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시즌이다. 이맘때면 초등학교 졸업식 때 진학하지 못하는 서러움으로 눈물바다를 이루었던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로 이어지던 졸업식 노래가 이별의 노래로 둔갑하였고, 나는 그때를 못 잊어서 부지불식간에 흥얼거린다. 아울러 새로운 동문을 맞이하는 동창회장님께서 “부모와 마찬가지로 모교도 바꿀 수 없는 인연이다.”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나 역시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숱하게 부딪히는 난제들을 동문이라는 울타리를 치고, 더 쉽게 편하게 해결할 수 있었음을 여러 번이나 경험했다.
과거 타이어 회사에 근무하던 중, 종합상사를 꿈꾸는 집안 형님의 부름에 의해 회사를 옮겼다. 예기치 못한 과분한 대우를 받았지만 이직한 지 49개월 만에 무리한 확장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가 났다. 몇 년을 방황하다가 중견 자동차 부품 회사의 품질담당 부서장으로 입사했다. 생산품목이 전장품이라 불량이 나면 직접 운전자에게 영향을 주는지라, 타사 제품보다 사소한 불량이라도 클레임이 제기되는 횟수가 잦았다. 입사 한 달도 못 되어서 기다렸다는 듯이 자동차 회사로부터 품질문제 건으로 불려가게 되었다. 이번 건은 2년 전부터 반복되는 문제로 완전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소비자의 불만이 이어지는 상태였다.
며칠에 걸쳐 세운 대책이었지만, 잔뜩 긴장해서 약속된 회의실에 도착했다. 10여 명이 두 시간이나 얼굴을 맞대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을의 처지에서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데, 주관 부서장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게 누군가! 공식적인 자리라 정식인사는 못 했지만 눈인사를 나눈 그는 군에 입대하기 전 1년여를 같은 하숙방에서 희로애락을 나누던 3년 후배였다. 회의 결과, 우리가 제시한 대책에 문제가 없음이 판명 나고 그대로 수용하기로 하였다. 물론 우리 측에서도 전보다는 빠르고 알찬 대책으로 대응을 했다.
전공이 달라서 학창시절에는 얼굴만 기억할 뿐인 졸업동기 P학형은 “솔직히 말해서 지방대학 출신들이 서로를 배려하지 않으면 누가 할 거냐?’면서 중역실을 개방하여 커피타임도 갖고 식사도 나누면서 가족, 학교, 직장관계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았다. 지금도 가끔 전화로 서로가 ‘눈물 나게 고마운 동문’이라고 추켜세운다. 그도 차량판매 캠페인 때 도와주었던 일을 두고두고 고마워했다.
나는 행운아였다.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품질마크 등을 취득할 때도 인연들을 만나 해결책을 찾았다. IMF로 그 회사를 나와 소기업 부사장으로 경영을 책임지고 있을 때도 동문의 열성과 후원 덕분에 상당한 물량을 거래할 수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돕고 돕는 마음이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지금도 그러한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글 / 사외독자 이종철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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