈을 과감히 포기합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순탄하지 않았고 아내와도 이혼을 고려 중인 상태이지요. 자신이 왜 한 번도 병에 걸리지 않고 참혹한 기차 사고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가, 유리처럼 잘 부서지는 몸을 가지고 태어난 일라이자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알아가고자 합니다.
▲ ‘유리선생’ 일라이자의 모습
태어날 때부터 몸이 쉽게 부서진다는 걸 아는 일라이자(사무엘 잭슨)는 방안에만 숨으려 하지만, 현명한 엄마 덕에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어떻게 엄마가 일라이자를 독려했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의자에서 떨어져서 저 TV에 부딪힐 수도 있어.
You can't hide from it it in your room.
방에 숨는다고 다치지 않는 게 아니야.
You make this decision now to be afraid and you will never turn back.
네가 결정해. 두려워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Your whole life, You will always be afraid.
평생 두려움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잖아.
현명한 엄마 덕분에 일라이자는 영웅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이런 일라이자의 독려로 데이비드도 자신이 천하무적인 몸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나쁜 의도를 지닌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는 직감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합니다. 자신을 우러러보는 아들 조셉(스펜서 트리트 클라크)에게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구한 이후 아내 몰래 신문 기사를 보여주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아내와의 사이도 점차 좋아집니다.
▲ 아들 조셉과 데이비드의 모습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놀라운 점은 끝까지 관객의 시선을 끈다는 점입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자동차 사고, 기차 사고 등 참혹한 사고 현장을 공들여 보여준 바 있지요. 이 사고들은 다 일라이자가 조작한 사고들이었다는 진실이 드러나면서 일라이자에 대한 인상이 180도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왜 일라이자는 대량 학살까지 감행하면서 사고를 일으켰을까요? 그에 대한 답은 다음 데이비드와의 대화에 담겨 있습니다.
일라이자 :
Do you Know what the scariest thing is?
세상에서 제일 두려운 게 뭔지 아나?
To not know your place in this world, to not know why you're here.
나 자신이 왜 살아가는지 모르는 거야.
That's just an awful.
정말이지 그 기분 끔찍해.
데이비드 :
What have you done?
무슨 짓을 한 건가?
일라이자 :
I almost gave up hope.
희망을 보이질 않았어.
There were so many times I questioned myself.
나 자신에게 수없이 물어봤다네.
데이비드 :
You killed all those people.
자네가 저 사람들을 다 죽였어.
일라이자 :
But I found you.
하지만 자네를 찾았지.
I've made so many sacrifices just to find you.
희생이 많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다 자네를 찾기 위해서였어.
Now that we know who you are.
이젠 우리는 서로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어.
I know who I am.
난 내가 누군지 알아.
I'm not a mistake.
난 실패작이 아니야.
There were so many times I questioned myself.
보통 there is(are)가 하나의 형태로 사용되어 '~있다.'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there는 맨 앞에 쓰여 주어처럼 여겨지지만 주어는 아니고 바로 뒤에 진짜 주어가 나와서 (그 주어가 있다)로 해석됩니다. 위 문장에서 진짜 주어는 so many times입니다.
일라이자의 엄마는 길 건너 벤치에 만화책을 하나씩 선물로 두면서 더는 다치고 싶지 않다는 아이를 바깥세상으로 끌어냈었지요. 하지만 엄마의 지혜로도 일라이자의 무너진 자존감을 세워지지는 못했습니다. 일라이자는 끊임없이 사람을 학살시키면서 자신의 쓸모 있다는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영웅인 데이비드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희망이 없던 한 남자의 우여곡절의 인생이 가여우면서도 자신의 고통을 이상한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그 소시오패스적인 망상을 보면서 인간의 본성은 어쩌면 악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악당이 있으면 반드시 영웅이 존재한다는 이 터무니없는 망상으로 자신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삶이라니. 인생 풍파를 겪어내며 자존감을 지켜내기 힘든 나날이 계속될 줄 알지만 그럴 때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나 자신을 추스려야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하게 됩니다.
사진출처 : 다음영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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